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전당대회’ 한다고 달라질 것 있을까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임시지도부’ 제안을 거부하고 ‘혁신 전당대회’를 역제안했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과 문 대표가 함께 전당대회에 나와 누구의 혁신이 진짜 혁신인지를 가리고 그에 따라 다시 대표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문 대표가 추진해온 혁신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고, ‘문-안-박’ 연대를 하더라도 결국 문 대표 중심으로 총선을 치른다면 필패라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 모습으로는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전당대회를 열어 당권경쟁을 하자는 주장은 부적절해 보인다.

첫째, 현재의 시국은 제1야당이 당권경쟁에 빠져들어도 좋을 때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가 본격화하여 민주주의의 위기가 초래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야권 내부의 경쟁보다는 협력의 요구가 우선되는 시기이다. 전당대회를 하고 당권경쟁에 들어가면 최소 한 달은 거기에 발목이 붙잡혀야 되는데, 지금 그래도 되는 상황인지 의문이다. 다들 경선운동하고 다니면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둘째, 지금 전당대회를 열어 그것도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이 직접 격돌하는 당권경쟁이 되면, 누가 대표가 되든 단합은 고사하고 분열의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두 사람 사이의 당권 대결은 당을 두 동강 낼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정서적 대립이 심각한 양측 지지층 사이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아무리 결과에 대한 승복을 외쳐도, 양측은 서로 쳐다보지 않는 관계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단합의 전기가 되기 어렵다.

셋째, 여러 댓가를 치르면서 전당대회를 하더라도 누가 이기든 막상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새정치연합 내부의 대안부재 상황은 다들 아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박원순 시장이 대표경선에 나올 수도 없는 것이고, 손학규 전 고문이 뛰어들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은 문재인-안철수 대결이 된다. 설혹 안철수 전 대표가 비주류의 지원 속에서 당권을 잡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과연 총선 승리의 동력이 생겨날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표와는 또 다른 이유에서 등을 돌리는 층들이 생겨날 것이다. 문재인의 당권을 빼앗고 올라서는 안철수 체제로는 야권 지지층 결집이 그리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자칫 문재인 체제의 한계보다 더 큰 한계에 봉착할 위험마저 있다.

기본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누구도 혼자의 힘만으로는 당을 이끌고 나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문재인이든 안철수이든, 그 누구든, 리더십의 기반이 지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직은 협력과 연대의 큰 기조 위에서의 경쟁이 함께 사는 길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지금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전당대회를 열어 정면대결을 할 때가 아니다. 그럴 힘이 있으면 박근혜 정부의 공안통치를 저지하는데 다 함께 나서야 할 때이다.

물론 새정치연합의 상황에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문 대표의 책임이 크다. 진작에 큰 그림 속에서 자기희생을 포함한 결단들을 내리지 못하는 안이함과 우유부단함만 보이다가, 결국 급해지니까 쫓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제적으로 결단할 줄 모르고 언제나 상황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무엇인가를 내놓는 그의 정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리 없다.

어느 한쪽의 고정적 지지자가 아닌, 보통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문재인과 안철수의 갈등과 대결은 이제는 식상하다. 두 사람의 경쟁은 더 이상 역동성과 신선함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피로증만 심어주기 때문이다. 두 사람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이전과 같지 않음을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전당대회를 열어 문재인과 안철수의 한판 승부를 벌리는 것은 국민 다수의 피로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동안 두 사람이 보여온 경쟁과 갈등의 모습이 과거 YS-DJ의 경쟁의 수준에 비할 바가 못되기 때문이다. 멋있는 승부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우선 안철수는 ‘혁신 전당대회’ 요구를 거두어 들이는게 옳다.그리고 문재인은 자신이 드러낸 정치적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제라도 백의종군을 포함한 큰 그림을 그리며 일신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 가능만 하다면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 모두 내년 총선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야권을 통합시킬 수 있는 '제3의 대안'을 당의 얼굴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그래야 야권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야권에는 문재인-안철수만 있는 것이 아닌데, 언제부터 우리의 운명이 두 사람에게 저당잡힌 신세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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