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 (사진= 청와대 제공)
안타까운 마음으로 외국을 다니는 대통령은 국민에 사과부터 해야 할 것 

대통령이 나라를 비우면 권한을 대행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째 방문국인 페루에서 총리 사의표명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이 출국하기 직전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27일 귀국 후에 총리 거취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완구 총리의 거듭되는 말 바꾸기 논란과 증거인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 현직 비서실장 3명과 현직 총리 그리고 부산, 경남, 인천, 3개 광역단체장 그리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조직을 책임졌던 홍문종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까지 망라된 초대형 부패 스캔들이 발생했고 검찰수사도 시작되기 전에 총리가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인사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아직 단 한마디도 국민 앞에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사람들이 돈을 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 같은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이 받았을 충격을 생각한다면 먼저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하는 것이 최소한의 상식이라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시점에서 해외 순방길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총리까지 유고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 양 언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느낄지 답답하다. 더욱이 국정 흔들기와 국론분열 그리고 경제살리기 발목잡기 등을 거론한 것은 작금의 사태를 여야의 정쟁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 양 호도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 그 또한 우려된다. 대통령이 또 다시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면을 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고 성완종 회장이 누구를 위해 거액을 주었던 것인지 밝혀야  

고 성완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까지 자신은 현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임에도 오히려 사정대상 1호로 찍혔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된 10만 달러는 당시 박근혜 의원의 독일 방문 경비로 전달된 것이었고,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된 7억은 2007년 경선자금으로 주었던 것이며, 홍문종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3억은 2012년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선자금으로 주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 성완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에 했던 말들과 리스트에 거론된 면면 그리고 이제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황들을 종합해 본다면 그 돈들의 성격을 밝히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박대통령이 “검찰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확실히 수사해 모든 것을 명백히 밝혀내주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는 오히려 사건의 초점을 흐리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성완종 전 회장의 사면과 관련된 야당 연루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야당 의원이 포함된 리스트의 존재가능성도 거론한 바 있다. 이 같은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 증거가 드러나면 밝혀야 할 것이고 현직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이 이미 이를 수용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도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렇지만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하여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 중 아직 단 한 사람도 제대로 수사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총리의 사의표명만으로 국면을 다시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들이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성완종 전 회장의 측근 인사를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는데 필요한 물증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과 증거만으로도 몇몇 인사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환조사가 가능하고 필요하다면 이들 또한 증거인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김기춘 전 실장처럼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해외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이 과연 일반인들의 상식에 비추어 온당한 것인지 판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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