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성찰없는 총리카드로 위기 극복 못한다

"인준이 되어도 걱정, 안되어도 걱정이다.”

한 여당 의원의 말은 지금 이완구 총리 후보자 문제로 여권이 처해있는 상황을 솔직히 드러내고 있다.

물론 박 대통령이 위기 수습의 카드로 꺼내들은 이 후보자가 국회 인준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을 경우의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안대희-문창극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이 후보자가 낙마하는 경우 박근혜 정부는 총리감 하나 찾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의 낙인이 찍히는 동시에, 국정운영의 동력이 더욱 상실되어 일대 공황 상태에 빠져들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여 레임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완구 낙마는 곧 박 대통령 레임덕의 상징처럼 해석될 것이다. 이번에도 결국 정홍원 총리가 유임하게 되는 상황이 빚어진다면 박근혜 정부의 일대 치욕이 될지 모른다. 여권으로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어떻게든 인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정적인 국민여론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식으로 이완구 총리를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언론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상처를 입을대로 입었다. 제기된 의혹과 논란거리는 가히 종합선물세트 수준이다. 본인과 차남의 병역관련 의혹은 어느 정도 소명되었다 치더라도, 부동산 투기 의혹, 교수 특혜채용 의혹, 논문 표절 의혹, 건강보험료 탈루 의혹, 재산 축소신고 의혹, 삼청교육대 관련 의혹 등이 터져나왔다. 결코 ‘준비된 총리 후보자’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여기에 언론외압 발언이라는 결정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보도를 통제하려는, 그리고 김영란법까지도 무기로 삼아 언론을 위협하는 언행은 일국의 총리 후보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은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부적격하다는 국민여론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 후보자 인준이 되어 총리 자리에 오른다 한들, 당초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차기 대선주자로의 등극이라는 개인의 꿈은 날라갔다고 할 수 있고, 이완구 총리의 역할을 통해 위기에서 탈출하려던 박 대통령의 구상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게 되었다.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선택이 된 것일 수 있다. 그동안 이 후보자는 새누리당 원대대표를 맡아 여당내 친박의 구심 역할을 해왔다. 그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박세력을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견제해왔다. 그런데 당장 다급해서 예정보다도 빨리 이완구 총리 카드를 꺼내든 것이었고, 그 결과 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선출이라는 상황을 맞으면서 비박에게 완전히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막상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만 눈에 띄는 결과를 맞게 되었다.

이완구 효과가 사라져버리게 되면서 박 대통령의 위기탈출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결국 본질에 대한 성찰과 변화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던 모습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반성 위에서 일대 쇄신을 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총리로 내세우든간에 달라질 것은 없다는 점을 이완구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보여주고 있다. 이번 논란 속에서 이 후보자 본인 이상으로 반성해야 할 사람은 결국 박 대통령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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