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와 정당


지난해 12월 14일 진행된 동국대·상생과통일포럼 리더십 최고위과정 5기 11번째 강의는 유창선 정치평론가가 맡아 ‘한국정치와 정당’을 주제로 강의했다. 유 평론가는 전날 야기된 안철수 의원 탈당사태와 관련해 “당에 두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닌데 두 사람에 의해 당의 운명이 좌우되니까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문재인-안철수 결별 과정에서 한국 정당정치의 민낯이 생생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당정치가 잘 정착되었다면 최소한 내년의 정치가 어떻게 되고 내년 선거가 어떻게 될지는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총선이 완전히 안개 속”이라며 “정당정치가 정상화 되어 정치가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의 강의내용이다.

문-안의 결별

오늘 말씀 드리기로 한 주제가 한국 정당정치의 구조인데, 어제 한국 정당정치의 민낯이 아주 생생하게 드러났다. 그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정당정치,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날 것이다. 소위 ‘양초의 난’에 집약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어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탈당했다. 처음엔 문재인 대표에 대한 압박용이자 북한이 핵 문제 다룰 때 쓰는 벼랑끝 전술로 보고 설마 실제 탈당하겠느냐, 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의 스타일을 봤을 때 탈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봤다. 본인이 이야기 했다시피 고지식한 스타일이어서, ‘아니다’ 싶으면 참지 않는 스타일이다. 뒷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탈당하면 어떻게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전략이나 계산 등 치밀하게 생각하지 않고 탈당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2011년 안철수 의원을 대한 적이 있는데, 정치공학적으로 계산된 부분이 없었다. 지금도 그와 마찬가지로 정치공학적으로 따지자면 당장 탈당할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 언론보도를 보니 문병호, 황주홍 등 몇 명밖에 가시화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다 주춤한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이 어떻게 세 규합을 할 것인지... 호남은 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같은 경우, 과연 비중 있는 인물들이 탈당을 할지는 아직 불투명해 보인다. 

(당) 안에 있으면 봉합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본인과 야당을 위해서 적절한 선택은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보다는 일단 큰 틀에서 협력기조를 세워 그 위에서 경쟁을 하는게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만일 총선에서 지면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그러면 포스트 문재인은 몇 없다. 안철수 의원도 기회가 열린다. 야당 지지층에게도 문재인을 도울만큼 도왔다, 명분도 생긴다. 

안철수, 과학자의 정치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안철수라는 정치인이 전형적인 이공계 출신이라 정치, 인문학적인 사고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과학과 철학, 인문학의 결정적 차이는 과학은 정답이 하나라는 것이다. 하지만 철학과 인문학, 그리고 정치는 정답이 없다. 답은 많다. 이것도 답이 되고, 저것도 답이 된다.

그러나 안철수는 모든 문제에 있어 정답은 하나, 이거 아니면 안 된다. 기초선거 무공천도 그렇다. 혼자만 그것 아니면 안 된다고 마지막까지 버텼다. 다들 아니라고 말해도 (그것이) 새정치라고 끝까지 고수했다. 이번에도 그렇다. “혁신전당대회만이 답이다.” 문재인 대표와 마지막 통화에서 혁신전당대회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정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답은 여러 가지가 있다. 여러 중재안이 많이 나왔다. 그 중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명분 갖으면서 실리도 챙기고, 파국으로 안 가고 봉합도 되는, 자기도 살고 전체 야당도 살 수 있는 방안이 있었는데, 그 가능성을 모두 거뒀다. 저는 그것을 ‘나만의 진정성’이라 생각한다. 

물론 안철수 의원은 본인의 진심이었고 진정성이 절박했다고 본다. 문제는 공감능력에 취약했던 것 같다. 본인은 그것만이 답이라고 절박해 하는데, 그것이 혼자만의 진정성이 되었다. 안 의원은 기본적으로 ‘야당’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야당 지지층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에 보면 야당지지층 중에 많은 수가 등을 돌렸고 야권 분열의 책임이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물론 중도 무당파층의 지지를 얻겠지만, 야당 지지층의 마음을 못 얻으면 대선까지 가기 어려울 수 있다.

