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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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비무장지대 지뢰매설에 대한 북측의 언급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할 경우 날조라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북한의 이전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의 침묵은 사실상 인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제시된 여러 정황들을 놓고 보았을 때, 앞으로 판단을 뒤집을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제시되는 것이 없다면 현재로서는 북한에 의한 행위로 판단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그런데 지뢰매설 행위를 놓고 북한에 대한 비난과 아울러 우리 군과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왜 말로만 ‘가혹한 대가’를 얘기하고 정작 제대로 된 응징을 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언제나 큰 소리만 치고 번번이 북한을 응징하지 못한다는 야유성 비판들도 나온다. 보수층에서야 그렇다 치더라도, 진보층에서까지 우리 군과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꽃다운 장병들의 피해를 막지 못한 허술한 태세에 대한 비판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일이다. 폭발사고 발생 이후 정부가 드러냈던 혼선 또한 비판받을 일이다. 하지만 무기력한 사후 대응을 탓하는 목소리들은 그 방향이 제대로 잡혀있는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가혹한 대가’를 실행에 옮기고 있지 못함을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말 그대로 ‘가혹한 대가’라면 군사적 응징 이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원점 타격이라든가, 북측 소초에 대한 공격 등이 그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군사적 대응은 곧 바로 군사적 충돌을 낳고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대단히 크다. 더욱이 지뢰매설에 대한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군사적 대응은 더 큰 역공과 전면전의 계기가 되어버릴 위험이 크다. 이번 과정에서 주한미군 측이 군사적 응징 선택에 반대했던 것도 이같은 확전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후의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성급한 군사적 응징론은 대단히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군과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대한 비판의 초점이 그런 방향으로 향한다면 자칫 군을 자극하여 차후에 무리한 대응을 촉발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꽃다운 젊은이들이 희생당하고 부상당하는 현실을 진정으로 막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하는게 옳을 것이다. 다름아닌 남북간의 충돌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관계개선의 요구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남북간에 계속되는한 한반도는 언제 전쟁의 불바다가 되어버릴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긴장의 고조 속에서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군사적 충돌이 곧 바로 확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민족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이다.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무기들이 사용되는 전쟁에서 승자와 패자가 어디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전쟁은 우리가 쌓아놓은 모든 것,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인간의 지옥이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막는 것은 사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화해 정책이 계승되지 못하여 오늘에 이르렀던 점은 차치하고라도,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여러 차례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 앞선 나머지 그 기회들은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같은 북측 최고위급인사들의 방문과 대화라는 절호의 기회를 못살렸던 것, 올해 들어 계속되었던 북측의 대화제의가 접점을 찾지 못했던 데에는, 물론 북한의 책임 부분도 있겠지만, 북측에 대한 강한 불신 속에서 사실상 남북관계를 포기해버린 듯한 우리 정부의 소극적 태도 또한 크게 작용했던 것이었다.
 
도대체 이러고 어떻게 살겠는가. 일년에도 몇 번씩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언제 군사적 충돌이 있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된다. 대통령의 말대로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이렇게 위험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 되는가. 근본적으로 풀지않는 한 어떤 ‘가혹한 대가’로도 관리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가혹한 대가’가 아니라 남북간 관계개선을 통한 평화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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