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군사적 우위 집착 버리고, 북은 비핵화 받는다면 평화체제 진전 있을 수도"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10월 27일 이승환 민족화해협력위원회 공동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승환 대표는 지난 8월 25일 남북이 합의한 것은 군사적 위기를 해소하는 의미 있는 성과이지만 양측 ㅂ모두가 전쟁의 전치에 기초한 임시합의, 긴급합의 성격이 강하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든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작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그 점에서는 우리 정부가 더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북이 평화협정 체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이 시점이 남북관계 진전의 고비가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남측은 외교적 무능에서 벗어나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고 북은 비핵화를 받아들이면서 평화체제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될 것이라 당조했다.     

 이승환 민화협 공동대표를 모시고 인터뷰를 갖겠다. 우선 올해 남북관계 대단히 위태로운 지경까지 갔다가 지난 8.25 합의 성사 이후 새로운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국면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이상가족 상봉 이외에는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것 같다. 지난 10.16 박근혜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대북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북한이 크게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 

- 일단 8.25 합의가 한반도 군사적 위기를 해소한 대단히 의미 있는 합의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합의는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역설적인 의미도 갖는다. 첫째는 북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고 남은 휴전선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합의했지만 나머지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은 당국간 회담에 미뤄둔 임시 합의이고 긴급 합의의 성격이 매우 강했다. 그래서 이 합의는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당국간 회담으로 미뤘기 때문에 이 합의를 통해 남북이 새로운 약속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둘째는 이 합의 이르는 과정이 남북이 모두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 상대를 끌어낸 전쟁의 정치를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 합의 이후의 남북관계는 그 전도가 불안정한 것이었다. 북은 지도자에 대한 심리전 방송을 시급히 중단시켜야 했기 때문에 준 전시상태 선포를 비롯해서 군사적 대응을 강화했던 것이고 남은 목함지뢰 사건 이후에 지금 UN사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불확실한 포격을 이유로 대대적인 포격을 했고 휴전선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했고 이에 대해 북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자 이에 대응해서 추가 포격을 준비하는 등 전쟁의 정치를 한 것이다. 목함지뢰 사건에 대한 유감표명이나 이산가족 상봉을 얻어내기 위해 전쟁불사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다. 이처럼 이번 8.25 합의는 전쟁의 정치 위에 놓여 있었고 그 바탕에는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 깔려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이 합의 자체가 남북관계에 변화를 준다고 볼 수 없고 앞으로 남북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온 대북 합의문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기왕에 나왔던 내용들을 다시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았고 북한 입장에서는 크게 격분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다른 측면도 우리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번 한미 공동성명 안에는 최고의 긴급성과 확고한 의지로 북핵문제를 다루겠다고 언급을 했는데 한미가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것을 과대하게 해석을 한다면 한미 양 정부가 여태까지 견지했던 전략적 인내를 포기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것은 앞으로 일정기간 동안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북핵문제를 우선으로 두면서 한국정부가 여러 가지 면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미국정부로부터 확보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을 눈여겨보고 그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행사에서 우려했던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고 인민경제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북한은 8.25 합의를 강조하면서 남측에 적극적인 대화 제의를 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은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나? 

- 현상적으로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기존의 핵 경제개발 병진 노선의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인민경제를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고 그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미사일이나 로켓발사는 북한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번에 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여기에는 이번 8.25 합의가 이뤄지기 이전까지의 8월 군사위기를 겪고 나서 북한은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이고 그런 점에서 북한은 지금 평화협정 공세를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미시일을 발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 될 수 있었다.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던 이유가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중국이 북한과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핵문제를 다루는 중국의 입장이 분명히 전달되었고 그것을 고려한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 보지만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협상을 고려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일정기간 동안은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나 중국이나 우리나라가 일종의 고비를 한차례 맞고 있는 것 아닌가 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난 10월 20일 미국의 성김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미 의회에서 '억지, 압박, 외교'를 세 축으로 하는 대북정책을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대북 압박과 대중 견제 그리고 한미일 3각 군사동맹 강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고 북한이 제안한 평화협정 논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것을 보면 한국은 북핵문제를 긴급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만 미국은 북한과 직접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나? 

