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샘하고 공격할 것 아니라 배우고 본받을 일

메르스와 싸우랬더니 박원순하고 싸우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심야 브리핑 이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 여론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리얼미터가 박 시장의 발표 내용에 대해 지난 5일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적절했다’는 의견이 55.0%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의견 32.8%보다 22.2%p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의 68.3%가 정부의 관리 대책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박원순 시장의 발표에 대해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정치적 총공세를 폈지만 여론의 박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책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6일자 <중앙일보> 사설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도대체 뭘 제대로 한 일이 있다고 박 시장을 비난하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실패를 거듭한 복지부는 박 시장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질타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메르스 대란 와중에 박원순 때리기에 나선 것은 정말 해괴한 일이었다. 35번 의사가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상태에서 천 수백명의 사람들을 접촉하고 다녔다면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관련된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신속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우선하는 시장으로서의 책임이다. 박 시장은 그 책임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저런 지엽적인 문제들을 트집잡으며 박 시장의 발표를 비난하고 공격하고 나섰다. 자기들은 신뢰를 잃고 욕먹고 있는데 박 시장이 메르스 대응의 중심 인물로 부상하는데 대한 시샘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사이드 보건차관은 “우리가 체험적으로 얻은 교훈은 감염이 확인됐을 때 대처하는 것은 너무 늦다는 것”이라며, “절대로 확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모든 의심자를 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 시장이 강구한 신속한 조치들은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메르스같은 감염병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박 시장의 발표에 너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박 시장의 발표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 그래서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것으로 모자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지자체나 관련 기관이 독자적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에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메르스 대책에 서울시가 앞에 나서는 모양새를 막기 위해 제동을 거는 모습이었다. 박 시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메르스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자 비로소 박 대통령도 국립의료원을 방문하며 메르스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박 시장을 의식했다는 얘기이다.

씁쓸하다. 온 국민이 불안에 휩싸여 있는 이 상황에도 청와대의 마음은 콩밭에 가있음을 읽을 수 있는 광경이었다. 자신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나서서 대책을 내놓았으면 고맙게 생각하거나 지켜볼 일이지, 굳이 이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박 시장이 메르스 대책의 중심 인물로 자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세월호 때도 그랬지만, 국가적 재난 앞에서는 언제나 늑장 대응을 하는 청와대이지만, 대통령의 영역을 누가 조금이라도 침범한다 싶으면 이렇게 신속 대응에 나서는 염치없는 모습이 참으로 놀랍다.

대통령과 정부의 권위는 억지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늑장 대응,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대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이다. 그런데 그 근본 원인은 돌아보지 않고 박원순 시장이 주목받는 것이나 시샘하며 공격을 해대니, 정말 앞 뒤 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다. 시샘하고 공격할 것이 아니라 배우고 본받을 일이다. 정부의 무능으로 국민이 불안에 휩싸이는 상황을 야기해 놓고도 자기들의 권력 지키기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고 또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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