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폴리뉴스 오현지 기자]지난 11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일가족 살해 사건을 다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3년 무자비하게 칼에 찔린 세 명의 살인사건을 파헤쳤다. 특히 12곳이나 찔린 여성 피해자를 주목했다. 여성 피해자인 전다영 씨의 손에는 머리카락이 있었다. 모근이 없었지만 중요한 단서였다.  

당시 경찰과 수사기관은 이 머리카락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고 판단했다. 머리카락이 전 씨의 모계와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는 달리 봤다. 전문가는 상처를 입기 전에 전 씨가 범인의 머리카락을 잡은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고통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뜯을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경찰과 수사기관은 왜 머리카락의 정체를 다르게 판단했을까. 2003년 당시 기술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기술로는 머리카락으로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전문가의 멘트를 인용해 “머리카락으로 염색 정도만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머리카락이 범행 용의자일 확률이 크다는 전제 아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전 씨의 어머니 박 씨에 대해 주목했다. 박씨의 돈과 남자관계를 집중 파헤쳤다. 그러던 중 ‘그것이 알고 싶다’는 박 씨와 교제했다는 택시 기사를 만나게 됐다. 택시 기사는 박씨에 대해 “애들(자녀들) 앞으로 보험을 들어놨다고 했다. 섬뜩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멀리 할까”라고 회상했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면 현장에서 두 개의 칼이 발견됐다. 함께 범행을 한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였다. 

지금 기술로 머리카락에서 많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머리카락을 분석하면 지리적 경로, 음식과 관련된 식습관, 질병, 생활하는 환경의 영향, 직업군 등을 알 수 있다고 한다. 2003년과 달리 머리카라가 분석 기술은 현저히 발달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말미에 김상중은 “미제의 사건은 증거도 기억도 사라진다. 해결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도 꼭 사라진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건을 저지른 범인, 사건을 알고 있는 핵심 관련자의 마음 즉, 양심이다. 드물긴 하지만 적지 않은 사건이 심경의 변화를 느끼고 자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상중은 박 씨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최근 지인에게 전화한 박 씨는 “외롭다”고 했다고 한다.

만약 전 씨의 머리카락이 지금 그대로 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미제 살인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가 살인미제 사건을 파헤칠 때마다 억울하고 분통한 생각뿐이다. 이 사건 역시 잔인함보다 방화로 증거를 없앤 치밀함에 화가 난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이 이렇게 밝힐 수 있는 것을 수사기관은 왜 밝히지 못할까.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 1999년 대구에서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공소시효는 만료됐다.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끝났다. 김모 군은 누군가 뿌린 황산 때문에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김군은 49일간 투병생활했지만 결국 숨졌다. 지난 10일 대법원은 “김모 군 부모가 낸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매번 영구미제 살인사건이 화제가 되고 울분을 토한다. 그럼에도 영구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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