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의 안이함과 동교동계의 사심

4.29 재보선이 동교동계의 부활을 가져오는 것인가.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동교동계의 몸값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자칫 전패의 위기에 처한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특히 서울 관악을과 광주 서을에서의 호남표 결집을 위해 권노갑 고문과 박지원 의원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동교동계 내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다가 결국 동교동계는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권 고문은 기자들 앞에서 선거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금까지 당을 운영하면서 지분을 주류 60퍼센트, 비주류 40퍼센트로 나누는 관행을 지켜왔는데, 문 대표도 그 정신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하며 ‘지분’ 얘기까지 꺼냈다.

너무 솔직한 것인가, 아니면 시대가 변화했음을 모르는 것인가. 사실 선거 지원에 반대했던 동교동계의 속내가 문재인 대표체제가 자신들을 홀대한데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던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선거 지원의 문제를 지분 문제와 공개적으로 연계시키는 권 고문의 발언은 무척 당혹스럽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가. 문재인 대표 쪽과 실제로 지분에 대한 밀약이나 교감같은 것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낡은 정치의 상징인 지분 정치가 부활하는 것 같은 광경이다.

기본적으로 동교동계가 문재인 대표 체제, 그리고 선거 지원 요청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 그것은 동교동계의 소신에 따라 선택할 문제이다. 동교동계가 문재인 체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돕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 자체를 뭐라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지원 ‘거부’가 ‘수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지분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70을 갖고 있어도 70을 내주고 30만 갖고 통합을 해야 한다.” 실제로 생전의 김 전 대통령은 통합을 위해 큰 양보를 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동교동계가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하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의 그 말을 꺼낸다면, 김 전 대통령을 팔아 정치를 하려 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물론 동교동계만 탓할 일은 아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모습은 또한 무엇인가.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의지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공천을 해서 전패의 위기에 직면한데 대한 원죄가 있다. 4.29 재보선에서 배패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배패하는 공천을 해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까지 몰고 온 것이 새정치연합 지도부 아니었던가. 그래놓고는 이제와서 다급해지니까 동교동계만 바라보고 있는, 정말 초라한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잘못된 선거전략과 공천이 동교동계의 부활만 가져온 셈이다. 이럴거면 애당초 혁신도 승리의지도 찾아볼 수 없는 그따위 공천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동교동계는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어낸 공신이기도 했지만 정치사적으로 구시대 정치의 상징적인 한 축이었다. 지난 세월의 영욕을 가슴에 묻고 이제는 당연히 퇴장했어야 할 그룹이다. 그런데 갑자기 동교동계가 야권의 한복판에 나타나 선거의 캐스팅보트가 되어버리고 지분을 거론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안이함과 동교동계의 사심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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