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오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권별 협회장들을 불러 모았다.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과 함께 한 상견례 자리라고는 하나 일요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금융개혁에 대한 협조와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금융권 보신주의를 비판하면서 금융 부문을 4대 구조개혁 대상에 포함시킨 데 이어 수차례 강연이나 간담회에서 "금융권이 고장났다", “금융업이 일자리, 부가가치 창출을 못 하는 것은 물론 세금도 못 내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금융부문은 최근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특히 금융과 IT가 결합한 핀테크(FIN-TECH)의 도전 앞에서 금융부문은 과거의 업무관행이나 업무처리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금융환경에 신속히 적응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의 실체는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부총리가 금융계에 특별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주문한 것은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생들이 오갈데 없이 ‘이태백’이니 ‘삼포세대’니 ‘청년 실신시대’니 하면서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금융권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 들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은 여간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북미 지역에서 채권 중개인을 포함해 신용 중개업(금융)으로 분류된 일자리는 7년전보다 21만2100개가 줄었다. 또 미국과 영국의 상위 4개 은행의 직원수는 지난 2008년보다 35만명 가까이 줄었다.

이러다 보니 금융산업은 전통적인 은행, 증권 등 자금중개기관에서 핀테크 및 IT 기업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 금융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 증권, 보험사 할 것없이 거대한 인력감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 것으로 보인다. 벌써 KB국민은행이 인력 감축 작업에 돌입했고,메리츠화재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000여명을 내보낸 삼성생명도 추가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에 인수된 LIG손보와 하이카다이렉트를 흡수하는 현대해상도 사업재편에 따른 점포 통폐합 등이 진행될 예정이라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지난달 점포 20개, 인력 25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구조조정 범위를 150명으로 낮췄다. 이는 총 직원수 961명(지난해 9월기준)의 16% 수준이다. 새 주인을 찾고 있는 현대증권도 지난해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감원이 있었던 전례로 볼 때, 구조조정 한파를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처럼 금융권에 한파가 불고 있는 것은 단순한 수익성 악화 뿐 아니라 모바일 결재를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금융+IT) 등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다 금융당국의 구조개혁 압력도 부담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에 불어 닥치고 있는 감원 바람은 단순히 수익성이 악화돼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지갑 활용도가 하루 다르게 높아지고 있어, 인력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 부총리가 강조한 청년 일자리 창출은 자칫 ‘세대간 갈등’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기존의 40~50대 중장년층을 ‘구조조정’하면서 인위적으로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윗돌 빼내 아랫돌 받치는 숫자놀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금융권은 청년 일자리 창출이 단순히 기성 ‘베이비 붐 세대’의 직장인들을 내보내고 대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대졸 신입직원으로 채우는 식이 아니라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개혁을 통해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과 이에 따른 고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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