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사진=청와대]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사진=청와대]

남 탓만 하는 현실인식으로는 위기 극복 어려울 것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를 맞아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대통령은 담화문 서두에서 작금의 국가 현실을 북한의 핵실험 단행과 연말 국회에서 쟁점법안이 처리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안보와 경제가 동시에 위기에 처한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했다. ‘통일 대박’을 내세우고 구조개혁을 강조했던 지난 해 담화와 비교하면 불과 1년이 지났지만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외교안보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남 탓만 하는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의 기본으로 제시했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과의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군사력을 앞세운 압박을 통해 굴복시키겠다는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고 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8년 동안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제재로 일관해 왔던 대북정책의 결과가 연초에 단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이란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전면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이 북한을 압박하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렇게 믿는 국민은 많지가 않고, 오히려 또 다른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정책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과 구조개혁을 반복해서 내세웠지만 지금 우리 경제가 혁신되었다고 믿는 국민들은 없고, 대기업에 편중된 정책으로 말미암아 양극화와 부의 편중이 어느 때보다 심화되었고 이로 인한 실업자는 늘었고 서민생활은 더욱 피폐해졌으며 노동계는 ‘더 쉬운 해고’의 위협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쟁점법안이 타결되지 못한 것이 국회와 정치권 탓인 양 호도하고 있지만 노동자를 포함한 다수 국민이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을 불러올 문제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큰 성과를 거둔 것처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대다수 서민들은 새해에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 심판, 야당 심판을 강조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대안일 수 있나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에서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고 국민이 나서서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가올 4월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들을 뽑아 국회로 보내서 20대 국회를 19대 국회보다 나은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지만 대통령 주변에서 수족이 되어 역할을 하면서 아무런 소신이나 주관을 보이지 못했던 사람들이 과연 국민의 입장에서 진실한 사람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수직적인 당청관계를 지적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여당이 자신을 적극 뒷받침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당 소속 의원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뽑은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라 규정하고 국민이 심판해 달라고 하면서 임기도 채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당청관계라고 볼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을 겨냥해서 “이번에도 통과를 시켜주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면 압박했다. 대통령이 야당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대화를 나누고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은 담화에서 지금 국회는 선거구도 획정을 짓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청와대가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권, 특히 야당에게 대통령 관심 법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 자체를 훼손하는 발상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연초에 나온 대통령 담화를 보면 올해도 남북관계는 위험한 강대 강의 대치국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를 통해 대북제재를 말하고 있지만 결국은 중국이 나서주기를 바라는 이상의 대책은 없다는 것이 이번 담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제라도 대북정책과 외교정책 전반을 재점검하여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제문제에서도 서민들의 삶도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년 대국민담화였지만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와 노동법 통과만을 강조하고 있고 왜 한국노총마저 노사정 합의 파기를 거론하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과 해법은 없다. 천문학적인 가계부채 누증과 수출 등 대내외 경제환경의 악화로 우리 경제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는 경제정책을 바로잡을 고민은 하지 않은 채 남 탓만 하면서 총선 승리에 골몰한다면 새해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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