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div>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과 9월 정국 전망을 주제로 잡고,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본사에서 이명식 논설주간의 사회로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 함께 정국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이은재 기자>
▲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과 9월 정국 전망을 주제로 잡고, 서울 여의도 <폴리뉴스> 본사에서 이명식 논설주간의 사회로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 함께 정국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와 월간<폴리피플>은 지난 8월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과 9월정국 전망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본지 이명식 논설주간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는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최근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야기된 남북의 군사적 대치와 긴장상황에서 극적으로 성사된 고위급 접촉에서 6개항의 합의를 도출한 것에 대해 그 의의와 향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제 획정 문제가 향후 어떻게 결말이 지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짚어보았다. 아울러 최근 주춤한 양상을 보이는 야권 신당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중국발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명식: 그동안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야기된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되면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가운데 상황에서 지켜봤는데 마침 어젯밤 12시가 넘어서면서 극적으로 남북고위급 접촉이 타결되었다. 우선 6개항 합의문의 의미에 대해서부터 짚어보자.

유창선: 벼랑 끝에서 정말 극적인 타결이 이뤄졌다. 만약 결렬이 됐으면 남북 간 물러설 수 없는 지점까지 간 것이어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남북이 모두 군사적 충돌을 크게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 분명했고 대화를 통해서 사태를 풀어나가야 할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되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이런 정도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 어느 한쪽이 자리를 박차는 식으로 결렬이 됐는데 이번에는 며칠씩이나 마라톤협상을 하면서 어떻게든 합의를 도출하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였는데 합의과정에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지뢰매설, 포격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에서부터 서로 주장이 달랐기 때문에 남쪽은 ‘사과를 해라, 재발 방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를 했었고 북쪽은 자신들이 한 일은 없다며 사실 자체를 부인했던 것이었는데 유감 표명을 하는 선에서 절충을 봤다. 이것은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그런 방식으로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지뢰폭발로 인해 남측 병사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는데 그것에 대해 북은 북대로 자신들대로 해석이 가능한 여지를 남겨놓은 것이고 남쪽은 남쪽대로 해석이 가능한 이런 것을 남겨놓은 것이기 때문에 합의가 가능하다면 아마 거기까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이 된다. 억지로라도 합의를 만들어내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것은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황장수: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왜냐하면 북한의 도발에서 비롯된 남북한의 전쟁 위협을 막기 위한 회의가 결국은 도발에 대한 원인은 유감이라곤 했지만 주체가 불분명하고 무엇에 대한 유감표명인지 명확하지가 않았다. 굉장히 애매한 표현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우리가 지뢰를 매설했다, 우리가 포를 쐈다 이런 표현이 없었기 때문에 북측이 사과를 했다고 보기에는 명확하게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춰진다. 더 나아가서 재발 방지에 대해 ‘비정상적인 상황이 다시 재현되지 않는다면 확성기를 끈다’는 대목에 포함되었다고 설명을 했다. 앞으로 남북접촉에는 국어학자를 대동해서 해석시켜야 할 상황이다. 남북 간 긴장상황에서 풀어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서로 간에 성의를 보이면서 이 문제를 다뤄서 해결책을 모색해야지 북측의 도발에서 시작이 되어서 군사적 위기까지 갔다가 이것을 막기 위해서 회의했으면, 이것을 막는 것에만 노력을 해야지 이 문제에 남북 간의 이산가족 상봉이나교류협력 등 다른 내용을 담은 것은 문제다. 북측은 앞으로 자신들이 남측을 끌어낼 필요가 있으면 확실한 물증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군사적인 도발을 하고 남측이 반응을 하면 북측이 거기에 또 반응해서 위기를 극대화 시킨 다음에 서로 만나자고 해서 회의를 하다가 거기에 남과 북의 현안 문제를 다 끌고 들어와서 타결을 짓는 이런 행태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 문제에서도 회담에 복귀하느냐 안하느냐 문제도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 미사일을 폐기하는 가시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말이라도 하고 회담을 재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처럼 도발을 했다고 그 도발을 바탕으로 회담이 진행되는 것은 북쪽으로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고 잘못되어도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과연 옳은 행태인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타결되기 하루 전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이번에는 명확하게 사과를 받아내기 전에는 확성기를 끄지 않겠다’ 고 애기했다. 또 사과의 주체가 명확히 하겠다고 했는데 한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형태로 발표가 난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행태가 결국 북에게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뭔가를 진전시키고 싶으면 도발을 하고 그런 이후에 회의를 통해 합의를 끌어내면 된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고 본다.

