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과 위협의 전력, 공정한 수사를 믿기 어렵다

이미 거짓말로는 화려한 전력이 있다. 인사청문회 당시 이완구 총리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총리가 되기는 했지만, 병역 의혹이나 재산 문제 등과 관련하여 그가 쏟아냈던 거짓말들은 ‘이완구 총리’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의 화려한 전력은 그 뿐이 아니다. 자신의 지위를 무기로 한 위협에서도 그는 출중했던 인물이다. 기자들 앞에서 “당해봐. 내가 이번에 김영란법을 통과시켜버려야겠어. 이제 안 막아줘”라며 협박하던 이완구 총리 후보자였다. 이번에도 성완종 전 회장의 주변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로 성 전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하던 사람들에게 “지금 5000만 국민이 시끄럽다. 내가 총리니까 나에게 얘기하라”고 압박을 가하던 이 총리였다. 그는 자신이 위험한 순간에 권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써먹어야 하는가를 체득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2013년 재보선 당시 그에게 3천만원을 주었다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이 <경향신문>을 통해 보도되면서이다. 이미 성 전 회장은 ‘이완구’라는 이름을 메모에 남겼지만, 이 총리는 친분조차 없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속속 알려지는 상황들은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있어도, 매우 돈독하게 있었음을 강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바로 어제 국회 본회의장에서 지극히 고압적인 태도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던 이 총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거짓말과 압력은 이처럼 이 총리를 한 몸처럼 따라 다녀왔다. 그런 이 총리가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 되었다. 특별수사팀은 이제 고 성완종 전 회장과 이완구 총리 사이에서 누가 거짓을 말했고 누가 진실을 말했는가를 가려내야 한다. 당연히 상대의 지위를 가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가 따라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상대는 현직 총리이다. 검찰은 법무부 장관 아래에 있고, 법무부 장관은 다시 총리 아래에 있다. 피투성이가 되어 끝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상황이 말해주듯이, 검찰은 그같은 위계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아니 이제는 스스로 그에 길들여져 있다. 더구나 상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 노회한 정치인 출신 총리이다.

자, 어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를 해서 만약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진다한들, 누가 그같은 수사의 진실성을 믿으려 하겠는가. 이 총리도 죽고 검찰도 죽는 길이다. 길은 하나다. 이 총리는 ‘현직 총리’의 지위를 내려놓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더라도 지위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오직 진실만으로 다투려 해야 한다. 그가 현직 총리의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면,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도 불행,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불행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완구 총리의 사퇴는 한시도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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