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앞날에 대한 당부에 앞서, 지난 잘못을 사과하는 예의부터 갖추어야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끝내고 임기의 반환점(8월 25일)을 앞둔 시점에서 집권 하반기 국정과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경제가 대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 공공부문, 교육, 금융시스템의 4대 개혁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동참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의 담화에는 메르스 사태나 국정원의 대국민 해킹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당초 예상되었던 기자들과의 문답도 자칫 주제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방적인 발표형식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앞으로 행할 일들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려면 먼저 이전에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를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할 것이다. 
 
임기 후반기를 앞둔 대통령이 담화형식을 통해 경제재도약을 강조하는 것은 그 만큼 지금 우리 경제가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상대적으로 중소상공인, 노동자, 비정규직, 실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금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노동개혁’인데, 청년일자리 보장을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주요골자이다. 그런데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청년일자리 창출과 연결 지어 압박하는 것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울러 최근 롯데그룹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재벌개혁문제가 시급한 현안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던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일체 언급이 없고 노동계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벌급 경제인들을 이번 8.15 특별사면을 통해 구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번 롯데그룹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은 재벌 일가들이 변칙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현재의 왜곡된 구조를 그대로 인정한 채, 범죄를 저질러도 ‘경제살리기’라는 명목으로 면죄부를 안겨주면서 사실상 법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특권층으로 만들어 온 것이야말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행위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일방통행식 담화로는 한계가 명확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를 보내면서 예상치 못했던 사건, 사고들로 인해 국정이 발목잡혔고 그로 인해 개혁 추진이 차질을 빚어 왔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댓글 문제, 세월호 참사, 수차에 걸친 인사 참사, 메르스 사태 등등... 그런데 이 문제들이야말로 대통령이 강조해 마지않았던 비정상의 정상화 대상이었고 그런 부분들이 국민들의 눈높이로 잘 정상화되었다고 믿고 있다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지금처럼 30%대를 맴돌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맞으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기성세대와 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치 개혁의 대상이고 이들이 기득권자인 것처럼 규정하는 것은 사실과도 다르고 또 다른 국민 편가르기나 세대간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무엇보다 ‘개혁’을 내세우기 이전에 지난 잘못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자세를 먼저 보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아울러 국민의 지지와 동참을 호소하기 위한 자리라면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소통하면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미흡하더라도 소상히 밝히려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설교하듯 강조하는 방식으로는 개혁에 필요한 국민적 동력을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대국민담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모색해 왔다. 그런데 정책의 소비자라 할 수 있는 국민과의 소통의 과정 없이 일방적인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며 국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발상은 민주적 리더십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정당과 의회를 적대시 하거나 무시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국민 직접 설득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는 방식이 반복되는 것은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라디오 방송을 통해 매주 1번씩 국정연설을 하면서 자신의 치적을 늘어놓았지만 이를 의미 있게 기억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소통 없는 담화발표가 반복되면 자칫 공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