- 성김이 미국 의회에서 밝힌 핵심내용은 미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제의를 받지 않겠다는 것에 있기 보다는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되거나 논의되지 않는 평화협정 논의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제가 아까 북한의 당 창건 70돌 행사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 하나의 전기를 맞은 것이라 볼 수 있겠다고 했다. 그것은 미국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고의 긴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북핵문제를 다루겠다고 이야기했듯이 오바마 정부도 이미 지난 2009년 2월에 북한이 검증이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추진하면 미국도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에너지와 경제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작년 11월과 올해 1월에 걸쳐서 북한이 미국에게 반복해서 이야기를 한 것이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라는 것이고 그러면 핵동결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정부나 미국이 대꾸를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서는 여러 과정과 단계에 걸친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단번에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한미 간에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시키는 조치가 필요하고 여기에 대해서 북한도 핵이나 미사일을 일정하게 동결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은 북미 간에 과거 여러 차례 논의가 된 바가 있는 것들이다. 과거 9.19 직전에 북한의 김계관이 미국에 가서 평화협정으로 가기 이전의 잠정협정과 관련된 내용들을 제안한 적도 있다. 한국을 휴전 당사자 지위로 인정하고, 북미 간에 수교 전 단계로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상호 위협을 축소시키는 그런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우선 서로가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을 하면서 평화협정으로 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고 평화협정으로 가기까지의 과정들을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이런 프로세스는 이 시점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추진할 수 있는 조건에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나 북한이나 한국과 중국이 이런 국면의 변화를 보면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다음 핵심적 과제들이 충족이 되어야 한다. 첫째는 우리 정부가 아무런 시스템이 없이 최고지도자 말 한마디에 왔다 갔다 하는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서 거시적이고 냉정하게 한반도 문제를 다룰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의 외교적 무능과 관료사회 내부의 불통까지 겹치는 이런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는 북한도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는 핵 보유를 인정하는 평화협정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말로서는 서로 맞바꿀 수 있지만 실현가능한 행동 단계를 설정해서 잠정적이고 과도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변화들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만약에 그런 진전된 변화가 있었을 수 있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류윈산 상무위원이 북한 당 창건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것은 중국이 변화되는 국면에서 북한과의 관계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고 북한도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이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는 쌍방의 판단이 있었다고 보나. 

- 중국의 류윈산 상무위언이 북한의 당 창건일행사에 참석한 것은 북중관계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외교적 수사일 수는 있지만 류윈산이 중국의 외사영도소조를 이끌고 있는 인물인데 이번에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3대원칙 중에 평화안정을 최우선으로 거론을 했다. 지난 2012년 이후 중국은 3원칙 중에 비핵화를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해 왔는데 이번에 북한과의 관계회복을 고려해서 의식적으로 순서를 바꾼 것이다. 그만큼 북한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올해가 한국전쟁에 중국인민지원군이 참여한 지 65주년이 되는 해인데 북중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개성에 있는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이 준공된 것도 북중관계 회복의 징표로 보인다. 최근 중앙일보가 단독보도를 했는데 북한의 신의주 특구와 관련해서 북중 간에 실질적인 추진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를 했는데 총 투자 규모가 4천억 달러라고 한다. 이것을 우리 정부가 북중관계의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를 했다. 그런 일련의 흐름을 본다면 류위산 상무위원 행사 참가를 계기로 북중관계는 2012년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명식 폴리뉴스 논설주간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승환 대표
▲ 이명식 폴리뉴스 논설주간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승환 대표

 조금 전에 지적을 하신 바 있는데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내정과 관련해서 실정이 있더라도 외교와 안보에서 지지를 얻어 만회를 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 방미과정에서 외교라인의 허술한 준비나 안보라인의 문제점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던 우리 입장에서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 상당히 입지가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 미중 사이에서 우리 외교의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만한 상황이라고 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2013년에 이미 국회에서 FX사업과 관련해서 기술 이전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그대로 갔는데 이번에 아무 성과 없이 빈수레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외교의 무능과 관료조직 내부의 불통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 모든 정점에 대통령이 있는 것이다. 사실 개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식의 시스템이 일반화되면서 이런 동맥경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외교적 무능과 관료주의적 불통의 문제를 이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사안이라 본다.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인 입지가 어려워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어느 정부라 하더라도 이 문제를 슬기롭게 잘 다루는 정부가 외교적으로 최고 잘하는 정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 가서는 한미동맹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할 듯이 발언하고 중국에 가서도 그러고 하니까 널뛰기 하는 것처럼 비치고 외교적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더더구나 돈을 엄청 들여서 행세나 행사 위주로 시진핑 옆에 있는 것으로 외교적 성과를 치장하는 이런 성과주의적 행태가 오히려 더 문제라고 본다. 이번에 당장 한미정상회담 이후에 오바마 대통령이 동중국해 인공섬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도 할 말은 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앞으로 어느 정부든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에 끼어들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아쉬운 것은 김대중 정부의 경우 한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해서 적극적인 외교적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의 외교적 구상을 관철하려 했는데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널뛰기 외교를 하면서 싸우는 문제 때문에 한중일 정상회담을 미국의 압박을 해소하는 카드로만 쓰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외교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한반도 정세의 변화와 평화체제 확립 쪽으로 가는 그림이 없이 미중 간에 줄타기하고 널뛰기 하는 한 계기로서만 되는 것은 아쉽다. 

