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문제로 정권실세 비리 물타기 하나

예로부터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귀신이 되어 물 속에 있다가 다른 사람을 잡아당겨 익사시킨다고 했다. 그래서 물귀신이라는 말이 전해져왔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곤경에 빠졌을 때 다른 사람까지 그 곤경으로 끌고 들어가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 곤경에 빠진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성완종 리스트로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연루된 의혹을 받게 되면서 박근혜 정권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혼자서만 물 속에 가라앉을 수는 없다고 한다. 어떻게든 야당도 물 속에 끌고 들어가야겠다는 것이다.

오늘(28일) 발표된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물귀신 전략의 가치 전범이라 할만 하다. 그는 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두 가지 말을 했다.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서 새로운 정치개혁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고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히고 제도적으로 고쳐져야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의 말의 의미는 과거 여당을 했던 현재의 야당 쪽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뒤의 말은 참여정부 시절 성완종 전 회장 특사의 진상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하여 야당이라고 성역이 될 이유는 없다. 야당 정치인들도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단서가 나오면 마찬가지로 수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우선 성 전 회장이 남긴 8명의 의혹에 대한 수사부터 철저히 진행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리고 난 이후에 수사 과정에서 야당 정치인 관련 문제가 나오면 그 때 수사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미리부터 정권 쪽도 수사하니까 야당 쪽도 수사해야 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무턱대고 수사를 확대할 경우,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물타기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와 특사 문제를 같은 반열에 놓고 있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두 개의 사안은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이다. 리스트에 오른 8인의 문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는 범죄행위와 관련된 사안이다. 하지만 성 전 회장 특사 문제는 그 정치적 적절성에 관한 문제이지, 그것이 범법행위와 관련되었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사안이다. 특사를 하는 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았다면 문제이겠지만, 대통령이 고유 권한이라는 통치행위 차원에서 특사를 한 것이라면, 정치적 비판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정권실세들의 부패비리 수사와 같은 반열에 놓고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

박 대통령의 주문은 내용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 어떻게든 야당도 끌어들여야겠다는 오기만 전해질 뿐, 정권 실세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자신의 책임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과는 없고 물귀신과도 같은 억지만 남았다. 또 한번의 유체이탈이다.

옛날에는 물귀신을 위안하기 위해 고사굿을 지내 다른 사람들을 끌어당겨 죽이려 하는 발동을 막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은 고사를 지낼 수도 없고, 어찌 해야 할까. 대통령의 강력한 가이드라인에 검찰은 어디로 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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