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주문했더니 측근 돌려막기로 대답하나

국민여론의 압도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완구 총리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숱한 의혹들이 제기되었고 그에 대한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던 인물이건만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달리 선택치가 없었던 모습이다. 이번에도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을 경우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이 공황상태에 빠져들 것을 우려한 나머지, 여론이고 뭐고 따질 여유조차 없이 밀어붙인 결과이다.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던 김무성-유승민 비박 지도부가 적극적인 표단속에 나섰던 것도 이 후보자가 낙마했을 경우의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상처뿐인 인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여권에게 ‘이완구 총리’는 안되어도 문제이지만, 되어도 문제인 상황이었다. 온갖 논란거리들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고 총리감으로서의 신뢰를 잃은 상태이기에 과연 총리로서의 역할에 힘이 실릴 수 있을지조차 의문시 되는 상황이 되었다. 당초 박 대통령이 기대했던 위기돌파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단지 지명을 취소할 수 없기에 그냥 밀어붙였고 총리로 임명하게 된 것일 뿐이다. 여론에 맞서는 선택이 되어버린 이완구 총리 임명은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불통 모습을 더 각인시키는 장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완구 총리는 ‘효과’가 아니라 ‘부담’만 안겨준 카드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어디 이완구 총리 뿐인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주중 대사 내정도 인적 쇄신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내정자는 세월호 참사 등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지 9개월 밖에 되지않은 사람이다. 게다가 외교적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군 출신 인사이다. ‘꼿꼿 장수’는 전쟁에서는 귀감이 될 수 있을지언정 외교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중국 같이 가장 복잡하고도 중요한 외교력이 요구되는 국가의 대사 자리에 이런 비전문가를 기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에 앞서 대통령의 신임이 우선하는 측근 인사의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이완구 총리- 김장수 대사 기용은 인적 쇄신 요구에 측근 돌려막기로 대답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는 민심이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내 길을 간다, 그런 식의 모습이다.

곧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개편도 있을 것이라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의 후임이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이완구-김장수 인사에서 나타난 박 대통령의 인사 기조를 읽을 때 별 기대할 바는 없을 듯하다. 결국은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할 사람보다 대통령에게 충성할 사람을 찾는 기준이 우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예상했던 바이지만 박 대통령은 레임덕 속에서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아니,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왜 달라져야 하는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개인의 불행이자, 나라의 불행이다. 위기에 직면해서도 자신의 상태를 냉정하게 읽지 못하고 이렇게 민심에 맞서는 국정운영을 계속할 때 그 결과가 어떠한 것인가를 내다보기는 어렵지 않다. 오늘 인준을 통과한 이완구 후보자는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를 기용한 박근혜 정부는 브레이크없이 내리막길을 계속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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