김능구: 목함 지뢰 사고가 생겼을 때 저 역시 철책에서 지뢰밭을 순찰도 해봤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경으로 바라봤다. 처음부터 이 회담의 결론 자체가 유감표명으로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왜냐하면 북에서 넘어와서 지뢰를 매설했고 그것 때문에 이런 사태가 만들어졌다는 물증을 확실하게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측에서 4번 정도의 사과와 유감 표명이 있었는데 그때는 상황이 명확했다. 연평해전, 김신조 습격사건, 판문점 도끼만행, 강릉 무장공비 침투 이런 부분들은 지금처럼 증거가 있나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명확하게 증거를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당히 처음부터 어려운 회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국민들 정서를 받아서 명백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군 통수권자인 국가원수에 대해 국민이 기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대통령은 이번 과정에서 40%의 지지율을 넘어서기도 했다. 명확하게 사과를 받지를 못했지만 이번에 정부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휴전상태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학습시키는 효과는 분명히 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휴전이고 언제든지 국지전 등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그러한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을 다시금 국민들에게 인식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가 우리하고 떨어진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학습효과를 준 것으로 의미가 있다. 아까 황 소장은 이번 일은 이번 일로 그쳐야 했는데 이산가족 상봉이나 교류확대 등을 한꺼번에 거론한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했지만 남북관계가 빨리 개선되고 빨리 탈출구를 뚫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그나마 이번 사태가 그런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높이 평가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 북측의 도발에 의해서 접촉을 하고 그러한 선례를 남긴 점에서는 나름대로 우려를 표명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현재의 상황을 국민들에게 학습효과 줬다는 점과 교착되어 있는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김만흠: 결과적으로 잘됐다. 그러면 이렇게 타협하게 된 전후가 어떻게 달라졌고 북측은 뭘 하려고 했었나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특히 우리 쪽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계속 북한에 대해서 뭔가 전략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투 트랙을 시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함지뢰 사건 이후 강경 발언을 계속하면서도 대화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뭔가를 추구하는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겉으로 봤을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칙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실질적인 고리가 없었지만 이번 사건이 대화의 고리를 만들어줬다고 생각이 든다. 북한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일단 우리 군인 두 사람이 큰 부상을 입은 사건에다가 2주간에 걸친 경색국면, 경제적인 타격 이런 것들이 반복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하고 있었고 중국 전승절을 앞두고 있는데 왜 했을까. 상당히 특이한 문제로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목함 지뢰나 이후에 대응사격 했던 것이 한미합동훈련을 저지하려는 명분으로 삼기 위해 조작했던 것이 아니라면 한미군사훈련이 진행 중이고 중국의 전승절을 앞둔 시점에서 왜 북한이 그 전략을 택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유창선: 황 소장 얘기하신 것처럼 보수층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성에 안차고, 당장 대통령이 하루 전에 얘기했던 것과는 결과가 상당히 다른 것 아니냐는 불만의 소지는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성격과 특수성을 볼 때, 더군다나 이번처럼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넘어가는 것 이외에 충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지금 상황에서 입장 차이를 고수하면서 서로가 물러서지 않는 상태에서 접점의 모색 없이 군사적 충돌을 하는 것보다는 서로가 불만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 정도의 선에서 절충을 하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었나 생각을 한다. 