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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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벗어난 국회의원들의 언동

지난 11월 14일 광화문에서 벌어진 시위현장에서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살수차를 동원해서 시위대를 향해 직격 살수를 퍼붓는 과정에서 농민이 치명상을 입고 중태에 빠지는 불상사가 발생을 했다. 현장을 목격한 다수의 시민들은 경찰이 시위대의 얼굴을 향해 가까운 거리에서 엄청난 압력의 물 폭탄을 퍼붓는 것은 단순한 과잉진압 차원을 넘어선 공권력으로서 최소한의 금도조차 지키지 않은 살인적인 행위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우측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농민 백남기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책임자는 아직도 중태에 빠진 농민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시위 주동자 체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도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지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사후에 사과를 했고 그 책임이 중할 경우에는 경찰의 고위 관계자가 문책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경찰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 버티는 것은 정부와 여당이 일제히 경찰의 과도한 시위진압 행태를 옹호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경하게 시위대를 몰아붙여야 한다고 부추기는데 기인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미국에서는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면 사정없이 팬다", "총으로 쏴 시민이 죽어도 정당성이 인정되어 불기소된다"고 말한 바 있다. 오늘 같은 당 이한성 의원은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 청문회 석상에서 "미국 사회에서는 경찰관이 범죄를 진압하다가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로 죽는 사람이 한 400명이 된다고 한다"며 "우리는 너무 무법천지가 됐다. 이렇게 해가지고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법질서가 없는 나라다, 이렇게 비춰지기 딱 좋다." 고 말하며 경찰의 강경진압을 부추겼다. 

아무리 집권당이라고 하지만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국가에서 경찰이 국민에게 '총으로 쏴도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런데 오늘 새누리당의 김도읍 의원은 김수남 검찰총장 청문회 석상에서 위중한 상태에 놓인 백남기씨가 다친 것이 물대포의 직격 살수 때문이 아니라 소위 일간베스트(일베)에 의해 시중에서 떠도는 루머처럼 마치 다른 시위대의 폭행으로 인한 것인 양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같은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대에게 폭동이나 소요죄를 적용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여당의 국회의원들 그중에서도 검찰과 경찰 출신 의원들의 입을 통해 이러한 언사들이 여과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은 민생파탄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을 잠재우고 10만 이상의 국민들이 모인 광화문 시위가 일부 과격분자의 소행인 양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도가 지나쳐서 상식을 벗어날 경우 오히려 국민적 공분만 더 키울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인식부터 깨뜨릴 수 있어야 할 것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국민은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권력의 눈치만을 보는 것은 차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이 소속한 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충성경쟁을 펼치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본선에서 국민의 표를 의식하기 보다는 당내 경쟁에서 살아남아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내뱉는 언사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또한 도를 넘으면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이웃이자 동료일 수 있는 다른 시민들을 향해 공권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지역을 넘어선 범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의 막내딸이 SNS에 올린 글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근데 아빠..왜 저렇게 다쳐서 차갑게 누워있어? 시민이자 농민으로서 해야할 일을 한 건데 왜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피까지 흘리며 누워있어? 뭘 잘못한 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누가 그랬어?"라고 절규하고 있다. 성난 시위대를 막아야 하는 경찰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진압과정에서 저토록 심각한 중태에 빠진 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소한 민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만이라도 거꾸로 시위대가 때린 것이라는 둥, 폴리스 라인을 벗어나면 패야한다는 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는 상식을 벗어난 언동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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