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기 한국정치의 미래, 그리고 대선


동국대·상생과통일포럼 리더십 최고위과정 5기 10번째 강의는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맡아 ‘저성장기 한국정치의 미래, 그리고 대선’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안 교수는 “저성장의 시대에 들어선 한국에서 시대의 추세와 인생의 복잡함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주도하는 현재의 한국 정치는 희망이 없다”고 역설하고 “새로운 감수성을 가지는 청년세대에게 힘을 주는 자가 성공할 것이며 희망은 천천히 아래로부터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의 강의내용이다.

정치전문가보다 정세를 더 잘 파악하는 법

어떤 사건 또는 상황을 단기적으로만 분석하고 자신의 분야에만 매몰되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해 정확한 정세분석을 할 수 없다. 시대를 잘 이해하고 싶으면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봐라. 영화는 가타리가 말한 가난한 자의 병원이다. 영화를 통해 상상력과 욕망의 심층 세계를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독특한 기질과 정서를 가장 잘 분석한 작품인 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보라. 그 드라마에서 재벌 딸 ‘서윤’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꿈과 장점, 한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큰 상상력과 질문이 빠진 사회이다. 전 세계적으로 그렇지만 특히 한국은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오늘날 급진 혁신의 기업가들인데 이들은 한국의 천민자본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한다. 테슬러사의 Elon Musk 회장이나 알리바바의 마윈 등이 그런 유형이다. 한국 사회는 큰 상상력과 깊은 사유를 복원해야한다. 이를 기업가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이제 대담한 상상을 제기하고 행동에 옮기는 혁신가들이 주도해야한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던 486시대는 끝났다. 그런데 야당은 그걸 모른다. ‘진보 vs 보수’의 구분, ‘진보’ 대 ‘중도’의 구분은 때로는 한국의 리얼 정치를 잘 설명해주지 못한다. ‘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애티튜드를 가지면서 현장의 인생을 아는 자 vs 모르는 자’의 구분으로 오히려 한국정치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시대정신과 직관, 애티튜드, 퍼포먼스 중요성 - 하벨 전 대통령의 정의  

정치는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직관도 중요하다. 태도(Attitude)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성과(Performance)가 중요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신진보주의 시대에 대한 감각과 21세기형 퍼포먼스도 좋았고,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여줘 임기 말임에도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art of improving ours

시대정신: 산업화, 민주화와 보수주의 포퓰리즘을 넘어 민주공화로 이행

과거 우리가 못살던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엔 “우리도 잘 살아보세”가 시대정신이었다. 이후 민주화를 열망하던 시절엔 노무현 변호사의 <변호인> 영화처럼 “인간답게 살자”가 시대정신이었다.  요즘은 “Good old days”, 즉 복고의 시대이다. Good old days의 핵심은 위대함이다. 그래서 2012년 대선에서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을 입은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요즘 미국 대선에서 나타나는 트럼프(Trump) 현상의 핵심은 ‘Make America Great’(미국을 다시한번 위대하게)이다. 다음 미국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Robert Reich 교수는 민주당, 공화당을 넘어 기괴한 인물이 2016년 이후 2020년대에 나타나 미국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미 2020년이 아니라 2015년에 나타난 트럼프 현상은 미국이 매혹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역동성이 쇠퇴하면서 심각하게 망가져 있음을 징후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한국도 저성장시대를 맞고 있다. 헬(Hell)조선의 시대이기 때문에 미국의 트럼프처럼 참주선동가들이 다양한 형태로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위대함의 새로운 정의를 둘러싸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는 Small politics를 극복한 진보의 위대함으로 승리했다. 한국에서도 오바마 형태의 위대함을 찾는 작업이 벌어질 것이다. 만약 반기문 사무총장을 정치적으로 등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는 그런 위대함의 복원에 대한 열망을 이용하는 정치공학이다. 글로벌 리더십, 한반도 미래 등이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20대, 30대 세대는 글로벌(Global)한 것에 대한 열망이 있다. 우리도 한번 글로벌하게 잘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야권에 강력한 후보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일정 정도 파괴력을 지닐 수도 있다. 다만 과연 그의 등장이 양극화 등 2017년의 중요한 시대정신과 조응하는 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시대의 결: 새 에너자이저는 누구인가? 

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는 “저 인간은 에너지 레벨(level)이 낮아서 안돼” 라고 말한다. 에너지를 사용해야 사람이 제대로 기능한다. 무기력한 한국에 활력을 줄 수 있는(Energizing) 정치인은 누구인가? 디스토피아를 벗어날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리는 사람이 성공한다. 지금 시대 특히 요구되는 기업 CEO나 대통령은 Energizer in chief이다.

시대정신: 공감에서 우주적 상호연결로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시대정신은 공감에서 지구적 상호연결감과 지구적 책임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20세기는 공감의 시대였고, 21세기는 시민참여(Engagement) 시대이다. 하지만, 공감은 한국엔 오지도 않았다. 한국의 미래형 지도자는 공감과 시민참여를 동시에 이루고 나아가 지구적 상호연결감, 책임감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왜 한국의 야당은 부단히 실패하는가? 

DJ에 이어 최근 YS의 죽음이 상징하듯이 과거 거인들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스몰 폴리틱스의 시대이다. 한국 야당은 입만 열면 정권 심판과 민주화를 이야기한다. 이제 민주화를 넘어 더 인간다운 시민공동체의 꿈, 즉 공화주의의 꿈과 애티튜드로 나아가야하는데 아직 그러한 태도를 내면화하지 못했다. 이러한 과거적 태도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 및 배경을 가진 정치세력들을 통합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왜 한국의 여당은 부단히 선거에서 성공하고 국정에 실패하는가? 

한국의 여당이 최근 부단히 선거에서 이기는 이유는 권력의지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모든 고수는 몸살이 걸릴 정도로 생각하고 결기를 가지고 하기 때문에 성공한다. 야당은 간절한 꿈과 프로적 태도를 오래전 상실했다.  

정치 리더십 문제에 대한 싱거운 대답, 공감과 소통 부족 정치에 대한 대답 - 유럽식 제도의 결여?

한국은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나라다. 그래서 유럽식정당제도가 도입되고, 대선 등에서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한국의 정치제도가 발전하고 그래서 한국의 정치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개헌과 선거법 개정도 이뤄지고, 빅데이터 시스템이 도입되면 한국 정치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일리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도입되기 전까지 제도를 무작성 기다리는 태도는 옳지 않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과 공백은 혁신가형 리더십 및 정치블록의 등장으로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길게 보고 사람을 키우고 새 혁신의 촉매가 되는 작은 실험을 축적하는 일이다. 
 
다가오는 파국: 헝거 게임인가

한국의 기존 정치와 경제는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 과연 한국은 기업국가 하에서 다수 시민들은 분할 통치되는 헝거게임(The Hunger Games)이나 메이즈 러너같은 디스토피아의 우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진보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까? 미국은 일각에서 심지어 새천년 세대의 등장, 에너지 혁명 등으로 새로운 진보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주장까지 등장한다. 한국이 새로운 길을 열어갈려면 미래 청년세대에 힘을 실어주는(Empowering) 자가 성공한다. 희망은 고통스럽지만 천천히 아래로부터 올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