▲ 최근에 대통령이 미국에 가 계실 때 황교안 총리가 국회에서 답변한 내용이나 한민구 국방장관이 일본 방위상과 회담한 이후에 나온 이야기들이 문제가 되었다.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우리 영토에 들어올 수 있고 북한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미일 3각 군사동맹과 관련된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동아시아의 평화문제와 관련해서 어떻게 보아야 하나. 

- 지금 말씀했던 바대로 이 문제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일본이 침략적 태도를 보일 때, 가장 군국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낼 때가 아시아를 거론할 때이었다. 과거에도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면서 한반도부터 침략해 들어왔고 한반도를 거쳐 대륙을 향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 아베정권이 똑 같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한때 일본은 탈아입구라 해서 서구 쪽으로 치달았는데 지금은 다시 아시아를 중시하는 그런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그런데그것이 바람직한 방향보다는 과거 대동아공영권을 연상하게 하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그런데 실효적 지배 대상에서 북한이 한국의 실효적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북한에 대해서 자위대 파견을 거론한 것은 외교적으로 너무나 무례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북일 간에 분쟁이 있을 경우 한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이 일본이 한반도 상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 일본이 자기들 마음대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다는 의미가 된다. 실효적 지배라는 일본의 언급에 대해 그렇다면 이제 독도는 일본의 논리대로 라면 확실히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것은 독도 문제와 비견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다.  우리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면 이것은 본질적으로 우리 영토와 주권의 문제를 외교카드로 내놓는 엄청난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이뤄졌고 앞으로 적십자사 간의 접촉을 통해 좀 더 진전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이외의 민간교류에 대해서는 정부가 불허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다. 이승환 대표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6.15 남측 본부 당국의 불허방침으로 북측과의 접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정부의 민간교류에 대한 이런 방침은 적절하고 옳은 것으로 보지 않는다. 8.25 합의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합의를 했으니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가 무엇을 지원하고 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민간 측과 협의회를 만들고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 정부가 정치적인 교류는 안 된다는 식의 기준과 잣대만을 내세우는 것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단체들만 골라서 자의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이 박정희 정부에서 이런 식의 국정운영이 너무나 일반화되어서 너무 당연시 되고 있다. 사실 이런 것은 너무나 비정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민간교류와 관련해서도 상식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본다. 6.15 남측 본부에서는 민간교류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이런 인식과 태도를 바꾸기 위해 앞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고, 또 북과 다양한 단체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그리고 민간단체들이 모여서 민간교류의 활성화와 민간교류의 수준과 내용을 높이기 위해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것이고 정부와도 이런 차원에서 대화를 할 것이다. 

 8.25 합의가 대단히 임시적인 성격이 강해서 대부분 중요한 사안은 당국간 회담에 떠넘겼다고 했는데 이후에 우리 정부가 당국간 회담을 적극 추진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라도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을 가지고 북한과 만나서 필요하다면 탐색도 하고 제안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보나.