이 결과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상당히 정치적 수혜를 안겨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의도적인 결과가 아니고 어떻게 보면 생각지 못한 과정을 통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 공포 등이 확산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서 국면을 반전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쪽대로 입장이 관철됐다고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확보가 됐고 적어도 북의 군사적 위협에 휘둘리고 않고 우리 것을 지켜냈다는 것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뭔가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해볼 수 있는 것이 남북관계 개선이었는데 이번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성과로 잡을 수 있는 모티브를 확보 한 것 아닌가 생각을 한다. 박 대통령에게는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고 상당히 뜻하지 않았던 정치적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황장수: 북한이 이번 일을 면밀한 계산을 하고 했다고 본다. 특히 중국 전승절 문제로 미국과 한국이 예민해지고 한미관계가 일종의 균열 내지는 드라이해지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9월3일 중국을 갔다가 10월 16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의 전략적 자산이라는 B 52나 B2, B1을 신속히 이동시켜서 배치를 하려면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의 지원이 필요하고 결국 이런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도 필요한데 을지포커스훈련(UFG) 등을 보면서 현재 한국의 위치가 어디까지인가를 북한에서는 한번쯤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곧 추석이고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예민한 시점인데 박 대통령이 목함 지뢰 사건이나 이런 일이 없었다면 한국이 이산가족 상봉을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북한이 거부하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북한이 증거를 남기지 않은 채 목함지뢰 사건을 일으키고 한국이 북한에 대해 확성기를 켜고 북한이 포를 쐈고 이러면서 극적인 군사적 긴장이 조성됨으로써 그 과정을 거쳐 북한 측의 판단에 의해서 고위급회담이 진행되면 북한이 외교적으로도 별로 잃을 것이 없다. 결국은 지뢰 하나, 포탄 몇 발로 한국을 협상에 끌어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미국 시간으로 오늘 미국 국방부에서 북한의 도발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미국의 최신형 무기가 어떻게 배치할까 논의가 있을 시점에서 어젯밤에 합의가 되어버렸다. 북한은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작전에 성공했고 또 앞으로 고위급회담 등을 하다가 깨지면 북한의 요구사항이 나오지 않겠나. 5.24 조치 해제라든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요구하고 그러면서 북한은 이 상황에서 돌아오는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리고 북한이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할 때 도발이란 방법으로 하는 것이 한국의 실세가 직접 카드를 가지고 나와서 청와대와 연결이 되니 회담 중간에 복잡한 협상단을 통해 둘러갈 필요가 없는 제일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북한은 굉장히 자기 나름대로 좋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은 위기 대응을 잘 했다는 이유로 일단 지지율이 올라 갈 것이다. 좌우가 입을 맞춰서 잘했다는 것은 중국 열병식 참석하고 이번 북한에 대한 대처 두 가지 아닌가. 우리 정부도, 북한도 기세가 올라갔을 것이고. 그러면 이 상황에서 손해를 본 쪽은 아무도 없고 놀래서 사재기 했던 국민들만 피곤해졌다. 이런 부분들이 북한으로서는 스스로 전략적으로 성공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김능구: 미 대선 후보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에 대해 미친 것이 아니면 천재라는 얘기도 했다.  이번에 냉철하게 본다면 합의문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명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결국은 북측이라는 주체표시, 사과 대신 유감, 재발방지에 대해서는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으로 절충되지 않았나. 이런 정도로 언급됐는데 그런 부분들을 설명할 때 김관진 안보실장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사실상 했다는 식으로 발표해서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도 왜곡이 이루어진다면 북측도 합의문에 대한 왜곡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과거 북한은 벼랑 끝 외교를 통해 핵무기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라든지 이런 방식의 접근을 반복했고 우리가 생생하게 겪었다. 김정은 체제가 뭔가 상층부의 흔들림, 불안 이런 것들이 표출될 것이란 시각이 많았지만 이번에 거의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여전히 김정은 체제는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북한이 불안정하고 언제든지 내부가 붕괴되는 위기 상황이 도출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번 접촉이 보여주는 것이 충분히 있다고 보인다.

