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너무 걱정 마세요. 잘 되면 다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이니까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신청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발표(프레젠테이션·PT)했던 지난 9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들을 격려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HDC신라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를 따내는 과정에서 이부진 사장이 보여준 리더십이 화제다. 이부진 사장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잡고 설립한 HDC신라면세점의 면세점 추가 특허 획득에 ‘일등공신’ 구실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HDC신라면세점은 설립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한국 재계를 좌지우지해온 삼성그룹과 현대그룹 창업주 자손들이 동맹을 맺고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손녀, 정몽규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조카다.

삼성그룹 3세와 현대그룹 2세의 동맹이 성사된 데에는 이부진 사장의 결단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시내면세점 사업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현산은 면세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다. 내세울 것이라곤 용산 아이파크몰이란 복합쇼핑몰뿐이었다.

시내면세점이 탐나지만 경험이 없었던 정 회장의 현산은 면세사업 경험이 풍부한 신라 측에 손을 잡자고 제의했다. 애초 독자적으로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를 신청하려던 이 사장의 신라는 현산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과 제주도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심사에서 연달아 롯데에 패했던 이 사장의 아쉬움도 현산과 손을 잡기로 결정하는데 한 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산과 신라의 동맹은 용산 아이파크몰이란 하드웨어와 풍부한 면세사업 경험이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동맹을 맺은 현산(아이파크몰 25% 포함)과 신라는 절반씩 투자해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하고 아이파크몰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웠다. 양창훈 아이파크몰 사장과 한인규 신라 운영총괄 부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은 HDC신라면세점이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를 따내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관광과 문화, 쇼핑이 어우러진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인 ‘면세(DF)랜드’였다.

이 사장은 지난 5월 25일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 정 회장과 악수를 했다. 6월 들어 국내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자 대기업들의 시내면세점 쟁탈전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메르스 국면에서도 이 사장의 리더십은 돋보였다.

이 사장은 6월 18일 141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제주 서귀포시 제주신라호텔에 3박4일 동안 묵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직후 제주도로 날아가 하루 매출 3억 원대로 알려진 제주신라호텔의 영업 중단 지시를 내렸다. 그는 6월 26일까지 9일 동안 제주신라호텔에 묵으며 메르스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6월 26일 제주도가 메르스 안전지대임을 확인한 이 사장은 7월 1일부터 제주신라호텔을 재개장하기로 결정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 사장의 메르스 사태 수습 노력은 끝이 아니었다. 그는 6월 29일 늦은 오후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떠났다. 그리고 30일 오전부터 양창훈·한인규 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와 함께 현지 대형 여행사들의 경영진, 관광담당 부처인 국가여유국과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나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늘려 주도록 요청했다. 

베이징에서 돌아온 이 사장은 이달 2일 오전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에 정 회장과 함께 참석해 HDC신라면세점을 지원했다. 이날 이 사장은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을 통해 국내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9일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을 찾아 사업계획 PT에 나선 HDC신라면세점 경영진을 격려하면서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를 신청한 대기업 오너들 가운데 PT 현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한 것은 이 사장뿐이었다. 10일 오후 관세청은 대기업 몫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주인으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이 사장의 ‘솔선수범’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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