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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이슈

[김만흠 칼럼] 제왕적 권위의식이 무력화시키는 여야의 타협정치

국회의 타협정치, 청와대의 여제정치

우리 정치에서 정당과 국회는 늘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다. 공공 부분에 대한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도 매번 최하위로 나온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도 정당과 국회는 대표적인 불신의 대상이다. 공적으로 내거는 정치적 명분과 현실의 이기적 권력 욕망이 보여주는 괴리가 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치는 비난과 불신의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그게 정당과 국회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정치의 중심은 사실 국회라기보다 대통령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책임과 비판은 국회로 더 집중돼왔다. 어쩌면 대통령에 종속된 국회의 무책임성과 비생산성에 대한 책임까지도 정당과 국회 자신의 몫이라고 보는 것 같다.

국회에 대한 비판은 싸움만 하지 말고 민생 챙기라는 것이었다. 또 싸움만 하고 특권만 챙기는 거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는 일에 비해 특권 챙기고 있는 건 여전한 것 같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비난을 많이 받아도 다음 선거에선 그 정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된다. 그러니 정당들의 기득권과 특권은 여전하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는 우선 국민의 비난 대상이었던 몸싸움의 정치는 사라졌다. 국회선진화법의 효과가 있다. 몸싸움은 사라졌지만 비생산적인 무기력한 ‘식물국회’가 돼버린 것이라는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도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 전진영 박사의 실증 분석에 따른다면, 양적인 차원에서는 19대 국회가 이전 국회보다도 더 생산적이었다고 한다.

19대 국회 전반기 입법 속도는 18대 같은 기간에 비해 20일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결된 법안 수도 1276건으로 18대(1207건)와 그 이전 15-17대보다도 많았다. 꼭 이런 양적인 것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물국회’에서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비난은 그렇게 근거가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법정 일정을 안 지킨 국회 운영도 많았다. 중요한 국면에서 교착상태가 돼 무책임한 국회라는 비난을 받을 만했다. 그러나 교착상태를 겪기도 했지만, 서로가 불만이었을지라도 타협으로 마무리했던 것이 최근의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여야 정당이 비생산적인 정쟁 국회에 대한 국민 비판을 의식한 면도 있었지만, 19대 후반기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 운영 리더십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지난 해 국민적 사안이었던 세월호 특별법을 최종 타협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한 가운데 있었다. 국회선진화법이 자동 적용되는 첫 해였던 지난해 예산안도 일정 내에 합의 처리됐다. 이완구 전 총리에 이어 이번 황교안 총리의 국회 인준 과정에서도 가급적 여야 합의의 절차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 집권여당의 청와대 종속 경향에도 불구하고 여야 협력의 정치를 말하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역할도 주목 받았다. 국회선진화법 체제를 배경으로 한, 이들의 의회주의 원칙이 여야 타협의 정치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타협의 정치가 정국 안정과 민주적 공존의 정치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정치의 중심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호존중의 타협정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국회에서 첨예한 갈등 요소를 만들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과 관련된 것이었다. 대통령과 더불어 국회도 국민의 대표이며, 따라서 상호존중하면서 견제해야 하는 것이 우리 헌법질서의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보다 대통령 자신의 입장만이 원칙으로 강조됐다. 그리고 교착상태에 따른 문제는 국회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여야가 타협으로 5월 임시국회 마지막 새벽에 의결한 개정안이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의 대안으로 야당이 주도한 개정안으로, 정부여당의 당면 과제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연계해 주고받기로 처리됐다. 

국회의 입법에 대해 대통령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 모두 국민의 대표로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국회 입법에 대한 거부권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이자 역할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의결한 그날 아침 바로 청와대에서는 위헌소지, 행정입법 침해 등을 말하며 반박했다. 국회의원 2/3가 넘는 211명이 찬성해 통과된 개정안이었음에도, 국회의 뜻에 대한 고려나 존중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강한 반대가 국정운영의 원칙이나 방향에 대한 이견보다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사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현행 국회법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국회 나름대로 개정 취지는 있다.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에 대한 실효성 제고’가 개정 이유였고, 이를 위해 통보 내용을 ‘시정·변경’ 요구로 구체화시켜 분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행 국회법도 행정입법 위임권자인 국회가 그 행정입법이 상위법의 취지와 내용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1차적인 판단이 국회에 있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다만 국회가 그것을 강제할 수단은 없는데, 여전히 개정안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논란이 될 경우, 대법원이나 헌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3권 분립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이다.

청와대의 반발 속에서 국회가 법안 내용 중 ‘요구’를 '요청'으로 수정해 정부에 이송했다. 정중하고 완곡한 표현일 뿐 근본 내용은 바뀐 게 아니다. 사실상 바뀐 게 없다는 청와대 쪽의 해석이 논리적으로 맞다. 내용이 바뀔 정도라면 문장을 다듬는 국회법 제97조에 따른 ‘정리’가 아니라,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국회법 제91조의 ‘번안’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조삼모사’의 속임수라 할 수 있지만, 명령 분위기의 ‘요구’에서 겸손한 요구인 ‘요청’으로 바꾸면서 청와대 반발을 조금이나마 수렴하려는 태도에 초점이 있다. 청와대에서는 행정입법에 대한 강제성이 그대로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지적했다시피 그게 문제라면 현행법도 마찬가지 여건이다.

대통령이 개정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대로 밀어붙일지 아직은 가변적이다. 국회법 처리에 따른 파장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국정치의 발전적 변화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대통령의 우리 정치에 대한 인식과 리더십 스타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비난 받는 국회에서는 어쨌든 타협의 정치를 모색하고 있는데, 그것이 시대착오적인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의식 앞에서 힘을 잃고 당청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여야 갈등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정부의 수장으로서 역량과 자질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면서 말이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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