안철수가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구가하며 소위 ‘뜬’ 이유는 콘서트 때문이고, 콘서트 이름이 바로 ‘공감’이었다. 하지만 정치를 하다보니 정작 본인이 공감능력에 취약했다. 성공한 CEO 출신이 정치를 할 때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자기가 ‘이거다’라고 판단을 하면, 정말 고집스러울 정도로 외골수 스타일이 되는 것이다.

문재인, 비서실장 정치

문재인 대표도 상당히 타격을 받았다. 당을 깨트리고 나간 안철수만의 잘못일까.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무한책임이란 표현을 썼다. 맞는 얘기다. 대표는 무한책임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현실에서 안철수 의원이 나가버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새정치민주연합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민주당만으로 안 되니까 안철수와 손잡은 것 아닌가. 안철수 의원이 나가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도로 민주당’이 되는 것이다. 또 ‘문재인당’으로 비춰지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 뻔히 눈앞에 보인 파국이었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제안하면서 들어주지 않으면 나간다고 통첩파국을 했다. 놔두면 진짜 나가는 것이었다. 무한책임을 가진 당대표 입장에선 무조건 잡았어야 한다. 그게 리더십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쉽지 않은 일을 잘 하는 것이 리더십이고, 문재인 대표는 그걸 못 했다. 

문재인 대표 스타일을 보면 사소한 것에서는 양보를 많이 한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정치를 시작한 2012년부터 쭉 보면 제일 중요한 것들은 내려놓지 않았다. 2012년 후보단일화 할 때 안철수가 양보했다. 안철수가 후보단일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퇴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문재인은 후보등록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통령후보 등록하면서도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왜냐? 떨어질 것을 대비한 것이다. 떨어지면 의원직을 갖고 있어야 버틸 수 있는 발판이 되니까. 다시 대표 맡고 재보선 지고도 책임지지 않았다.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가 사퇴해야하냐, 마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문제를 두고 지겨울 정도로 주류와 비주류가 싸웠다. 야당사에서 자신의 거취문제로 이렇게 오랫동안 논란거리를 제공한 야당대표는 제 기억에 없었다. 비주류가 옳든 그르든, 설혹 흔들기라 하더라도 그렇게 오랫동안 그 문제를 끌고 있으면 그냥 던져버리는 것이 정치인의 길이다. 그래야만 매듭을 짓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가 있다.  

문 대표는 획을 긋는 큰 리더십에 취약하다. 큰 그림을 그리고, 큰 그림을 위해서 먼저 내려놓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것이 없었다. 앞으로도 문 대표에게 남은 문제다. 안철수가 나가는 것보다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상처가 덜 했을 것 아닌가. 그의 입장에서는 전당대회가 말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만약 수용해서 했다면 문재인 대표가 될 가능성이 컸다. 설령 정 무리다 싶으면 대표직 잠시 내려놓고 비대위 운영 등 여러 가지 길이 있었는데, 결국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본다.

양초에 휘둘린 야당

언론에서 두 사람의 초선 의원을 빗대어 ‘양초의 난’이라고 하던데, 비아냥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련의 과정을 보니 맞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두 사람 다 리더십이 아니다 싶었다. 가장 큰 문제는 야당이 양초한테 휘둘렸다는 것. 거대 야당으로 초선, 재선, 중진 등 여러 의원들이 많은데, 두 사람에게 휘둘린 꼴이 되어 버렸다. 다음날 11시에 안철수 의원이 탈당 선언한다고 하니까 밤 8시 30분에 의원총회 열어서 결의문 작성하고, 세 명은 문재인 만나러, 또 다른 의원들은 안철수 만나러 간다고 하는 등 한국 정치사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당에 두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닌데, 두 사람에 의해 당의 운명이 좌우되니까 벌어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야권의 2012년 체제’라고 부른다. 문, 안에 의해 야권의 상황이 주도되어가는, 2012년부터 만들어진 체제다. 이런 것을 이제 야권의 정상화를 위해선 끝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고 생각한다. 문과 안이 끊임없이 반목하고 갈등하며 야권을 휘두르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국민이 총선에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든지, 아니면 양쪽 모두에게 심판을 내리든지. 아무튼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한다.