- 북은 현 박근혜 정부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측 인사들로부터 나오는 공식적인 발언이나 북측의 공식 문건에서의 언급을 보면 북은 8.25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 생각이지만 남측이 계속 자신들을 적대적으로 대할 경우 이 합의는 어제든 파기할 수 있다고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고 이를 진척시키고 있는 것도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정전상태에서 언제든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관리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고 이것은 미국과 한국도 마찬가지로 느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태도에 대해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이면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나는 상황은 북이 몇 가지 지점에서 참고 지켜보고 있는 측면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8.25 합의 발표 직후에 발표된 우리 국방부가 작계 5015와 관련해서 미국과 서명을 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상한 일이다. 상대방 지도자 참수계획을 밝히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런 힘의 우위를 지속해 나가는 노선을 견지하면서 힘으로 압박하겠다고 한다면 북한은 적절한 시점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최근 북한의 조국통일연구원 임룡철 부원장이 '정세가 다시 악화되면 그때는 전쟁 피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휴전선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거나 하는 사태가 재연되면 더 이상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말 폭탄으로 그칠지 모르겠지만 대남 정책결정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우려스러운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힘의 우위를 통해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노선의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목함지뢰 사건이 났을 때 우리가 적절한 대응을 할 수는 있지만 군을 통해서 휴전선에서 대북 심리전 방송을 하는 것이나 대응 포격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민간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것과 달리 군의 대북심리전 방송은 일종의 전쟁행위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다. 목함지뢰 사태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원칙적인 입장과 태도는 비무장지대에 있는 정전협정을 위반되는 모든 시설물을 철거하고 비무장지대를 진정한 비무장지대로 만드는 방향으로 제안하면서 북을 대화에 나오도록 해야 했다고 본다. 북한의 목함지뢰 뿐 아니라 미국과 우리 군이 뿌려둔 대인지뢰도 엄청난 양이 비무장지대에 있는데 이렇게 가장 비인도적인 대인지뢰를 서로 철거하자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본다. 지금 비인도적인 대인지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적 협약에 남북한과 미국이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군사적 위협을 감소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대북 심리전 방송이나 대응 포격을 통해 힘의 우위로 굴복을 시키겠다는 방식으로는 문제해결로 갈 수가 없다. 오히려 긴장을 높이고 상호 군비 경쟁으로 더 치달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는데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줄이고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힘의 우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바뀌기에는 박근혜 대통령 주위에 지나치게 군 출신 인사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는 것 같다. 군의 강경파들이 8.25 합의 이후에 작계를 터뜨리는 등의 엄청난 행동을 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 물론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안보라인이 강경파에게 둘러싸인 것은 엄청난 불행이라고 본다. 그런데 사실 그 자신이 군부 출신이고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던 전두환 정권이 국내적으로 독재정권으로 온갖 비난을 받았고 국제적으로도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기에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말씀드린 비무장지대의 완전한 평화지대화와 군사시설 제거를 위한 대북제안을 처음 제안한 것이 전두환 정부였다. 전두환 정부가 했던 것을 박근혜 정부가 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나 학계나 이런 쪽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고 남북관계와 관련된 이런 이성적인 내용들을 정부가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가 완전히 차단되고 막힌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만기친람해서 결정하는 이런 구조가 민주국가에서 운영된다는 것이 불행이라고 본다.  

 일본 아베 정권이 안보법제를 강행통과 시킨 이후에 일본 내부 평화세력들이 엄청나게 반발을 했는데 그 이후 동아시아에서 평화를 일고자 하는 세력들의 연대가 잘 진척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힘들이 모여서 아까 말씀하셨던 일본 자위대의 행동도 제어할 수 있는 작용을 해야할텐데 어떻게 되어가나? 

- 지난 8월에 심각한 동아사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권 등이 모여서 2015 동아시아 평화 국제회의를 조직했고 그 회의에서 얻어진 컨센스서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평화회의를 만들자는 합의했다. 지금 정부 차원에서 이런 것들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니까 우선 정부와 시민사화가 이니시어티브를 가지고 추진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 기조에 따라 여러 가지 후속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몇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일본 내에서는 시민사회와 여러 정치권이 함께 힘을 모아서 현재 국면에 대처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일본이 동아시아 평화회의에 적극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적극 앞장서는 것은 한일 모두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양국이 먼저 적극 앞장 설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추진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보수적이더라도 개방적인 세력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한 논의들이 많이 진행이 되었다. 그런 방향성 속에서 지난 8월에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여 사죄를 함으로써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하도야마 일본 전 총리가 앞으로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지금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고비이고 전기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지난 동아시아 국제 평화회의에 참여했던 유럽의회 영국 보수당의 러지 데바 의원이 앞장을 서서 유럽의회와 함께 국제적인 켐페인을 추진하는 문제를 제기해서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끝으로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 지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하나.

-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서 새누리당과 여권의 용어가 바뀌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그 유명한 역사학자 90%가 좌파라고 했다. 진보 보수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공공연하게 좌파 우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국정교과서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좌우를 가르는 아젠다로 전략적으로 제기했을 것으로 본다. 어째든 한국사회에서 좌우대립 프레임으로 가면 장기집권이나 분단체제 하에서 상시적인 우파우위 구도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 이에 대해서 지금 야권이 얼마나 효율적, 전략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느냐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야당이 친일 독재 프레임을 내놓고 있는 것은 좌우 프레임을 벗어나서 다른 프레임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그러나 이것은 사실 임시처방으로 보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들어지지도 않은 교과서를 가지고 왜 그러느냐 이야기를 하고 있고 여건 일각에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퇴진을 거론하고 있는데 친일 독재 문제에 대해서 일정하게 포장된 교과서를 내놓을 경우 한순간 힘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 친일독재 프레임은 단기간에 효용이 있는 프레임이고 이것이 장기간 끌고 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 여권이 내놓고 있는 좌우 프레임을 넘는 새로운 프레임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