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사드 논란이 뜨겁다. 북핵 억지의 측면만이라면 결정이 쉽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기술적 성능과 정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일부 반론이 있지만 그건 안보와 억지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드 배치로 북이 기존의 공격 계획을 주춤하기만 해도 그건 성공이다. 비용은 그 다음 문제다.

  그러나 안보는 억지만으로 완전하지 않다. 군사력과 무기만으로 절대 안보는 보장하지 못한다. 사드가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지한다 해도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노력이 포기될 수는 없다. 사드만 배치하면 마치 북핵문제가 당장 말끔히 해결되는 것처럼 선동하는 사드 만능론은 그래서 무책임하다. 외교와 협상, 설득과 압박을 통한 북핵문제의 개선 노력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6자회담 재개에는 무관심한 채, 북핵 협상을 아예 무용한 것으로 치부한 채 사드배치에만 열 올리는 것은 그래서 군사주의의 극단에 불과하다.

  협상과 외교를 내팽개치고 사드만을 만능의 보검으로 주장하는 것은 안보 딜레마의 수렁으로 우리를 내모는 것이다. 일방의 방어용 군비 증강이 상대방에게 공세적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고 결국 상대방의 방어적 대응이 악순환의 군비경쟁을 유발하는 게 안보 딜레마다. 북이 최근 이동식 미사일을 포함해 매우 위협적인 다종 다양한 미사일 발사에 집중한 것도 2013년 한반도 위기 당시 미국의 전략 핵폭격기가 한반도에 나타난 이후다. 그리고 우리도 북의 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사드 배치가 논란 중이다. 무한 경쟁의 군비 증강으로 빠져드는 안보 딜레마의 함정이다. 그러나 군비 경쟁으론 결코 안보가 확약되지 않는다.

  사드가 복잡한 고민을 요하는 것은 그것이 북핵 억지만의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에 우리가 공식 편입됨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의 고위 인사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MD 협력을 요구하고 상호 운용성을 주장하는 것도 그 맥락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묶는 단단한 MD 체계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상하는 중국을 압박하고 한국의 중국 경도에 쐐기를 박는 장치다.

  사드배치를 놓고 한미동맹의 당위성만 주장할 게 아니라 미중간 분쟁 발생시 우리가 ‘연루’의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라는 만약의 사태에서 사드 는 우리를 중국의 군사적 타겟에 포함시키는 구실이 된다. 동맹이니까 사드를 배치하자는 주장 말고도 동맹 때문에 우리가 원치 않는 전쟁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1914년 사라예보의 총성이 1차 대전이라는 끔찍한 대재앙으로 번진 것은 바로 동맹의 연루 때문이었다.

  사드 배치는 적어도 중국의 일본과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약화시키는 효과는 있다. 동아시아에서 미중간의 군사력 균형은 분명 기울게 된다. 중국의 이른바 ‘반접근 지역거부’(A2AD) 전략에 정면으로 위협이 되는 전략적 자산이 바로 사드배치다. 상호확증파괴(MAD) 능력을 손상당하는 중국으로서는 더욱 군비경쟁에 나서게 되고 사드가 배치되어 있는 한반도를 대상으로 군사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대만해협에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끔찍한 상상을 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을 상상하기 싫지만 냉엄한 국제정세는 결코 우리의 희망스런 기대만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신중한 고민과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 사실 우리는 2006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간 합의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주한미군이 북한의 남침을 억지하는 붙박이 군대로만 있기를 원한다. 주한미군이 대만사태 등 동북아 분쟁지역에 신속 기동군으로 활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전략적 유연성을 무한정 허용할 경우 우리는 주한미군 때문에 원치 않는 전쟁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결국 한미 양국은 우리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되 미국도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입장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합의되었다. 전략적 유연성은 인정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동북아 기동군으로서 전략적 유연성에는 사실상 합의해주지 않은 셈이었다. ‘동의하지만 사실상 동의하지 않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한 것이었다.

지금 우리의 사드 해법도 이를 원용할 필요가 있다. ‘비결정의 결정’(decision of non-decision)이라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하다. 사드 배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미중 사이에 끼여 있는 소극적 눈치보기로 비친다. 비결정은 미중의 요구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이고 단호한 결정이다. 미국이 공식요청하면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라 요청해도 배치 문제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필요하다. 외무장관 회담에서 한미간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북핵 해결과 6자회담 개최와 대북 공조를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결정하지 않는 것이 때론 단호한 결정이 된다.

  사드 배치로 우리가 얻는 효과도 중요하지만 국익 차원에서는 효과를 얻기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손실과 지불해야 하는 유무형의 비용을 동시에 타산해야만 한다. 무조건 반대론이나 맹목적 찬성론 모두 국익이 아닌 일방의 고집일 뿐이다. 지금은 사드배치를 결정할 때가 아니라 정확한 계산이 필요한 때다. 북핵 억지의 효과를 따져보고, 안보딜레마로 인한 군비경쟁의 비용과 한미동맹의 연루의 위험 비용을 정밀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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