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어선 고영주 이사장의 언동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언동이 도를 넘어 서고 있다. 당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안검사 출신으로 방송이나 문화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을 방송문화진흥재단 이사장에 임명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인사라는 지적이 많았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지난 2013년 한 모임에서 "문 후보는 공산주의자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라는 발언을 하여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편향된 인사를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영방송의 경영을 관리 감독하는 자리에 앉힌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 국회 미방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주씨가 방문진 이사장 자격으로 발언한 내용은 대다수 국민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에 대해 질의하는 야당의원에게 “문재인 대표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고 “사법부 일부가 좌경화 됐다”,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학자 90%가 좌편향인사”라고 말하는 등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인사들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공산주의자, 좌경이라 매도하는 극우적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고영주 이사장은 과거 공안검사 시절 수많은 공안 사건을 다루면서 정권에 반대하는 학생, 지식인 등에 대해 좌경, 용공으로 단죄했던 전력이 자랑스러울지 모르지만 자신이 다루었던 ‘부림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사법부가 좌경화 되었다”는 언급을 한 것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이란 말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같은 고영주씨의 언동에 대해 서울변협 소속 변호사들은 “정당한 비판이 아닐 뿐더러 사법부에 자신의 정치색을 강요하는 것과도 같다"고 비판하면서 "진실을 호도하며 국민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데 관여한 법조인들의 엄중한 책임 추궁과 진실된 참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방문진 수장으로 자격이 없는 고 이사장은 조속히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극우를 앞세운 시대착오적 이념공세로 국민을 편 가르려 하는 것인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종편 등을 통해 극우 성향의 인사들이 거침없이 나서서 잔벙위적으로 이념공세를 펼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심지어는 메르스 사태 당시 박원순 시장에 대해 “3족을 멸해야 한다”는 등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막말을 방송에서 쏟아놓는 일반의 상식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사람이 전문가인 양 버젓이 출연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렇게 정부를 대신해서 야당을 공격하고 교묘하게 정권의 홍보논리를 전파하던 사람들이 정부 고위직에 발탁되는 일들이 잦았다는 점일 것이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방송과 아무 관련도 없는 고영주씨가 공영방송 관리를 책임지는 방문진 이사장 자리를 꿰찬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는 동안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그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었다. 어느 정권에서나 낙하산 인사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인데 아무른 전문성이나 연관이 없는 인사를 대선 때 자신을 지지하고 상대후보를 흠집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임명한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결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방송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아야 하는 자리에 지극히 편향된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방송의 공정성 따위는 고려치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후배 법조인들이 부끄러움을 알고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마당에 고영주 이사장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바란다. 야당과 사법부 그리고 역사학자들에 이르기까지 공산주의자 또는 좌경인사라 규정한 당사자가 공영방송를 계속 관리하겠다고 자임한다면 누구도 그 방송의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고 이어서 대선이 있을 것인데 고영주 이사장이 방문진에 있는 상태로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방송만이 아니라 이런 방송의 영향 하에 치르지는 선거 자체의 공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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