김만흠: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이번 합의가 치밀하게 뭔가 합의된 전략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좌충우돌이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단기적으로는 최근에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을 계속보이고 있다. 예컨대 당장 본인들이 도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는데 그렇다면 남쪽이 먼저 포탄을 쐈다고 주장해야 될 텐데, 계속 확성기만 문제 삼고 있다. 북한이 뭔가 제대로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천재라고 했을 때는 상대방이 반박하지 못할 정도의 전략이 먹혀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상대방이 아예 눈치를 못 채고 있다면 천재전략이 통하지 않는 것 아닐까. 북한의 움직임이 김정은의 포악성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략적으로 조율되어 움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대응에 있어서는 투 트랙으로 무게중심을 삼고 있었던 것 같다. 일부 강경 보수 쪽이나 박 대통령과 정부에서도 조기붕괴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이 보였는데 어느 쪽 판단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간혹 통일문제 관련해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조기붕괴론을 염두에 둔 대북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최근의 대화를 통한 타협의 주장과는 맞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투 트랙 중에서 본인이 실용 쪽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이명식: 회담 타결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와 이번 과정에서 유엔사나 미국의 역할도 있었고 중국도 관심이 있었을 것인데 이런 부분도 유심히 봐야 되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창선: 상황이 반전되면서 박근혜정부 임기 중에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상당히 많이 덜어지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박근혜정부와 김정은 체제와의 불신이 워낙 깊었기 때문에 항상 충돌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합의에 따라 의도적인 군사적 행동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남북한의 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 불신의 증폭을 통해서 상황을 크게 만드는 것은 배제할 수 없지만 남이든 북이든 지금 상황에서 의도적인 군사적 적대행위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도 드러난 것 같다. 미국이 유엔사나 주한 미군을 통해서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전 과정에서 눈에 띄게 나타났는데, 지뢰 사건 직후부터 북의 공격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확전으로 가지 않도록 한국정부를 설득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 미국 역시 한반도에서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위험은 전혀 원치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앞으로 과정이 점진적으로 대화로 넘어갔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정책 기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단히 점진직이고 상당히 진통이 따르는 과정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기대치라는 것이 남북 정권의 정책기조 차이가 여전히 현격한 상태에서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일단 군사적 충돌의 위험이 해소가 되고 그 선에서 조금씩 개선이 되고 향후 2~3년간 그것만이라도 가능하다면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김능구: 최근에 이명박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이쪽에서 애걸하다시피 했던 것이 폭로가 됐다. 그것을 보면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누구나 남북정상회담을 원한다는 것이 일반론으로 성립된 것 같다. YS 경우도 당시에 김일성 주석이 급사하지 않았다면 그 당시 이미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었을 것이다. 이번 접촉 과정은 남북 정상들의 간접대화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둬야 하는 것 같다. 실시간으로 전화로 보고 듣고 북측에서는 정회하는 기간에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래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경험이라 보인다. 언론에 따르면 김양건 당 비서가 “큰 틀에서 겨레의 미래를 열자, 최고위급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등 정상회담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이미 여당이나 통일부, 청와대에서도 5.24 조치는 실효성이 끝났다하는 건데 왜 저 부분을 선제적으로 해제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이끌어내지 못하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정상회담 때 쓸려고 남겨놓은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끔 된다. 정상회담의 시기가 중요한데 노무현 대통령처럼 너무 임기 말에 이루어지면 그 이후에 정상회담에 합의된 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임기 말로 가선 안 된다. 내년이나 이때쯤 정상회담을 하는 것으로 이번에 상당히 사전에 공감대와 이런 것들이 있지 않았겠나. 그런 부분을 성과로 봐야 되지 않나 싶다.

유창선: 속도차이는 여전히 있는 것 같다. 이번에 과정을 쭉 보면 북측은 아무래도 남북관계에 있어서 일괄타결을 원했던 것 같고, 큰 틀에서 통 크게 큰 길을 열어 나가고자 하는 것이었고, 반면 우리 쪽에서는 당면한 일들, 지뢰 등을 중심으로 꼭 필요한 것만 확정짓고 다른 부분들을 추후의 문제로 서두르지 않으려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고 생각한다. 회담 후에 나온 이야기들도 당장 그것이 나타난다. 통일부가 5.24 조치 해제는 논의된 바가 없다고 얘기도 했고, 김관진 실장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로서는 남북대화를 해나가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해가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 문제는 김정은이 지난 신년사를 통해서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사실은 우리 쪽에서 그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던 건데 아마 그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되지 않겠는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만났을 때 뭔가 얘기가 되어야 한다. 결과가 불확실한 정상회담을 섣불리 벌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마 정상회담 가능성 문제는 상당히 시간 걸리지 않겠는가. 속도의 차이에 대한 우여곡절 이런 것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

