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지금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나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확산 사태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 본부 등 책임부서는 몰론 위기상황에서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가 책임을 방기한 것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다. 6월 5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근혜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메르스 사태 이후 6%나 급락하여 성완종 리스트 파문 직후 수준인 34%대에 머물렀고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8%나 급등하여 55%대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대에 걸쳐 부정적 평가가 높아졌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가족의 건강과 안전문제에 민감한 여성과 가정주부 층에서 부정평가가 급증한 것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의 무능하고 안이한 대응에 대해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0일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초기 대응이 시급한 소위 골든타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았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행사를 언급하는 등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당청갈등만 부추겼다. 보건복지부의 초기대응이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메르스가 이미 2차 감염을 넘어 3차 감염이 우려되었던 6월 1일에서야 수석비서관회의석상에서 마치 남의 일 이야기하듯 ‘보건복지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지적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잇달아 사망하고 감염자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국민 2/3가 불안해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정부는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를 구성하는 전형적인 면피성 뒷북행정을 보였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지자체를 책임진 단체장들은 더 이상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수립에만 의존할 수 없어서 자체적으로 시민들의 동요와 불안을 막고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성남시의 이재명 시장은 지역 내 병원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루머가 돌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신속히 SNS를 통해 사실관계를 알렸고 이를 통해 동요하던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6월 4일 밤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일 메르스 확진을 35번째로 받은 서울 대형병원 의사가 격리 이전 시점에 대규모 학회에 참석하는 등 서울시민 등 1500여명과 접촉하였다는 사실을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공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김성우 홍보수석은 "박 시장의 어젯밤 발표를 둘러싸고 관계된 사람들의 말이 다르다"면서 "그래서 불안감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직도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메르스 사태를 맞아 여야도 협력하는 판에 당·정·청은 만날 필요조차 없다니 

온 나라의 국민들이 메르스 확산의 공포에 불안해하는 상황을 맞아 여야 정치권에서도 불필요한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 등이 힘을 합쳐 범국민적 협력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먼저 머리를 맞대고 수습책을 모색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집권여당이 아예 만남 자체를 갖지도 않고 있고 청와대에서는 필요성이 자체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특별한 현안이 없더라도 당·정·청은 정례적으로 만나서 조율하고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이 상식인데 메르스 확산과 같이 국가적 위기상황이 닥쳤음에도 당·정·청이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도무지 어떤 상황이며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새누리당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당·정·청 회의 개최의 시급성을 전달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표출의 연장이라고 한다면 이는 청와대 측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안이하기 짝이 없다는 반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로 예정되었던 통일준비위 회의를 연기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메르스 확산 대책에 맞출 것이라고 했다고 전해졌다. 국민들이 지금 청와대에 바라는 것은 무능한 보건복지부에 미루고 뒷전에서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정부와 여당은 물론 모든 관계기관을 총동원하여 직접 상황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대책에 대한 신뢰가 덜어져서 지자체들이 스스로 나서는 것에 대해 비난하면서 정작 정부는 여전히 뜬구름잡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정부가 앞장서서 지자체들과도 한데 힘을 합쳐서 신속한 대책마련에 나서란 것이다. 

메르스 확산이 어느 시점에서 멈출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14일∼18일 방미 일정을 앞두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이 자리에서 양국의 중요한 외교현안과 남북문제 등이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방미일정에 나서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유럽 출장일정을 취소하고 메르스 확산 저지의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고 “신속하고 단호한 자세로 조치를 취할 것”이록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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