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시절 영양 채워준 국민영양제…50돌 넘어 두 번째 도약 준비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비타민 영양제 ‘삐콤씨’는 ‘안티푸라민’과 함께 유한양행을 상징하는 제품이자 매출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의 리딩 브랜드다. 삐콤씨는 1987년 출시됐다. 하지만 삐콤씨의 역사는 19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삐콤’이란 브랜드가 1963년 첫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삐콤에는 유한양행을 창업한 유일한 박사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삐콤은 1960년대 시대상이 반영돼 있다. 배고픔의 대명사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많은 국민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가난과 싸워야 했기에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다. 당시 우리 국민은 미국 원조로 들여온 옥수수가루를 배급받으며 강냉이 죽으로 주린 배를 채웠다. 이처럼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옥수수 등을 주식으로 하던 국민 사이에 ‘펠라그라’ 병 같은 비타민B 결핍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옥수수는 체내에서 분해되며 비타민B3(니아신)가 대량 소모되는데, 다른 음식물로 비타민B3를 공급해 주지 못할 때 피부병인 펠라그라가 발병한다.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던 사람들에겐 펠라그라뿐 아니라 각기병과 구루병 등 비타민B 결핍증이 많이 나타났다. 이에 1963년 유한양행이 ‘삐콤정’을 출시한다. 

삐콤정은 유일한 박사의 특별한 지시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비타민B 결핍증으로 고통 받는 국민이 많은 것을 보고 ‘영양결핍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저렴한 값에 건강증진과 영양을 보급 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삐콤이 탄생한 것이다. 삐콤정은 ‘비타민B 보충은 절대필요’라는 광고와 함께 판매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는 해열제, 비타민 등에 합성마약을 넣어 만든 ‘메사돈’ 파동, ‘밀가루 항생제’ 사태 등이 발생해 제약업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모든 제조약품의 성분과 함량을 정직하게 공개했다. 유한양행의 ‘버들표’는 신용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비타민은 습기와 열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자연 손실되는 것까지 고려해 여유분을 더 넣어 약전에 명기한 함량과 똑같도록 완성한 제품을 공급했다. 삐콤은 비타민 B·C 복합제를 의미하는 브랜드로 비타민제의 대표주자로 인식됐다. 한 유명인사가 공중파TV에서 무의식중에 비타민제를 삐콤이라 말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유한양행이 1963년과 1987년 각각 출시한 ‘삐콤정’과 ‘삐콤씨’(초기제품). <사진=유한양행 제공>
▲ 유한양행이 1963년과 1987년 각각 출시한 ‘삐콤정’과 ‘삐콤씨’(초기제품). <사진=유한양행 제공>

비타민C 12배 증량 등 성분 보강한 삐콤’씨’로 탈바꿈 

유한양행의 창업정신이 깃든 브랜드 삐콤은 1987년 국민영양제로 등극하기 위한 변신을 시도했다. 산업 발전으로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자 요구가 다양해지자 유한양행은 기존 삐콤정의 성분을 보강하고 비타민C를 12배 증량한 삐콤씨를 출시한다. 1997년에는 엽산, 비타민E, 철분 등을 보강한 ‘삐콤씨 에프’를 선보였다. 이어 2004년 말에는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우루소데스옥시콜린산(UDCA) 10mg과 엽산, 아연 등을 함유한 ‘삐콤씨 에이스’를 출시했다. 에이스는 항산화제인 셀레늄과 아연 등을 보강해 성인병 예방과 건강 유지에 효과적이다. UDCA가 들어간 덕분에 술자리가 잦은 직장인의 간 기능 회복을 돕는 효과도 있다. 이렇게 삐콤씨는 시대적 요구와 소비자 성향에 맞게 진화해왔다. 

삐콤씨는 ‘온 가족 영양제’라는 브랜드 콘셉트로 장기간 소비자들과 소통해왔다. 삐콤씨 광고는 박찬호, 황정음, 김장훈, 선우용여 등 대형 모델뿐 아니라 친근한 가족의 모습을 담은 내용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는 한 제약사 드링크제 광고카피로 유명하지만, 원조는 삐콤씨라는 주장도 나왔다. 1978년 삐콤정 신문광고에 ‘그날의 피로는 그날로 풀어야 합니다’로 게재됐으니 삐콤 브랜드가 원조가 아닐까하는 유한양행 직원들의 투정도 있었다고 한다.   

2013년 유한양행은 삐콤씨 출시 50돌을 맞아 제2의 도약을 위한 변신을 시도했다. 2012년 10월 유한양행은 삐콤씨에 비타민E와 셀레늄 등 항산화 성분을 보강해 다시 선보였다. 항산화 제품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대표적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E와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여주는 필수 영양소 셀레늄을 보강한 것이다.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과 성분 보강으로 정제의 변화를 준 것도 새로 단장한 삐콤씨의 특징이다.
1978년 신문에 게재된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삐콤정 광고. <사진=유한양행 제공>
▲ 1978년 신문에 게재된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삐콤정 광고. <사진=유한양행 제공>

삐콤씨 새 단장에 앞서 2012년 4월 출시한 깐깐한 여자비타민 ‘삐콤씨 이브’도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여성들의 요구를 반영한 제품이다. 삐콤씨 이브는 기존 삐콤씨의 비타민B와 C 성분에 철분, 마그네슘 등 미네랄과 항산화 물질인 코엔자임Q10, 비타민E 등을 더한 멀티 비타민이다. 피로 회복과 활력 보강 등의 기본 기능과 더불어 항산화 성분으로 피부 건강과 부족하기 쉬운 철분까지 챙길 수 있어 여성에게 안성맞춤인 영양제가 삐콤씨 이브다. 

유한양행은 최근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아웃도어 마케팅’에 나섰다. ‘지산락페스티벌’이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등에서 ‘대면 홍보’ 활동을 펼쳤고, 대형 쇼핑몰 등에서 삐콤씨 이브 공연을 마련하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와 프로모션으로 젊은 고객들을 찾아갔다. 오프라인 마케팅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소비자들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 삐콤씨 브랜드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2013년부터는 브랜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개설하는 등 SNS 마케팅도 활발하다. 

비타민이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게 먹기 쉬운 보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비타민제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삐콤씨는 매년 각종 매체가 선정하는 히트상품에 빼놓지 않고 이름을 올릴 정도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탄생 50년이 훌쩍 넘은 장수 브랜드 삐콤씨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적극적인 현장밀착 마케팅에 나섰다. 젊은 브랜드 전략과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홍보를 통해 21세기에도 삐콤씨가 국민영양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온 가족 영양제 삐콤씨가 탄생 50주년을 넘어섰다. 향후 적극적이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삐콤씨의 온가족 영양제 포지셔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온라인 마케팅 영역 확대, 온오프라인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긍정적이고 친근감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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