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확대는 찬성하지만 의원 정수 늘이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여론

<사진=YTN뉴스 캡처>
▲ <사진=YTN뉴스 캡처>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서 7월 28일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57.6%의 국민이 세비를 삭감하더라도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다음날 실시한 다른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 57.2%는 지역주의에 기반 한 기존 정당들의 기득권 유지 구조를 허물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여론이 부정적인 것은 우리 국민들이 국회를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고, 국회의원들은 공익을 우선하기 보다는 당리당략에 집착한다고 보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것은 지역주의에 기반 해서 특정지역에서 특정정당이 독식하는 현상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 제도에서 투표로 나타난 민의와 실제 의석수의 괴리현상을 줄이고 다양한 계층과 이익집단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기 위해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면 그러한 취지가 잘 발휘될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독일식 권역별 비레대표제 도입이 거론되는 것은 바로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라 할 것이다. 현재의 여론을 그대로 반영하려 한다면 의원정수는 그대로 두고 지역구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거구제를 획정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인구가 많은 대도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인구가 적은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은 여러 지역을 통폐합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더 큰 장애는 현행 선거제도하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지역구가 줄어드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차제에 지역구를 더 늘리고 비례대표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의원도 있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에 대해서는 ‘비례대표가 과격 진보세력의 정치권 진입을 위한 교두보’라며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완강히 거부하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은 혁신위 차원에서 의원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었지만 부정적 여론에 밀려 현행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 지역구를 축소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비례대표 숫자를 널리지 않고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할 경우 지역주의 극복에는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인 정당득표 수와 의석수의 일치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수 국민들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부정적인 것은 정치권 스스로의 업보라 할 것이지만 국회와 정당 그리고 정치인을 싸잡아 매도하면서 지산들의 입지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온 일부 수구언론의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압도적으로 비대한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결코 국민들의 이익에 반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현재와 같은 여론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의회민주주의가 발전되려면 의회의 기능이 강화되어야 하고 의회 가능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의원정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여야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거짓이나 허울만이 아니려면 정당기호순번제 폐지부터 나서길

새누리당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으로 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울러 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새정치연합 혁신위 안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라며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에도 내년 총선의 공천의 화두를 개혁과 기득권 내려놓기에 두겠다고 공언할 만큼 기득권 포기를 내세우기는 마찬가지이다. 새누리당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행 소선구제에 의해 득표수에 비해 과대대표되는 효과를 가장 많이 얻는 것이 새누리당이고 바로 그런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반대하는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선거법에 의해 여야 거대장당이 기득권을 누리면서 실질적으로 의석수 확보에 도움을 얻는 제도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50조에 의하면 정당공천이 이뤄지는 선거에서 투표용지와 선거벽보에 큰 정당 순서대로 기호를 부여하게 되어있는데 이 조항이야말로 기득권 정당에 특혜를 주는 불평등한 규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강조하는 기득권 내려놓기가 국민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나 허울뿐인 속빈 강정이 아니라면 이 선거법 조항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몇 차례 위헌심판청구가 있었지만 기각된 것은 헌법재판소가 정당정치 보호를 우선적 가치로 내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성정당이 지나치게 보호되는 이면에는 국민 선택권의 왜곡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높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성장하기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국민과 유리된 정당이라 하더라도 쉽게 퇴출되지 않는 부정적 측면들이 강하다는 점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기호 1번과 2번을 나눠가지면서 기득권을 누리는 거대양당이 합의하면 선거법을 개정할 수 있고 가장 확실하게 기득권을 내려놓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경제정책에서 대기업의 독과점과 갑(甲)질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정치의 장에서는 독과점적 특혜를 누리는 것은 지극히 모순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지역에서 특정 기호에 ‘묻지마’식 줄투표가 이뤄지고 이런 투표행태에 기대어 당선을 보장받는 정치행태를 거듭할 경우 ‘국회의원 정수를 절대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 여론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개혁과 선거구제 획정 등의 사안들이 정치권의 화두로 제기된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진심으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제도 개선에 합의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정치권이 하지 않는다면 시민 사회가 나서서 정당기호순번제 폐지를 위한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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