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을 놓고 주당 가격을 4만1213억 원으로 산정, 우선매수권 대상 주식인 1753만8535주(50%+1주)에 대한 가격으로 7228억 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9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제시한 7047억 원보다 181억 원 많은 금액이다.

당초 1조 원 이상을 채권단으로서는 큰 양보를 한 모양새다.

하지만 181억 원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평균연봉이 3172억 원임을 감안하면 무려 570명의 1년 연봉이다.

어려운 기업을 살리기 위해 채권단이 들인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채권단도 기업을 매각하면서 차익을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인수가격을 무리하게 제시할 경우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채권단은 또다시 매수자를 찾아야 하고, 협상을 하는 긴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매각 기업 구성원들은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좌불안석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했던 구성원들로서는 좌절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금호산업 매각 가격을 놓고 채권단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우선매수협상자인 박삼구 회장이 제시한 금액을 수용하자는 일부 채권단과 가격을 더 높여 받아야한다는 미래에셋을 비롯한 또 다른 일부 채권단이 격론을 벌인 끝에 7228억 원이란 최종가격을 내놓았다.

금호산업을 놓고 매각을 놓고 벌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최근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운용자산이 떠오른다.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 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의 주장은 상당이 그럴싸했다.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다른 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했다. 실제로 일부 주주들은 엘리엇의 주장에 동참하며 삼성물산을 긴장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엘리엇의 주장 이면에는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의 특성이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주가를 끌어올려 이익을 더 많이 남기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헤지펀드인 엘리엇과 금호산업 채권단을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어려운 기업을 돕기 위해 나선 것으로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주식매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은 별반 차이 나지 않는다.

기업이 돈을 벌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기업의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이익을 끌어올리려 한다면 이는 ‘기업을 살려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대승적인 취지와는 배치되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억(億)’이란 숫자가 이제 동네 아이들의 껌값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1억 원을 모으기 위해 직장인들은 평생 비지땀을 흘려야 한다. 더욱이 경제가 호황이 아닌 불황의 터널에 빠져 있는 요즘이라면 금호산업의 일부 채권단도 조금은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이번 금호산업 매각이 좋은 결실을 맺어 아름다운 사례를 남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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