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욱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정종욱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통일준비위에서 가동 중이라는 흡수통일 준비팀의 실체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종욱 부위원장이 10일 강연에서 흡수통일 준비팀을 가동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4년 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언급한 이후 구성된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부·민간 합동기구인데 그 위원회의 부위원장 직에 있는 사람 입에서 ‘흡수통일 준비팀 가동’이란 말이 나왔으니 단순히 빈말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강연에서 흡수통일 이후 북한 노동당 간부 처리 문제까지 언급하는 등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준비위는 11일 파문 진화를 위해 정종욱 부위원장의 강연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 엘리트 계층 처리 문제 등은 내부 논의과정 없이 개인이 거론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가까울 것이다. 연초에 통일부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러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는 시행하기 어려운 사업들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또 다른 기관에서 흡수통일 준비팀을 가동 중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것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천명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사건 이후 새누리당과 보수세력 내부에서 사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 제기되면서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온 바 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공공연히 흡수통일까지 거론하는 것에 대해 중국 등 관련국들이 어떤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볼 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정종욱의 ‘가벼운 입’ 탓으로 돌리면서 사태를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이것이 한 개인의 주장이라 바라볼 수 있는 성질의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 당국은 통일준비위에서 가동 중에 있다는 흡수통일 준비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더 이상 국민을 속이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정종욱 통준위 부위원장은 “정부 내 다른 조직에서도 체제통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강연에서 언급했는데 그 다른 조직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이 흡수통일이라면 그것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언급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는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신뢰의 파탄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론 제기 이후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부인해 왔는데 정종욱 부위원장의 언급으로 거짓말 논란을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내정치에서도 공약파기 등으로 인해 신뢰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남북관계에서조차 흡수통일을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신뢰의 파탄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일각에서 민족의 앞날이 걸린 이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국민적 동의나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해 남북관계에서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맹공을 퍼붓고 퍼주기 외교라고 질타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가 가동 중이라는 흡수통일 준비팀은 자칫 북한의 극한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는 지극히 위험천만한 행태임에도 국민의 눈을 속이고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강연장에서 “밖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수준의 통준위 부위원장이 과연 얼마나 내용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그의 이 같은 언급은 실질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파탄과 극도의 긴장을 유발하는 행위라는 점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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