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정치적 공동묘지가 되는 길 막아야

1차 혁신안을 의결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오르기는 커녕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7월 넷째 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지지율에 있어서 새누리당 40%, 새정치연합 21%, 정의당 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 조사와 비교하면 정의당의 경우 새 대표 선출 효과에 힘입어 급상승한 것이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각 1%포인트 하락한 결과이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32%로 1%포인트 떨어졌다.

제1야당의 오르지 못하고 있는 지지율은 당혹스럽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국정원 해킹 의혹으로 여권이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1차 혁신안을 통과시킨 직후이다. 그런데도 백약이 무효인지, 그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절반에 머무르는 상황은 변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지율이라는 것이 언제든지 변화하는 것이고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민심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도 여당의 절반에 머무르고 있는 제1야당의 지지율은 별다른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내년 총선까지 고착화될 위험이 커 보인다. 물론 총선이라는 것이 후보들 간의 인물 경쟁이기에 정당 지지율이 그대로 결과에 반영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판세를 좌우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계속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여당이 이길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제 우문에 가깝다. 그래도 선거만 하면 여당이 늘상 승리하는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이제 내년 총선도 보다 냉정하게 판을 읽을 필요가 있다. 이대로 가면 야당은 진다. 아마도 110석 안팎의 의석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여당이 크게 이기게 되어 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선거수행 능력이 뛰어난 여당의 힘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야당 자신의 문제에 기인하는 것임에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혁신의 과제였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필패이니, 그것을 막을 대안을 찾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사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의 지적처럼, 4·29 재보선 패배 이후 문재인 대표는 “이기는 정당을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면 깨끗이 책임지고 물러나든지, 아니면 재신임을 물은 뒤 직접 혁신위원장이 되어 ‘이기는 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그런데 혁신위원회를 당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남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지켜보는 위치로 가버렸다. 공을 넘겨버린 것이다.

그러나 김상곤 혁신위는 그 공을 받지 않았다. 여러 내용을 담은 혁신안이 나왔지만 그것은 정당 내부의 문제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담아내지 못했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와서 바로 큰 수술을 해야만 살릴 수 있는 상황인데, 의사는 수술의 위험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나머지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며 좋은 약을 처방해주고 집에 가라고 한다면 그 환자가 계속 살 수 있겠는가. 의사는 그 환자가 기초체력 기르다가 숨지고 말 위험을 얼마나 생각해 본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혁신위는 이미 선을 그었다. 어떤 정치적 결단같은 것을 강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자기 역할을 한계를 이미 그어버린지 오래이다. 혁신위를 탓할 일은 아닐지 모른다. 애당초 당의 대표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을 갖고 혁신위에 공을 넘긴 것이기에, 혁신위가 다시 그 공을 담 밖으로 던져버렸다고 그들만 탓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애당초 기대와 요구가 너무 컸을 뿐이다.

상황을 냉정하게 짚어보자. 혁신안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여당의 절반에 머물러있다. 그렇다고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어떤 긍정적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비현실적이다. 누구도 공을 자기 손안에 잡으려고 하지 않는 곳에서 달라질 것은 앞으로도 특별히 없어 보인다. 혁신공천 한다고 해도, 여당이라고 놀고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 그러니까 지금 모습 그대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그것이 직시해야 할 현실이다.

이제 마지막 기회가 하나 남아있다면 혁신위가 다시 던진 공을 문재인 대표가 잡는 것 밖에 없다. 자신의 정치적 결단과 리더십을 통해 야권의 총선 승리 가능성을 열고 자신도 2017년 대선주자로 사는 윈-윈의 길이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라는 예술을 잘 들여다보면 그같은 윈-윈의 길을 창조해내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가면 내년 20대 총선은 야권도 죽고 문재인 대표도 죽는 정치적 공동묘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채 그냥 이대로 흘러가는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앞을 내다보는 통큰 리더십을 보일 것인지, 선택도 책임도 결국 문 대표의 몫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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