황장수: 북한이 지난번 이희호 여사가 방북했을 당시 그쪽 라인으로 앞으로 박근혜정부와 일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위기를 조성하면서 불과 보름 만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북한 측의 하겠다, 안 하겠다는 표현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은 미국과 오바마 정권의 임기가 27개월 남았는데 오바마 정권과는 남은 임기동안에 상대 안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물밑으로 보따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측면에서 북측이 박근혜 정권을 다루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최근 상당히 유리한 것은 우리 경제가 차이나 쇼크 등으로 상당히 어려워졌다. 주식이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북한 변수까지 보태게 되면 대단히 어려워진다. 한국경제가 정상적일 때는 북한 변수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는 북한 변수가 남측의 정권을 흔들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인식을 북한이 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에도 한국 언론을 보면 차이나 쇼크라는 것이 이미 6, 7월 달부터 계속 가시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다가 지난 금요일부터 차이나 쇼크가 시작됐다고 하면서 북한 부분들까지 같이 얹어버렸다. 앞으로 남은 부분에서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는 정상회담에 가기 위한 일종의 북측에 담보 요인으로 내놔라는 부분이지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거라고 북측이 전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회담이 순조롭게 될 것이냐인데 앞으로 몇 차례 더 위기가 올 것이다. 북측 입장에서는 이번에 몇 가지 얻은 교훈이 있을 것이다. 북측의 입장으로서는 자기들도 몇 가지 얻었지만 박근혜 정부도 별로 손해 본 것이 없고, 지지율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반등하는 계기도 얻었다고 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 득실을 따져보고 정상회담이 최종목표라면 그 이전까지 각 협상 단계별로 순순히 남측이 기대하거나 원하는 부분으로 자신들의 행보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않고 계속 반복적인 협상들이 지루하게 전개될 것이라 보고 있다.

김만흠: 최근 북한은 상당히 어려운 국면에 직면했다. 지금 한미가 연합해서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고 중국의 전승절 등으로 단기적인 처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후에 이런 것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풀어갈 것이지 지커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대북문제에 대해서 우리 내부의 합의나 통합을 구축하는 문제에 있어서 그동안 너무 경시해왔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것을 주목하고 내부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북관계를 어떻게 임할 것인가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6.15선언, 10.4선언을 거론하면서 거의 적대적 관계에 있는 북한과는 그런 통합적인 부분을 얘기하면서 우리 내부에서는 계속 이 문제를 가지고 서로 적대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 집권 세력이라면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보는데 걸핏하면 종북을 꺼내고 있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념 논쟁이 있으면 북한문제를 거론하고 했는데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국제적인 정세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부분이 있지만 북이 남쪽을 보는 시각에는 남한 내부에서 어떤 시각으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북한에서는 남한의 언론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고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큰 틀에서는 대통령과 여당 쪽에서 남한 내부의 통합책을 마련해야 되지 않느냐 생각한다. 그래야 힘을 한데 모아서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나가고 또 이것이 국내정치든 경제든 간에 계속 불안요인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김능구: 최근 홍석현 중앙미디어 회장께서 북핵 문제가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북핵 문제는 그대로 두고 남북한 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아무것도 없다는 대북전략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핵 문제는 그대로 두고 남북 간에 민간교류든 정치교류든 해 나가면서 어떤 면에서 통일의 기운이 성숙되는 시점에 북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서 해결해 나가는 역 발상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 얘기의 의도한 바는 결국은 통일 경제론이다. 남북이 새로운 경제 성장에 대한 동력을 찾지 못하고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면에서 선진국 벽을 넘지 못하고 있지 않나. 그것을 넘어가는 돌파구가 결국 남북경제다. 우리가 일찍이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했을 때 경제 대통령이라는 것에 걸맞게 과감하게 남북의 경제교류를 열지 않을까 기대를 가졌지만 북핵문제로 아무 것도 못하고 말았다. 이제라도 그런 부분들이 양측이 서로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면 효과는 클 것이다 여러 가지 부분들을 해결하는 작용을 할 것이다. 이번에도 개성공단은 거의 정상적인 운영이 됐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면서 북쪽에서도 전면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해석기사도 나오고 했었는데 개성공단을 처음 계획대로 두 배, 열 배 키우야 한다. 최근 박 대통령도 경원선 시공식에도 참석했다. 그런 것도 발상을 전환해서 남북경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그런 실질적인 부분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명식: 협상 타결에 대해서 여러 얘기를 나눴다. 올해가 남북이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에 꽉 막힌 남북관계에서 변화의 물꼬를 트기를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근 7년간 완전히 막혀 있었고 대화의 통로도 없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남북접촉이 이뤄졌기 때문에 전화위복으로 남북관계가 새롭게 뚫리는 계기가 되고 변화의 물꼬가 터지길 기대하면서 다음 얘기로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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