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통일이 아닌 ‘잘 준비된’ 통일이여야만 진정 통일대박

  <!--[if !supportEmptyParas]--> <!--[endif]-->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if !supportEmptyParas]--><!--[endif]--> 과연 모든 통일은 대박일까? 금년도 우리 정부의 최대 화두는 통일이다. 정부 부처 업무 보고도 통일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일이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과 축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통일이 항상 대박일 수는 없다. 통일이 진정으로 대박이 되려면 ‘좋은’ 통일, ‘바람직한’ 통일이 되어야 한다. 무조건 통일은 오히려 통일 대박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 반면교사의 교훈을 우리는 최근 예맨의 사태에서 목도할 수 있다. 예맨은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가 1990년 합의통일 이후 1993년 내전을 거쳐 통일을 이룬 사례다. 통일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 예맨은 결코 대박 통일이 아니다. 통일 대통령 살레가 독재정권을 지속했고 ‘자스민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정치적 안정은 멀기만 하다. 과도 정부와 반군의 치열한 대결 속에 알카에다 테러조직의 은신처가 되고 있다. 최근 전 세계를 경악에 빠트렸던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의 배후라고 예맨의 알카에다가 밝히기도 했다. 극단적 이슬람 무장 테러조직의 은신처로 예맨이 주목받고 있다. 통일 예맨은 오히려 분단 예맨보다 더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침체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통일을 달성한 독일의 경우는 지금 유럽 최고의 경제발전과 정치안정을 이루면서 세계의 중심에 서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했음에도 지금 독일의 총리는 동독 출신이다. 마음의 통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초기 동독지역에 투자해야 했던 통일비용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오히려 지금은 동독지역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유럽경제의 기관차가 되고 있다. 유로존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선두에 서서 헤쳐 나가고 있는 것도 지금 독일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유럽경제를 지탱해내는 튼실함을 통일독일의 힘에서 찾아내고 있는 셈이다.

  예맨과 독일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무조건’ 통일이 아니라 ‘잘 준비된’ 통일이여야만 진정 통일대박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맨은 내전이라는 유혈사태를 거쳐 무력의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었다. 남예맨의 강경 사회주의 세력도 완전 제거하지 못했고 북예맨의 반통일 이슬람 부족세력을 민주화시키지도 못한 채 힘으로 통일을 이루었다. 남북 예맨이 상호 이해와 존중의 준비기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양측의 화해와 협력의 기간은 오랜 대결과 갈등의 기간에 비해 너무도 짧았다. 더불어 사는 통일의 준비 없이 정치적 합의만으로 그리고 무력 충돌로 갑작스런 통일을 이룬 탓에 예맨은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지 못했고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서 통일이 되고 말았다. 통일예맨은 장기독재에 숨죽여야 했고 해결없이 봉합된 내부 분열은 지금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상태로 지속되고 있고 그 틈바구니에서 이슬람 테러조직의 온상이 되고 있다.

  우리의 통일이 진정 대박이 되려면 통일 예맨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력의 방식이 아니라 반드시 평화로운 방식의 통일이어야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관용의 통일이어야만 통일은 진정 대박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남남갈등과 남북적대는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상대 진영과 생산적 토론조차 불가능한 우리의 남남갈등이 지속되고 심화된다면, 서로를 원수로 혐오대상으로 간주하는 지금의 적대적 남북관계가 지속된다면 정말 통일의 순간이 온다 해도 그 통일은 폭력을 동반한 비평화적 진통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통일대박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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