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서민들의 훈훈한 소식에 세밑 추위도 잠시 잊을 수 있는 요즘, 모범을 보여야할 그룹 오너들의 부도덕한 행실 소식으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국가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투철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기업 오너들이 기업을 자신의 것으로만 생각하고, 도덕적 해이에 빠지게 되면 국민들은 그와 같은 기업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 기업은 발전은 고사하고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을 결심했다는 뉴스가 확산되고 있다. 이혼은 그야말로 순수하게 ‘개인적인’ 것이기에 이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지는 것은 소모적일 뿐이다.

하지만 이혼 사유가 그 흔한 ‘성격 차이’가 아닌 다른 뭔가가 있고, 여기에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두 집 살림’ 얘기까지 나오면서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최 회장은 이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았다”고 밝혔다. 알려진 바대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수년째 별거를 해왔다. 결혼은 했지만 결혼생활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최 회장이 비난을 받는 것은 단순히 이혼을 하는 자체에 있지 않다. 문제는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을 이어오면서 그 사이 한 여성을 만나 혼외 자녀까지 뒀다는 데 있다. 유교 사상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부부이면서도 이를 정리하지 않고 다른 여성을 만나 자녀까지 뒀다는 사실에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최 회장 본인도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자신의 잘못을 정확이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다”고 해명했다.

최 회장의 해명에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또한 더 큰 일이 생기면 기업도 등한시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이 최 회장이 올해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지 몇 개월 만에 이런 구설수에 오르며 SK그룹 임직원,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누리꾼들은 최 회장의 이혼 관련 소식에 “다음에는 또 뭘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려나”, “서민들이 재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또 한 번 싸늘하게 식을 것 같다”라는 비판을 넘어 “진짜 로맨스를 즐기셨네”라는 비아냥거리는 얘기까지 쏟아지고 있다. 여론은 최 회장의 자업자득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심지어 최 회장이 그동안의 모습마저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한 얘기도 퍼지며 재벌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실형을 선고받은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도 재벌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며 공분을 샀다.

이 전 부회장은 최근 1심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부회장이 재산 강제집행을 예상하고 이를 피할 목적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반출한 것으로 봤다.

미술품이 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 계열사, 일반투자자의 피해 복구에 쓰일 재산이었지만 이 부회장은 매각 대금을 변호사비, 세금 납부, 생활비 등에 쓰며 사적 이익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자금난을 겪던 회사 사정을 호전시키기 위해 기업어음(CP)를 무더기로 발행해 채권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도 모자라 남은 재산을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가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썼다는 것에 비난 여론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간혹 재계에서는 국민 사이에 깊게 뿌리박힌 ‘반(反)재벌 인식’으로 인해 기업을 이끌기가 힘들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갑을 관계’, ‘시장 독과점’과 같은 시장경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 최 회장과 이 전 부회장처럼 ‘도덕적’인 문제로 인해 반재벌 인식이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한다면 이는 자신만이 아닌 재벌 전체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노소영 관장이 가난한 살림을 함께 꾸려온 조강지처(糟糠之妻)라고 불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그동안 기업가의 아내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 개인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최 회장의 이혼 뉴스는 결코 본인에게도 SK그룹에게도 좋지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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