야당의 파국, 결과에 대한 책임은 두 사람이 분명히 져야한다고 본다. 야권 분열의 이 상황 그대로 내년 총선이 치러진다면 야권은 참패한다. 당장 수도권에서 몇 십개 지역이 여당에게 간다. 호남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호남은 어차피 야권끼리의 경쟁이다. 수도권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드러날 텐데, 수도권에서 국회의원 선거하면 불과 몇 백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불과 몇 백표, 몇 천표로 당락이 뒤바뀌는 상황에서 쪼개지지 않았으면 야당이 차지할 의석 수십개가 여당에게 넘어간다고 판단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야권으로서는 이를 막으려면 막판 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야권 연대가 실패하고 야당이 참패하면 두 사람에 대한 동반 퇴진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 “문-안 시대, 양초의 시대는 끝내자.” 그리고 야권 쪽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찾자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것을 막으려면 문-안 양쪽은 야권 연대를 해야 한다. 총선 이후에는 야권에 대안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고, 손학규 전 대표도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있고, 단체장에 묶여 있어서 그렇지 총선 끝나면 반경이 넓어진다. 총선 결과에 따라 야권의 격변이 예상된다.

YS와 DJ의 리더십

얼마전 YS가 서거했고, 이후 YS에 대한 재평가가 있었다. 많이 공감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YS하면 대통령 때만을 기억하는데, 그래서 IMF 등 아주 형편없는 것들만 떠올려 정치인으로서 평가 절하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사실 그 이전 집권 초기까지 유신독재와 싸웠던 야당지도자로서의 YS, 대통령이 된 이후에 하나회 해체 및 전두환 노태우 구속 등 감히 YS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근자에 양김에 대한 재평가가 회자됐다. 

3김 정치에 대해 비판도 많이 있다. 지역주의 정치, 보스 정치, 계파 정치 등이 폐해로 많이 지적되는데, 그런 지적이 맞다. 반면에 양김이 보여줬던 힘의 정치가 분명 있었다. 지금과 대비하면, 지금의 리더가 갖지 못한 큰 리더십이 있었다. 싸울 때는 진짜 사자처럼 싸우고,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때는 큰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줬다. 큰 획을 긋는, 흐름을 바꾸는 그런 행동을 했다. 필요할 경우엔 이를 테면 당을 깨고 신당을 만든다든가. 이민우 대표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니까 안 되겠다 싶어 YS와 DJ가 손잡고 신당을 만들었고, 제1야당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획을 긋고 흐름을 바꾸는 과단한 정치리더십을 보여줬다. 정치를 끌고 가는 리더십이 참으로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오늘날과 많이 대비된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에 매달려 실제로 행해지는 문제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보다는 파멸로 이끌리기 쉽다.” “함정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여우가 될 필요가 있고, 늑대를 혼내주기 위해서는 사자가 될 필요가 있다.” 군주가 가져야 할 덕목, 지혜를 이야기했던 것인데, 특히 우리 한국정치사에서 ‘사자의 용기’를 가지려는 자는 많다. 그런데 여우의 꾀는 없다. 그래서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막스베버는 정치가에게 필요한 것으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거론했다. 신념윤리는 하나의 대의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자질로 가슴이 뜨거운 사명감을 말한다. 책임윤리는 행동의 결과로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자질을 뜻한다. 우리 정치인들에게 열정은 많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열정이 불타오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임윤리가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 신념윤리를 갖는 이는 많지만 책임 윤리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현 야권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막스 베버가 말한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읽으니 딱 맞는 얘기다. 막스 베버는 “단지 열정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는 - 그것이 제 아무리 순수한 것이라 하더라도 - 정치가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 ‘대의’에 대해 헌신하는 또 다른 형태로서, 대의에 대한 책임성이 행동을 이끄는 결정적인 길잡이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균형적 판단이다”면서 균형적 판단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또 “열정적 정치가를 그저 ‘불모의 흥분 상태’에 있는 정치적 아마추어들과 구분하게 해주는 것은, 영혼에 대한 자기통제력이 있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치적 아마추어들은 자신의 열정만 불타오른 신념윤리로 흥분만 하는 것이다. 결국 영혼, 자기 내면에 대한 통제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신만 옳다는 신념만 갖고 격앙되고 흥분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성, 그리고 균형적인 판단이 이번에 모두 실종됐다. 문과 안, 모두 불모의 정치적 흥분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박근혜, 효녀 리더십

