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국민을 가르는 분열의 정치의 도구인 것인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정부는 자라나는 세대들이 좌편향 된 교과서를 통해 그릇된 역사관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통해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교육부 차관은 경질이 되었고 황우여 장관에 대한 경질설마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단순히 교육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진행된 것이 아님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이미 청와대 5자회동이나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일심동체가 되어 앞장을 서고 있으니 쉽게 그 뜻을 꺾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여당 측 인사들이 내놓는 언사들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금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역사학자 90%가 좌파’라는 말했고, 국정교과서 반대가 ‘적화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이정현 최고위원의 주장도 나오더니 급기야는 "북한은 대남공작기관을 통해 국내외 친북단체 및 개인 등에 국정화 반대 총궐기 투쟁을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서청원 최고위원은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세력을 좌파 또는 북한의 조종을 받는 사람들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에는 그 대상이 너무나 광범하고 논리는 치졸하며 새누리당 내부에 조차 반대론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의 수뇌부에서 쏟아내는 말들이니 이것이 단순하게 표현이 거친 정도가 아니라 국민들을 좌와 우로 나누겠다는 고도의 계산을 깔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 여당이 이처럼 살벌한 언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은 요원의 불길처럼 확산 일로에 있다.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와 종교계 그리고 배우는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열에 나서고 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대구 경북을 제외한 부산에서까지 반대 여론이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 여당이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북한의 조종을 받아 움직인다고 말하는 자체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지식인과 석학들도 우리나라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 이들 또한 좌파이고 북한의 조종을 받고 움직인다는 것인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전투에서는 이길지 모르지만 전쟁을 이기긴 어려울 것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서 보수와 진보의 진영 구도를 좌익과 우익으로 만들면 좌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고 우가 안정적인 집권을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전략으로 전투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전쟁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친일세력과 독립운동 세력에 대한 평가가 역사교과서를 바꾼다고 달라질 수 없을 것이고 5.16 쿠데타가 혁명으로 다시 미화되지도 않을 것이며 유신독재를 찬양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과정을 통해 그들이 감추고 숨기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무엇인지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국정과 검인정이 어떻게 다르고 역사 교과서가 왜 중요한지 알지 못했던 많은 국민과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이 깨닫게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최소한의 양식을 가진 학자라면 국정 교과서 집필에 나서기는 어렵게 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인문학의 뿌리이고 우리나라 선비정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역사를 정권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의 전략이 성공하여 총선에서 승리해서 권력을 유지하고 대선에서 다시 승리해서 정권을 재창출한다고 하더라도 절반에 가까운 국민을 적대시하고 역사를 좌지우지하려던  이 엄청난 과오는 결코 쉽게 덮여지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대참사가 있었지만 지방선거를 승리했으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간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가가 왜 존재하는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오히려 더 깊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엇을 위해 역사에 대한 해석까지를 독점하고 지배하려 했는지에 대한 반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그 교과서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런 교과서 국정화 관철을 위해 이렇게 나라를 소용돌이에 빠트리고 민생을 팽개치는 것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