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청문회를 거치면서 확립된 검증의 기준과 잣대 흔들려서는 안 될 것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회의 인사 청문회 제도는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발의로 도입된 제도이며 그동안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으로 나름 자리를 잡아왔다. 청문회가 반복이 되면서 국민적 공감 속에 고위공직자 검증의 기준과 잣대들이 확립되어 왔으며 많은 공직 후보자들이 이 기준과 잣대에 걸려 낙마를 거듭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후보자 자신이나 자녀들의 병역문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등은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도덕성 관련 4대 요소라 할 것이며 최근에는 법조계 출신 인사들의 전관예우 문제가 추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황교안 총리 내정자는 자신의 병역면제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을 받고 있고, 부동산 투기 의혹도 제기되었으며, 세금을 제 때 내지 않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직후 1년여에 걸쳐 대형 로펌으로부터 16억을 급료로 챙겨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가 되고 있다. 한편 황교안 내정자는 법무장관 재직 시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하여 MB정권의 사면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사람들도 수사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언명한 바 있는데 스스로가 이 사면에 관여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황교안 법무장관을 총리로 내정하면서 부정부패 척결에 적임자라고 강조한 바 있지만 과연 스스로 그럴 자격이 있는지 먼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자리를 잡아온 고위공직자의 검증 기준과 잣대가 이완구 총리와 황교안 총리 후보자를 거치면서 무너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완구 총리의 경우에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치명적인 하자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되어 조기에 낙마하고 말았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경우에도 드러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수적 우위를 내세워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과연 총리로서 제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준법의식이 낮은 총리가 국민에게 법질서를 내세울 수 있을까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경우 ‘미스터 국보법’이란 별칭이 말하듯이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보안법에 정통한 공안통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을 체납해 놓고 세법을 잘 몰라서 납부하지 못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본인 명의 승용차에 부과된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도 제때 내지 않았으며, 지방세와 자동차세도 연체하여 승용차가 5회나 압류되었는데 이것도 교통법규나 지방세, 자동차세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대다수 국민은 세법을 몰라도 부과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면서 살아가는데 법무장관까지 역임한 사람이 법을 몰라서 세금을 제 때 내지 않았다면 앞으로 누가 세금을 제대로 낼지 의문이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MB 정권 말기에 단행된 사면과 관련해서 기업인의 수임을 받아 자문에 응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자문한 내용은 사면의 절차에 관한 것 만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에서 사면 실무를 담당했던 정진영 민정수석과 사시 동기인 황교안 후보자에게 사면자문을 구했던 기업인이 인터넷에도 나와 있는 실무절차를 몰라서 거액을 주고 의뢰했다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사면이 누가 청구한다고 이뤄지는 일이 아니라 그 시기 권력의 필요에 따라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이뤄지는 일이란 것은 상식에 속한다.  

새누리당은 메르스 확산을 이유로 황교안 후보자를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의 초동 대응 실패와 늦장대처 그리고 무엇인가 감추고자 하는 비밀주의 행정으로 불신을 자초한 마당에 하자투성이 인물이 총리로 임명이 되면 메르스 퇴치에 도움이 된다고 믿을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황교안 후보자는 당장 눈앞의 청문회만 통과의례로 거치고 나면 이런 문제들이 다 덮여 넘어갈 것으로 보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총리감으로 전혀 부적절하다고 보는 국민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부끄러운 삶을 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계속 자리를 탐한다면 황망히 떠난 전임자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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