정당정치 이야기하면서 야당을 쭉 살펴봤다. 이젠 여당 차례다. 정당정치 상 취약하고 부실하기는 여당 쪽도 매 한가지다. 여전히 지지율은 40% 정도 나오고 있지만, 전과 비교했을 때 분위기는 매우 다른 것 같다. 대구, 경북 등 영남 쪽에서 절대적이고 고정적인 지지율이 나와 받쳐주고, 60-70대가 뒷받침해주니까 유지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마음이 많이 떠났다. 흔히 중도층, 30-40대 층은 많이 떠난 것 같다. 체감되는 것이 달라졌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시대가 달라졌는데 박 대통령의 사고체계는 1970년대에서 멈춰진 것 같다. 모든 국정 스타일이 1970년대 통용되었던 방식이다. 유신 때 했던 방식이 너무 강하다. 국무회의 하면 야당 호통치고, 또 여당을 호되게 질책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방향이나 리더십이 그 시대에 맞춰 적응하면서 어느 정도는 변화해줘야 하는데 과거의 지점에 멈춰있으니 당혹스럽다. 

이 문제가 정당정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하면, 정당정치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물론 대통령이 보기엔 정당들이 일을 안 하고 국회가 협조를 안 하니까 그래서 화가 나서 질타를 하는 것이겠지만 그럴수록 정당정치가 작동할 수 있는 영역은 더 좁혀지게 된다. 여당이 역할을 못하게 된다. 

사실 여당이 정치력을 가져야 한다. 여당에게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량권을 갖고 야당과 주거니 받거니 협상을 하면서 들어줄 것은 들어주고 관철시킬 것은 관철시키고 타협을 잘하는 것이 여당의 능력이다. 과거에 잘 하는 여당이나 지도자들은 이것을 잘 해냈다. 협상을 하면서 적절한 지점에서 들어줄 건 들어주면서 주도권은 여당이 갖는 타협을 해 결과를 내는 여당의 능력을 보여줬다. 그래야만 정국을 풀어나가는 동시에 원활하게 국정이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여당이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야당이 여당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와 입장이 달라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화내고 질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는 그걸 풀어야 한다. 여당이 중간에서 재량을 갖고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정치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유승민 원내대표는 쫓겨났고 김무성 대표는 완전히 충성으로 돌아섰다. 대표가 된 초반에는 큰 소리 치며 자신만의 정치력을 보여주려 했으나, ‘섣불리 하다가는 대선후보 자격도 다 날아가게 생겼구나’, ‘박 대통령한테 한 번 밉보이면 다 끝이구나’ 하는 위기의식을 지닌 후에는 바짝 엎드리는 저자세로 바뀌었다. 이게 성과가 있을지 여부는 모르겠다. 청와대에선 여전히 맘에 드는 눈치는 아닌 것 같다. 총선 이후 대선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는 김무성 대표와 여전히 의심쩍은 청와대 등 한 편의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다보니 정당정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야당은 정치리더십의 취약이, 여당은 여당대로의 자기 운신의 폭이 없고 굉장히 답답한 상황이다. 정당정치가 잘 정착이 되었다면, 앞으로가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정치는 생물과 같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게 정치라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내년의 정치가 어떻게 되고 내년 총선이 어떻게 되고 등은 예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안개 속이다. 

