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주 모아 반대 결집 시도, 삼성에 무너져

[폴리뉴스 박효길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약 건 승인이 통과됐다.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강력한 반대 의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세 결집에 실패하면서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약 건 승인 찬반을 표결했다. 결과 제일모직은 만장일치로, 삼성물산은 당초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로 69.53%라는 높은 비율로 통과시켰다.

이는 엘리엇의 반대 공세가 잘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지난달 4일 삼성물산의 지분 7%를 보유하면서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밝히며 합병 반대의사를 밝혀 왔다. 또한 엘리엇은 법원에 삼성물산과 이사진에 대한 가처분 소송제기를 하면서 본격적인 합병 무산 행보를 펴왔다.

오너 지분이 낮은 삼성물산은 지난달 10일 백기사(우호지분세력) KCC에 자사주 5.8%를 넘겨 삼성에 유리한 의결권을 크게 확대했다.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법원은 기각하자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합병 승인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KCC에 자기 주식을 부적절하게 매각했는지 여부를 법원에서 판단하지 않은 것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엘리엇은 패했다.

잇따른 법원 가처분 신청에도 패한 엘리엇은 이번에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지난 15일 “지난 5년 이상 (합병안 발표 전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거래됐던 삼성물산 주식의 순자산가치에 평균 할인율을 적용하면 주당 7만2500원 즉 삼성물산 종가보다 9%가 넘는 프리미엄을 상회한다는 점을 모든 주주에게 상기시켜 드리고자 한다”며 “저평가된 삼성물산의 주식이 미래가치가 매우 투기적이고 불확실한 제일모직의 주식과 억지로 교환되는 일을 당하자 않도록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엘리엇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이미 백기사 KCC와 국민연금이 삼성 편을 들면서 세가 기울자 엘리엇은 소액주주들을 잡기 위한 마지막 안간힘을 써봤다. 결국 엘리엇은 패했고 “합병안 승인은 실망스러우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게다가 엘리엇의 과거 행적으로 인해 여론이 등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엘리엇은 과거 아르헨티나를 13년 만에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로 빠뜨린 주범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2년 국가 부도 때 국채를 갖고 있던 채권단 93%와 채무 재조정에 합의했다. 채무의 약 70%를 탕감해주는 합의안에 채권단 대다수가 참여했지만 엘리엇은 응하지 않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액면가 13억3000만 달러의 아르헨티나 국채를 4800만 달러라는 헐값에 사들이고 소송에서 액면가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 이에 미국 법원은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면서 나머지 채권단까지 액면가 전액 상환이 겹치며 아르헨티나는 다시 디폴트에 빠지게 됐다.

이외에서 페루도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고 DELL, P&G 등 여러 기업도 어려움에 빠뜨렸다. 이러한 엘리엇의 과거 행적 덕(?)에 주주들에게 애국심 마케팅이 통했으리라 본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 등이 속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기업이 되는 합병 삼성물산 출범에 걸림돌이 되는 엘리엇이 국민들의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물산은 원안대로 합병안을 통과시키며 엘리엇에게 패배를 안겼다. 엘리엇이 과거 행적을 보면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엘리엇 같은 기업사냥꾼은 언제든지 다시 등장한다. 삼성물산이 앞으로도 이에 대비해야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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