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명식 기자]<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9월 22일 최경환 김대중 평화센타 공보실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8월 5일 이희호 여사의 평양방문을 수행한 최경환 실장은 평양의 모습에 대해 활기차게 보였다고 평가했다. 자신은 평양 방문이 처음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했던 인사들이나 장충식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경환 실장은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오작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남과 북의 견우와 직녀는 줄곧 각기 다른 곳만 바라보았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최경환 실장은 8.25 합의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밝히면서 이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통일’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평화’와 ‘화해’를 향한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실장은 만약 지금 시점에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 계신다면 북에 대해 적극적인 대화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향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즉각 재개하라고 촉구할 것이라 말했다. 

- 이번 이희호 여사의 평양 방문에서 아쉽게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는 만나지를 못하고 돌아 오셨다. 이번 평양 방문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남과 북의 당국이 석연찮은 태도를 보였다.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짚어 달라.

이번 8월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연원이 깊고 남과 북의 최고 지도자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작년 말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를 만났을 때 평양에 다녀오고 싶다는 요청에 대해 다녀오시라고 했다. 그 무렵 북의 김정은 위원장이 김양건 비서를 통해 친서를 보내서 좋은 계절에 오시라고 초청을 했다. 이희호 여사는 15년 전 2000년 6.15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평양에 같이 다녀오셨고 3년 전인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서거 때 조문을 보냈다. 그 후 김대중 대통령 살아계실 때부터 서너 차례 방북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이 이번에 성사된 것이다. 지금은 7∼8년 전부터 남북관계가 막히고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이희호 여사는 남북관계가 대화하고 교류 협력하는 관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 이희호 여사는 오작교를 놓는 역할을 하시고 싶어 했는데 남과 북의 견우와 직녀는 각기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친서로 초청을 해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북측의 판단과 사정이 있었겠지만 94세의 고령에 폭염을 무릅쓰고 방북하신 것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이었다. 남측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물론 어떤 임무나 사명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니고 개인 차원의 방북이지만 6.15의 상징적인 인물이고 남과 북 주민들에게도 신뢰를 가지고 계신 분인데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만들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적인 방북이라고 반복해서 통일부가 나서서 강조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놀란 것은 8월 5일 11시 7분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을 했는데 남한 당국이 30분에 판문점을 통해서 남북 당국간 대화를 하자고 북에 제의를 했다. 북은 이희호 여사 방북과 관련해서 전할 이야기가 있는 줄 알고 무슨 내용이냐고 하니 당국간 대화를 하자는 내용이라고 해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한다. 상당히 불쾌해 했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이희호 여사 방북은 무엇이 되고 이를 초청한 김정은 위원장의 체면은 또 무엇이 되느냐 해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시점에 이희호 여사가 직접 방북을 하신 것 자체가 갖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최실장께서는 수행을 하셨는데 최근 평양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감회도 있었을 것인데 이번 방북의 의미, 성과, 아쉬움 등을 종합적으로 말씀해 달라.

이번 이희호 여사의 방북에 대해서는 여야와 모든 언론이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보다는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는 호의적인 입장이 주를 이루었고 반대하는 여론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남북관계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야당만이 가진 것이 아니라 여당이나 보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번 방북이 직접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6.15 시대 이후의 남북관계, 당국간 대화와 민간인 교류가 이뤄지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진행되고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되는 이런 관계로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과 북에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판단한다. 이것이 성과라고 판단한다. 

- 이번 이희호 여사 방북 직후에 휴전선 목함지뢰 사건에서 비롯되어 남북 간에 군사적 충돌로 치달았고 극적으로 8월 25일 남북고위급 접촉이 타결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평양에 계실 때는 전혀 몰랐나?

8월 5일부터 8월 8일까지 평양에 있는 동안에는 전혀 몰랐다. 목함지뢰 사건이 이미 8월 4일 발생했다고 하는데 서울에 돌아오니 김포공항에서 당국자 한분이 아직 발표하지 않은 사건이 있다고 했는데 다음날 언론에 보도가 되어서 알았다. 이희호 여사께서도 다녀오신 직후에 이런 사건이 있어서 잠을 이루지 못하실 정도로 걱정을 하셨는데 8.25일 타결 이후에 비로소 안도를 하셨다. 

- 일단 8.25 합의가 타결이 되면서 이산가족 상봉도 재개가 되어 모처럼 남북관계에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 아닌가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반면 북한이 남측을 끌어내기 위해 휴전선 사건을 도발하고 다시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했고 그 과정에서 남측이 북의 의도에 놀아났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북한 김정은 체제가 4년째로 접어드는데 이번 휴전선 목함지뢰 사건이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 단속과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만든 사건으로 보는 시각도 있던데 과연 그런지 동의하기 어렵다. 이번 8.25 합의 이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면서 여러 희망적 전망들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8.25 합의 자체는 일촉즉발의 전쟁의 위기상태에서 대화를 통해 종식시킨 점에서 잘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이 10월 10일을 앞두고 로켓발사와 핵실험까지 예고하고 있고 그럴 경우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거론될 것이고 남북관계도 경색이 불가피하다. 8.25 이후 막연하게 잘될 것이라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있지만 이희호 여사 방북 때나 마찬가지로 남북은 여전히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위상과시를 위해 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중국, 한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남측 정부도 8.25 합의 이후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접근보다 통일외교나 북한 인권 문제 등 북한을 압박하는 행태가 본질적인 것 같다. 결국긍정적인 분위기의 저변에는 여전히 힘겨루기, 대결의 본질적 구도가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하고 낙관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본다. 