2016년 4월 이후

야권의 대선후보가 오리무중이다. 안철수, 문재인이 될 것인가, 박원순, 아니면 손학규가 또 나오는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리무중이다. 여당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김무성 대표지만, 정치도 하지 않는 반기문 사무총장  얘기가 나오고 갑자기 친박 쪽에서는 이원집정부제 개헌 이야기가 나와 반기문 대통령에 친박 총리설도 나온다. 불과 1~2년 뒤 이야기인데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대통령 선거는 치루는 것인지, 개헌되면 대통령 선거도 없는 건 아닌 지... 만약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3분의 2인 200석을 넘는다면 개헌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정당정치가 정상화되고 정착이 되었다면 이렇게 불확실하진 않았을 것이다.

여야 막론하고 리더십의 공동화다. 결국은 새로운 리더십이 치고 올라와야 한다. 우리 정치에서 고질적인 문제는 새로운 리더십이 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새로운 가능성으로 반기문 사무총장 이름이 많이 나온다. 청와대와 친박은 김무성 대표가 대통령이 되길 원치 않아서다. 그렇지만 친박 쪽에서는 대표로 내세울만한 선수가 없기에 카드 중 하나로 반기문 총장 얘기가 거듭 나온다. 고사 의사를 내비쳤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다. 될 가능성만 있다면 모셔가겠다는데, 거절할 사람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의 경우, 과연 ‘(정치판에) 끼어들었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UN 사무총장 할 때는 잘 나갔지만, 일단 뛰어드는 순간 아주 혹독한 검증의 공세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제껏 봐 왔듯이 하루아침에 망신만 당할 수도 있다. 

여당 쪽에서 유승민 의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리더 가능성. 여당 안에서 고초를 겪고 있고, 지금도 당장 내년 총선에서 대구에 살아남을지 어떨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살아남는다면 총선 이후 급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많은 걸 갖춘 의원이다. 극단적인 대결만 있는 정치판에서 여당 쪽에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드문 정치인이다. 본인의 탄탄한 중심과 함께 갖춰진 내실이 많다. 그래서 여야를 넘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도층에서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다음 대선의 후보는 무리일 것 같다. 아직은 여당에서 요긴한 역할을 하는 리더급으로 부상을 하고, 아마 2017년 이후 그 다음 번 정도는 상당히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야당 쪽에서의 1순위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면, 문과 안이 주도하는 정치의 쇠퇴가 이뤄진다면 그 대안으로 떠오를 사람이 바로 박원순 시장일 것이다. 야권에서는 그 가능성이 가장 크다. 왜냐하면 박원순이 가진 야권 내의 강점이 초당파적인 지점에 있다. 주류나 비주류나, 친노나 비노나 다 거부감이 없다. 야권의 현실에서 가장 큰 강점이다. 안철수가 총선에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박원순의 대선 등판 여부가 크게 영향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에 손학규 전 고문이 있는데, 정계 은퇴를 번복하고 뛰어든다는 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자기가 뛰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자기를 필요로 하는 판이 만들어질 때 뛰어들 가능성이 제법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판이 만들어질지 여부는 가봐야 안다. 현재로선 알기 어렵지만, 손 고문이 나설 가능성은 제법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정치적 경륜도 있고, 문과 안이 무너졌을 때 주류나 비주류를 넘어서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다. 

안희정 지사의 경우는 문재인 대표가 무너졌을 때 친노쪽에서 선수교체 차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친노라는 딱지가 문제일 수 있다. 그래도 문재인 대표보다 휠씬 계파색이 옅다. 안희정은 친노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친노 외의 외연을 넓혀야한다는 것을 지론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유연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문재인 대표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여론조사하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기초단체장으로는 드물게 지지율이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노선이 전체를 아우르고 야당의 취약점인 중도층을 견인해 외연을 확장시키는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어서 2017년 대선 후보로는 너무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착실한 득점을 해야 할 경우라 본다. 

이렇게 기존의 리더십 외의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 줄 선수들이 없는 건 아니다. 내년 총선 이후의 결과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 4월 이후 정치권은 격동의 시기를 새롭게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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