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막장으로 치닫는 여야의 당내 갈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주도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무성 대표가 ‘공천권을 국민에게’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오픈 프라이머리 관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언명을 했지만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친박’진영은 야당의 공천안이 확정된 것을 이유로 오픈 프라이머리 포기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의 갈등이 박근혜 대통령이 차기 총선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얼마나 두느냐를 놓고 벌이는 ‘친박’과 ‘비박’진영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추석연후 동안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가 부산에서 회동하여 ‘안심번호’ 공천제에 합의한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사실상 오픈 프라이머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명분을 지키기 위한 타협안이라 볼 수 있다. 여야 대표가 회동한 자리에서 선거구 획정,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문제들에 대해 타협과 절충을 이루지 못한 대목은 아쉽지만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심번호’ 공천제 합의 사실이 발표된 이후 새누리당내 친박진영은 “자기 형제를 죽이려 오랑캐와 야합을 했다”고 할 정도로 거세게 반발했고 청와대에서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 또한 당무를 거부하면서 회동 사실과 논의 내용을 청와대에 사전에 통고했다고 밝히는 등 새누리당 내부 갈등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에도 그동안 각개약진하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던 비주류와 탈당파들이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주류와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차기 총선에서 여든 야든 당내에서 자파진영이 공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목표는 분명해 보이지만 당면한 경제상황과 정치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들을 찾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들에게는 정치생명이 걸린 절박한 문제이겠지만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빠져있다면 그런 정치세력들이 과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편 가르기만 남고 실종된 통합의 리더십 

51.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까지 포용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일 것이라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이 시점까지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을 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기대를 걸었던 지지세력들 내부조차도 편을 가르는 편협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배신의 정치’를 직접 언급하면서 집권당의 원내대표를 겨냥하여 차기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섬뜩한 모습을 보였고 이제는 집권당 대표를 향해 청와대 관계자들 이름으로 융단폭격에 가까운 공격적 언사를 퍼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8·25 남북합의와 중국 전승절 행사 참가 이후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치솟았고 이를 바탕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을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악재들이 산적한 경제상황에 대처하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요인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면서 범여권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고 ‘친박’진영이나 청와대 측근세력들의 정치적 입지만을 고려하는 정파적인 접근을 한다면 다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에서도 북을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통 큰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의 긴장상태가 재연된다면 다시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부를 편을 가르고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48%를 상회하는 득표를 했지만 지금은 20%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도에 그치고 있다.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리더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너무나 마땅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 직접 책임을 지지 않았던 대통령에 대해 야당은 문제를 제기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야당은 패배했고 가까이는 4.29 재보선에서도 새정치연합은 참패를 당한 바 있지만 문재인 대표는 직접 책임을 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주류측 인사들은 똑 같은 이야기를 언제까지 반복하느냐고 하겠지만 작금의 야당의 내부 갈등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로부터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과 통합이라는 두 과제를 당 혁신위에게 넘겼지만 혁신은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분열된 야권의 통합은 혁신위를 통해 실현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소위 야당 내 주류파 인사들은 비주류의 각개약진과 지리멸렬을 비웃으며 ‘갈려면 가라’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며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대선 승리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던지기를 촉구했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당시 문 후보는 끝까지 이를 단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그것이 진정성이 있는 다짐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낮추면서 야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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