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법정 공방까지 벌이며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법정 공방까지 벌이며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왕자의 난은 끝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한 말이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한 의원이 왕자의 난 재발 가능성을 묻자 “왕자의 난은 끝났으며 재발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있게 답변했다.

당시 정무위 국감장에 있던 국회의원이나 기자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신동빈 회장 말을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국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전근대적 ‘황제경영’에 따른 경영권 분쟁이 우리 사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왕자의 난이 끝났고 재발 가능성도 없다’는 신동빈 회장 말은 허언으로 드러났다. 신동빈 회장이 국감장에서 의도적으로 거짓 증언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결국 거짓말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이 편을 짜서 신동빈 회장과 벌이는 진흙탕 싸움은 ‘1차 왕자의 난’보다 훨씬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 살 아래 친동생인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일본 롯데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막장드라마’를 직접 연출하는 듯 보인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동주 부회장은 지난 8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히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14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광윤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연달아 열어 신동빈 회장을 광윤사 등기이사에서 해임하고, 자신이 대표이사 자리에 꿰찼다. 광윤사 주총 뒤에는 한국에서 롯데그룹 측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쟁탈전을 벌였다.

지난 28일에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법정에서 둘이 대면하지는 않았으나 양측 변호인들의 치열한 법리 논쟁이 펼쳐졌다. 재판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7월 말 불거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해를 넘겨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만난 롯데 계열사 임직원들도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팀장급 한 명은 “계열사 직원 입장에서 자세한 내막을 알 수 답답할 뿐이다. 빨리 해결되길 바라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한숨을  말했다.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짜증이 난다는 국민이 많다. 롯데 사태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멀어진 듯하다. 롯데 입장에선 국민의 관심을 덜 받고 조용하면 더 좋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민이 롯데에 짜증을 내면서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면 결국 총수 일가한테 손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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