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붕괴론과 대화제의가 양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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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언론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다 보면 도대체 저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앞 뒤가 너무도 다른 말들이 이어질 때는 난감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메시지들은 도대체 누가 관리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걸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최근 알려진 박 대통령의 통일 관련 발언들도 그러하다.

<한겨레>는 18일자 보도를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통일준비위원회의 토론회에 참석해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집중토론회에서 "통일은 내년에라도 될 수 있으니 준비하셔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비공개회의에서의 발언이었다고 하지만, 대통령으로서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남북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 느닷없이 내년에 통일이 될 수도 있다니.... 당연히 북한의 정권붕괴에 따른 통일 내지는 흡수통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남북관계가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가고 있는 마당에 북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의 ‘내년 통일론’은 이전 정부들의 북한붕괴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대화를 피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는 "통일은 도둑처럼 올 수 있다"고 말하면서 역시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일성이 혹은 김정일이 사망하면 북한은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예상과는 달리 북한체제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북한붕괴론의 문제는 물론 북측의 반발을 불러온다는 점도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 북한과의 대화를 기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서둘러 대화를 하려할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대화는 오히려 곧 무너질 북한을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실제로 김영삼,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붕괴론이 대두된 이후에는 북한과의 대화를 기피하는 흐름이 득세했고,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집권 초기에 보였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는 사라지고, 이제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아버린 듯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언제나 시나리오로 끝나곤 했던 북한붕괴론이 낳고 있는 위험한 결과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상 북한붕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내년 통일론’을 말한 불과 며칠 뒤, 박 대통령은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남과 북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내년에 망할지도 모르는 상대한테 무슨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자고 하는 것이고, 대화의 길로 나오라는 것인지, 논리적으로도 앞 뒤가 맞지않는 얘기이다. 내년에 망할지 모른다는 저주성 얘기를 들은 북한이 박 대통령의 말을 듣고 과연 대화의 길로 나설 가능성이 단 1퍼센트라도 있을까.

국가를 책임진 사람의 말은 신중하고 무거워야 한다. 특히 민족의 앞길을 좌우하는 남북관계에 대한 말은 더욱 그러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대북정책의 메시지가 되고 신호가 된다. 그런데 듣다보면 혼란스럽고 무엇이 진의인지 정리가 안된다. 그런 메시지는 실패하는 정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북한더러 대화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내년이면 망할 것이니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어느 것이 진의인지, 정말 들어도 몰라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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