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은 모으고, 물갈이는 과감하게

<사진=연합뉴스></div>
▲ <사진=연합뉴스>

이번에도 또 못난 야당 때문에 2012년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인가. 유신시절을 방불케하는 박근혜 정부의 과거회귀 통치에 대한 민심 이반은 확산되고 있건만,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에서 180석 확보를 장담하며 야당을 조롱하는가 하면, 이러다가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어 단독 개헌 의석을 확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모든 잘못들이 야당의 총선 패배로 면죄부를 받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보아도 묘책이 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기들 스스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감동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냐만, 여전히 아무도 내려놓을 의사는 없어 보인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 불신에 대한 책임을 의식한다면 혁신안이 통과된 이후 자기 희생의 내려놓기나 불출마선언이 이어지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혁신안을 이끌었던 주류 측의 그 어느 곳에서도 불출마를 입에 담는 사람은 없었다. 당권을 가진 쪽이 솔선수범을 해야 물갈이에 대한 저항도 넘어서고 그러는 것인데, 모두가 각자 살 길을 찾는 모습이다. 혁신안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비주류 측도 마찬가지이다. ‘친노’는 이제 오히려 비주류의 방패가 된 느낌이다. 이들은 모든 문제를 ‘친노’로 연결시키며 자신들을 물갈이의 성역으로 만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인물도 세력도 없어 보인다. 결국 기대의 수위를 낮추어 현실적인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첫째,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연대는 그 근본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연대가 갖는 한계는 명확하다. 권력 내려놓기가 아니라 권력의 공유라는 방식을 통해 위기를 탈출하려는, 감동없는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것이 거부되었을 때 새정치연합은 더 힘을 잃은 상태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제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손학규 전 고문이라도 십고초려하여 총선의 얼굴로 세우면 그래도 모르겠지만, 문 대표가 결심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도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설혹 비주류의 요구를 받아들여 문 대표가 사퇴한다 해도, 대안 부재의 상황이다. 자칫하면 더 나쁜 최악의 상황으로 표류할 위험이 크다. 일단은 힘을 모으는 봉합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어차피 시장직에 묶여있는 박원순 시장의 역할이야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3자의 연대는 새정치연합의 기사회생을 가능케 할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은 새정치연합을 무너뜨릴 시기가 아니다. 안철수 전 대표도 3자 연대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3자 연대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모색되어야 한다. 아무리 3자 연대가 성사된들 국민에게는 식상해 보일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주도하는 것도 아니요, 결국 문재인-안철수 연대가 중심이 될텐데, 두 사람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2012년처럼 파괴력을 가진 동력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어디까지나 총선승리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3자 연대가 성사된다 해도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신선한 정치적 결단들이 따라줘야 한다. 예를 들면 손학규 전 고문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든가, 문-안 두 사람이 대선불출마, 대표직 사퇴, 지역구 이동 출마 등의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결단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3자 연대는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셋째, 총선 물갈이는 과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새정치연합에서는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평가작업이 시작되었다. 규정대로라면 현역 의원 가운데 20퍼센트는 공천에서 탈락된다. 이를 둘러싸고 비주류 측에서는 자신들을 겨냥한 보복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폭이 20 퍼센트라면 역대 총선에 비교해도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 여당과의 혁신경쟁 속에서 그 정도의 물갈이도 하지않고 어떻게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물론 물갈이가 능사는 아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야당에 도움이 되는 의원들은 당연히 그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이름 석자도 기억이 나지 않는 의원들도 야당 안에는 수두룩하다. 단지 비주류라는 이유로 그들이 보호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또한 물갈이에 대한 승복을 위해서는 당권을 가진 쪽에서 자기 쪽 사람들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평가의 공정성만 철저히 지켜진다면, 물갈이의 폭은 클수록 좋다.

 20대 총선이 이제 다가오고 있다. 제1야당의 현재 상황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마냥 따지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이제는 정리할 문제들은 정리하고 현실 속에서 가능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선거를 치르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서로 갈라서는 것 보다는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우선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통합이 필요하고, 최종적으로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서 가능하면 여야 1대1 구도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게 된다면 국회 선진화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200석을 얻게 된다면 친박 장기집권 개헌이 가능해지는, 말 그대로 1당독재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그것을 막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