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경남의 오세훈’이 되려하는 진짜 이유는?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이 명언을 남기고 무상급식 중단을 관철시켰다. 공부하려면 밥을 먹어가면서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눈감은채.

이제 경남도의 학생 가운데 21만 9천여명은 연간 40~70만원의 급식비를 내야 한다. 도지사님 입장에서는 그까짓 돈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요즘같이 어려울 때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몇 만원의 급식비조차 부담스럽다는 점은 한푼이라도 아끼며 살림을 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런가 하면 앞으로도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다는 6만 6천여명의 학생들은 밥을 얻어 먹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학생들에게 어떤 위화감을 낳고 혹은 상처로 자리할지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다.

그래서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정치인 출신 도지사 한 사람이 마음먹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할 수는 없는 무상급식이었다. 이미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해서 국민들의 동의가 있었던 사안이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마당에 유독 경남도만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마땅히 주민들의 동의를 거쳤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하지 않았다. 무상급식에 반대한다고 나섰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래도 주민투표를 택했고 자신의 시장직까지 걸었지만, 홍 지사는 그조차도 없다. 학교 현장에 큰 파장을 낳는 문제임에도 교육청이나 학부모들과의 협의조차 없었다. 내가 결정하니, 나를 따르라는 식이다. 시대착오적인 제왕적 지사의 모습이다.

우리의 궁금증은 하나로 모아진다. 홍 지사는 도대체 왜 이런 논란과 무리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상급식 중단을 밀어붙인 것일까. 사실 지역주민의 여론을 생각하며 다음 도지사 선거까지 내다보는 입장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이미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은 이번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경남도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모를리 없는 홍 지사가 그래도 무상급식 중단을 밀어붙인 것은, 다음 도지사 선거에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대신 그 이상의 정치적 야망이 있다는 해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홍 지사는 진보의 정책적 아이콘처럼 되어있는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기수를 자처함으로써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위치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차기 대선에 도전하려는 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굳이 이념적 논란거리로 몰고가지 않아도 될 무상급식 문제를 애써 보수-진보의 이념적 문제로 몰고가는 모습이 그같은 판단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홍 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좌파의 선동논리에 밀려 국가재정능력을 고려치 않은 무상복지는 이제 폐기돼야 한다.” ‘좌파’가 선동을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까지도 동의했던 무상복지를 이제 원점으로 돌리는 기폭제가 되겠다는 홍 지사의 정치적 결의가 엿보인다. 지역을 뛰어넘는 보수진영의 대표주자가 되려는 꿈을 읽고도 남음이 있다. 대권의 꿈이 낳은 행동이라는 해석만이, 그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비로소 설명해줄 수 있다.

홍준표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사퇴하고 그를 찾아갔다. 그 때 홍 지사는 오 시장에게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이제는 처지가 뒤바뀌었다. 그 때 오 시장을 비판했던 홍 지사가 이제는 무상급식 반대를 내걸고 있다. 아마도 ‘제2의 오세훈’이 되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도 홍 지사에게 해두고 싶은 말이 있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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