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은 막겠다는 결심 간직하고 경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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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총선정국이 3당 구도로 정립되어 가는 모습이다. 당초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 여러 전망들이 있었지만,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새정치민주연합과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 되면서 가닥은 잡혀가는 듯하다. 물론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의 행보가 앞으로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따라 지지율은 언제든지 출렁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총선정국은 현재로서는 예측불허의  시계제로 상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아마도 설 연휴를 지난 정도 시점이면 새누리당을 포함한 3당의 의미있는 지지율 추이가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안철수 신당은 이제 총선정국의 상수가 되었고, 3당 구도를 전제로 총선판도를 전망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두 야당 세력과 그 지지층이 서로를 인정하는 위에서, 분열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3당 구도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 서로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 공방은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지지층이 각기 있음을 인정하고, 오히려 자신의 지지층이 왜 이것 밖에 되지 못하는가를 성찰하는 모습이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감정싸움은 향후 어떤 식으로든 거쳐야 할 야권 선거연대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자중자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야당 세력 가운데서 누가 앞서게 될지 모르겠지만, 상대에 대해 욕만 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사정이 다급해지니 손잡자고 하면 일이 성사되겠는가. 지금은 설혹 미워도, 나중에는 다시 연대해야 할 수밖에 없는 세력이라는 생각을 갖고 서로를 대해야 한다. 이제는 적대하는 모습보다는, 누가 더 국민의 마음을 얻느냐를 놓고 혁신경쟁을 벌이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야권이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것은 3당 구도 아래에서도 자신은 승리할 수 있다는 착시 이다. 특히 여야간 접전 판세가 펼쳐지곤 하는 수도권에서는 3당 구도는 야권의 필패를 의미한다. 새정치연합과 안철수 신당 가운데서 어느 쪽이 앞서든 간에 대부분의 선거구에서는 2등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두 야당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상대를 앞섰다고 해서 그대로 상승세를 타서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면 오판이다. 양김의 분열 속에서 치러졌던 1987년 대선에서 등장했던 ‘4자 필승론’이 말도 안되는 허구였음이 개표 순간 여지없이 드러나고 만 것이 좋은 학습 경험이 될 수 있다.

두 야당은 최소한 수도권에서는 후보단일화 연대를 반드시 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갈등을 빚다가 결별한 세력이 다시 연대한다고 하면 국민의 시선도 곱지않을 것이고, 특히 안철수 신당 지지층 가운데 일부는 다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선거연대는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수도권 연대조차 없이 그냥 선거를 치렀을 때는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을 얻어 단독 개헌선 확보하는 사태가 가능해질 것이다. 반대로 야권 연대를 했을 때는 새누리당의 의석이 180석을 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아니, 야권으로서는 지지층의 확장도에 따라서는 그 이상으로 반전되는 결과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야당끼리의 경쟁에만 눈이 멀어 연대를 거부했을 경우에는 새정치연합도 안철수 신당도 공멸하면서 역사에 죄를 짓게 된다. 그랬을 때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함께 책임을 져야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끝까지 단독 완주하는데 대한 유혹은 안철수 신당 세력이 더 클 수 있다. 지지율이 호조를 보일수록 이 참에 새정치연합을 꺾어놓겠다는 생각이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지막까지도 선거연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소탐대실의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야권의 공멸 속에서 2등을 한들,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설혹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린들, 공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입장이 될 것이다. 물론 새정치연합이 어떻게든 제1야당의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는 태도가 야권연대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도 우리는 감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설혹 제1야당 지위가 흔들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해도, 그것이 무서워 공정한 연대의 조건을 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지금은 야권 연대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일단은 각 세력이 경쟁 속에서 자기의 지지기반을 넓히며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일을 해야 할 때이다. 섣부른 야권연대론은 야권지지층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 세력 전체의 마음 속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멸은 막아야 한다는 확고한 결심들이 간직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야권 상황은 위기이면서 기회이다. 야권 분열 속에서 공멸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위기이고, 막판에 야권 연대만 이루어진다면 기정사실화되었던 야권의 참패가 막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회인 것이다. 문제는 야권의 리더들이 이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관리해나갈 것이냐에 달려있다. 2012년 대선정국에서 보여주었던 수준의 리더십으로는 위기관리에 실패할지 모른다. 그래서 지켜보는 국민들이 불안한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도 야권연대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솔로몬 재판의 진짜 어머니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새정치연합이든 안철수 신당이든 명심하고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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