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우리편 아니며 더 뼈아픈 진실은 당장 비핵화도 힘들어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북핵위협을 근거로 사드배치 논란이 일고 있지만 사실 사드로 북핵문제가 완전히 당장 말끔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사드는 북핵위협에 대한 군사적 억지수단의 하나, 그것도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다. 사드가 북핵문제로부터 우리를 완벽하게 해결해줄 수 있다는  사드 만능주의는 경계되어야 한다. 사드는 미중 사이의 거대한 국제정치적 게임의 한복판에 들어감으로써 우리가 자칫 동맹으로 인해 '연루'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오히려 북핵문제는 군사적 억지 이외에 지속적 협상과 외교와 장기적 대북전략이 복합적으로 고민되어야 함에도 오직 군사적 억지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남북이 무한 군비경쟁에 돌입함으로써 돌이키기 힘든 안보 딜레마에 빠져들 수 있다. 

사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북한의 핵능력이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2010년 원심분리기 공개 이후 우라늄 농축이 지속되고 있고 최근엔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면서 플루토늄 추출도 가능해졌다. 핵물질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핵무기 능력의 고도화도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이미 북한은 2012년 1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에 성공했고 뒤이어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사전탐지와 선제공격이 어려운 KN-08이라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해에는 백수십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지속하면서 핵과 미사일의 결합을 가속화했다. 2014년 3월에 김정은이 창설한 ‘전략군’은 명백한 핵미사일 군대이다.

  북핵위협의 증대와 달리 우리는 오히려 무덤덤하다. 북핵 불감증은 북한의 핵포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근거없는 낙관론에 근거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는 6자회담 무용론과 협상 무용론이 강하게 자리잡으면서 정작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단지 군사적 억지만 논의될 뿐이다. 실제 북핵위협은 커지는데 비핵화라는 정치적 구호와 기대만 난무할 뿐 어떻게 비핵화를 할 것인지는 고민하지도 행동하지도 않는다. 그저 비핵화라는 원칙만 금과옥조처럼 되뇌이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북핵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북핵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고민을 할 때가 되었다. 더 이상 비핵화 구호만 반복함으로써 국민을 호도할 게 아니라 북핵문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솔직히 애기할 때가 되었다.

첫 번째 불편한 진실은 결코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이 고통스럽고 결국 핵포기를 할 것이라며 제재와 압박을 최우선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북은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핵무력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국가목표로 삼고 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체제는 유지되고 있고 핵능력은 증대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의 핵물질은 늘어나고 핵능력은 고도화되고 핵무기고는 커지고 있다.

더 뼈아픈 불편한 진실은 당장 비핵화가 실현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인은 입만 열면 비핵화를 주장하고 이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대북정책의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비핵화를 이루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대북제안에는 항상 비핵화가 포함되어 있다. 가능하지도 않은 비핵화를 매번 주장하면서 국민들에게 마치 비핵화가 가능한 것처럼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북핵문제에 대해 현실성 없는 구호와 원칙이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현실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북핵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고 당장 비핵화는 전혀 불가능함을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려야 한다. 불편한 진실을 정확히 알려야만 거기에 기초해서 가능한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

두 손 놓고 아무 노력도 없이 비핵화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당장의 현실에서 필요한 조치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핵상황의 악화를 막는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 조건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고 북미협상을 병행해서 초기 동결조치부터 시행해야 한다, 무대책의 ‘전략적 인내’는 북에게 시간만을 벌게 하고 핵능력의 증대를 눈뜨고 봐야만 하는 최악의 정책이었음이 이미 입증되었다.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북핵에 대한 ‘전략적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회담 재개와 협상 개시를 통해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IAEA 요원을 입북시켜야 한다. 적어도 북핵상황의 악화부터 막아놓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비핵화는 결코 북핵문제 해결의 입구가 될 수 없다. 비핵화가 협상의 전제가 되거나 남북대화의 조건이 되는 순간 북핵문제는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 MB의 ‘비핵개방3000’은 그래서 처음부터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비핵화는 입구가 아니라 북핵문제의 최종출구여야 한다. 비핵화 이전이라도 북핵협상과 남북관계가 지속되어야 하는 현실적 이유다.

불편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마지막 진실은 이제 북핵문제 해결이 북핵문제(nuclear issue)가 아닌 북한문제(North Korean problem)의 틀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핵 폐기는 북한의 확고한 결심을 얻어내는 과정도, 미국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도, 합의되었다 해도 복잡한 단계의 이행과정이 하나같이 어려운 고비들로 가득차 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를 일이다. 북핵문제는 핵폐기 자체의 사안으로 해결되기보다는 오히려 유동성을 안고 있는 북한체제의 근본적 변화 즉 정치변동이든 북미관계 정상화든 북한문제의 일단락이라는 역사적 상황에 의해서만 말끔히 해결될 수 있음을 고민해야 한다. 전략적 관리를 통해 핵상황의 악화를 막고 장기적으로는 북한문제의 해결을 통해 북핵문제의 종결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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