-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남과 북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다. 신뢰와 진정성들이 남과 북 모두에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 남측에서는 흡수통일이나 북한체제의 변화가능성 등에 집착하는 반면 북한은 10월 10일 맞아 다시한번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8.25 합의가 있었지만 상황은 다시 경색되고 대화도 단절되는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타개책을 어디서 찾아야 한다고 보는지?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우선은 박근혜 정부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나 접근방법이 잘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거론한 이후 통일이라는 말이 너무 남발되고 있다고 본다. 통일은 하나의 성과물이고 그 전제로 남북의 화해하고 협력하고 대화가 이루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당장 5.24 경제 제재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북 전단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당장 북한의 로켓발사나 핵실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대응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통일을 거론하니 국민들이 의아해 하는 것이다. 그 의도에는 북한을 압박해서 급변사태나 붕괴를 노리는 흡수통일론의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최근 미국 보수진영에서 통일만이 북핵문제  궁극적인 해결방식이란 말들이 나오는데 박근혜 정부도 그런 입장에 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지금은 통일외교가 아니라 북핵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어그제가 2005년 9.19 공동합의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에서는 큰 학술심포지엄이 열렸는데 국내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없었다. 9.19 공동성명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룬 합의이다. 북한 핵을 폐기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지원을 한다. 북한과 미국이 수교 협상을 진행하고 일본도 북한과 수교협상에 들어간다. 동북아 평화체제의 문제를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런 합의를 말과 말, 행동과 행동으로 동시에 진행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훌륭한 합의이다. 그런데 이런     합의를 되살려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핵문제 해결이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은 없이 통일만 말하니 의아하다는 것이다. 
 
“평양 밝고 활기찬 느낌, 북한식 경제개혁의 성과로 볼 수도 있어”

- 남측 정부가 북한체제의 급변에 대해 나름대로 정보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인식을 갖는 것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 실제로 그동안 접촉하고 직접 평양을 방문해서 느낀 분위기나 상태 같은 것은 어떤지 궁금하다.  

북한이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젊은 지도자의 등장으로 인한 체제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체제 붕괴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동안 북한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평양을 방문해서 느낀 것은 전혀 의외였다. 평양의 분위기는 상당히 활기차다고 느꼈고 밝아보였다. 이번이 첫 방문이라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몰라서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님처럼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았다. 마찬가지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밝아졌고 활기차다는 것이다. 우선 거리가 교통 트래픽이 걸릴 정도로 자동차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행인들이 택시를 잡는다든지 2층 버스라든지 처음 보는 풍경들이라고 한다. 핸드폰이 북한에 270만대 정도 보급이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 이번에 수행한 아태위 공무원들이 핸드폰을 다 사용했다. 스마트 폰은 아니고 폴드폰이었다. 시내에서 행인들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이 대동강 변에 고층 아파트와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는데 어디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이번에 옥류관이라고 60년 된 음식점인데 5호점까지 생겼다고 하는데 이번에 5호관에서 식사를 했는데 전문 요리점이었다. 평양의 분위기는 경제제재나 숙청 등으로 인한 긴장이나 위축된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평양 방문을 마치고 묘향산에 가서 북한의 고위층 인사들과 술을 나누며 편한 분위기에서 이런 느낌들을 전했다. 그들의 말은 “기업들은 자율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들은 나라에 일정한 부분만 갖다 바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 생산자 대중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3년간 가져온 변화다.” 이렇게 말을 했다. 그래서 중국식 개혁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정색을 하고 “어떻게 중국식이냐 우리식이다.”고 대답을 했다. 수행한 고급관리 분 중 한 분이 여자 분이 있었는데 옷차림도 환하고 핸드백이 남한에서도 잘 알려진 명품백이라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에 3∼400개의 장마당이 세워지고 있다고 하는데 아까 처분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단순한 배급제 사회를 넘어선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짐작된다. 그 이면이 무엇일까 유추를 해보면 김정은 이후의 개혁조치들이 평양을 중심으로 조금 나타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되고 지방의 경제특구들이 있는데 그 성과들이나 이를 통해 이뤄진 외자유치 등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한다. 물론 이것은 평양만 둘러본 제한된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고 평양 이외의 농촌지역 상황은 다르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평양에서 본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에서 북한사회의 급변 조짐 등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또 한 가지 김정은 체제에 대한 평가문제이다. 스웨덴은 남과 북에 모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인데 최근 서울을 떠난 라르스 다니엘손 전 스웨덴 대사가 언론에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을 보았다. 자신들이 그동안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북한의 김정은은 확실한 지도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나이 등을 들어 여러 억측이 있었지만 상당기간 지켜본 결과 김정은 확실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말 이후에 북한 측과 접촉을 하고 이번에 평양을 다녀와서 본 것도 김정은 체제는 안정되어 있는 것이 맞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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