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패배의 일상화로 혁신의 동력마저 상실한 것인가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새정치연합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진 것이니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하던 주승용 최고위원과 이에 맞서 당의 단합을 강조하면서 ‘물러나지도 않을 것이면서 공갈치지 말라’고 한 정청래 최고위원이 공개석상에 막말을 주고받으며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새로운 원내대표가 탄생한 직후 열린 야당의 지도부 회의석상에서 이 같은 볼썽사나운 사태가 연출이 되었지만 그들은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전히 서로 내가 옳다고 우기고 있다. 
 
4.29 재보선 패배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지적과 비판들이 제기되었기에 재론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여당은 큰 선거이던, 작은 선거이던 매번 선거 때 마다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들의 실정으로 조성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국정 주도력을 회복하는 반면, 야당은 패배의 후유증을 극심하게 앓아온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패배의 일상화로 인해 야당은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130여명의 의원들이 있지만 내년 총선에서 각자 살아남을 궁리만 할 뿐 박근혜 정권에 제대로 맞서 싸워서 정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비판 등 상투적인 문제제기들이 반복되었지만 일시적인 궁여지책만이 나왔을 뿐, 뼈를 깎는 성찰을 통해 혁신하는 모습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지난 해 7.30 재보선 이후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가 사퇴한 이후 비상대책위 체제도 간신히 이어가면서 간신히 전당대회를 치렀지만 그 과정에서 당내에 뿌리 깊은 갈등과 불신이 존재하고 그 극복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당대회에서 간신히 승리를 거두고 문재인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당내에 내재된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혀 찾지 못한 채, 개인적 지지도 상승과 정부 여당의 실정으로 인한 당 지지도 반등에 기대어 안이하게 당을 이끌어온 결과가 바로 이번 재보선 패배로 귀결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야당 스스로 변화 없이 정부 여당 심판론 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으로 박근혜 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가 감소했고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하락했지만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한 것은 단순히 야권분열 탓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란 사실은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다수가 알 것이라고 믿는다. 정부 여당에게 등 돌린 민심이 야당으로 결집되지 않는 것은 야권이 분열된 탓도 있겠지만 보다 더 큰 원인은 여전히 야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새정치연합은 선거에서만 패배해 온 것이 아니라 일상의 정치에서도 단 한
번도 박근혜 정부나 새누리당에게 승리를 거두거나 최소한의 양보를 얻어낸 적도 없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 여야와 공무원 단체 등이 참여하여 어렵게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청와대의 합의폐기 종용으로 무산된 것 또한 야당의 존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시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내에 깔려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일방통과 시키고 박상옥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무시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야당 스스로 어떤 사안이든 대충 싸우는 시늉만 하고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기 때문이며 전략도 목표도 투쟁성도 부재한 상태로 패배의 일상화를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기득권에 안주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권대체세력으로 자리 잡아야 할 야당에서 박근헤 정부의 외교파탄과 안보불안 그리고 경색된 남북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보수세력의 종북몰이에 주눅이 들어서 남북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는 것이라면 그런 집단을 정권대체세력으로 볼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새정치연합은 지금부터라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당내 주도권 싸움에 더 이상 매몰되지 말고  야당성을 회복하고 정부 여당의 실정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야 할 것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계파의 이익 등 모든 것을 던질 각오로 임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다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게될 것이다. 정부 여당의 실정을 심판해야 할 총선에서 다시 야당이 도마에 올라 패배를 자초한다면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실망과 분노로 바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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