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총리감이 이렇게도 없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총리로 거론되었던 사람 중에 그 누구도 국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오죽하면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고 사퇴했던 정홍원 총리를 다시 주저앉히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을 했을까 생각하면 나라의 꼴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연초에 청와대 내에서 벌어진 항명파동과 담배세 인상, 꼼수 연말정산 등으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긴급진화용으로 총리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고 충청지역 출신으로 큰 흠결만 없다면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하고 인준될 것으로 보았고 야당도 크게 반발할 명분이 없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치인으로 큰 흠결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이완구 의원이 총리 내정자로 검증의 대상이 되자말자 쏟아져 나온 각종 의혹들은 과거 총리에 낙마했던 그 어떤 내정자와 견줄 수도 없을 정도로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든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더 큰 문제는 그 동안 살아온 삶의 흔적들도 지나치게 지저분하지만 지금 현재 지니고 있는 생각 또한 지극히 정상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 우선 과거의 문제들에 대해 시종일관 거짓을 반복할 뿐 잘못된 사실을 인정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병역문제에 대해서도 처음 신검을 시골병원에서 받아서 x레이를 찍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서울의 수도통합병원에서 신검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자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을 잘못했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언론에 대해서도 자신의 말이면 안 될 없다는 식의 너무나 상식을 벗어난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대통령을 대신해서 행정부를 지휘 감독해야할 총리가 이렇게 흠결이 많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된다면 과연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야

새누리당은 자기 당의 직전 원내대표가 총리로 내정되었기 때문에 국회에서 임명을 동의해 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지만 이 사안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총리 내정자가 흠결이 있다고 해서 지명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며 이완구 내정자도 스스로 사퇴하며 물러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이완구 총리 내정자를 절대 임명 동의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새누리당으로 넘어 왔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총리 임명동의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할 일만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를 불러서 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를 당부했고 그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시에 따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청문회 전후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이완구 총리 내정자에 대한 실망이 큰 것으로 보인다. 보수성향의 조선, 동아, 중앙에서도 이완구 내정자의 흠결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태도에 대해 질타해 왔고 총리로서의 자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제외하고 지금 이대로 이완구 내정자를 임명 동의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이완구 총리 내정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당장 정국경색은 말할 것도 없고 향후 국회 운영에도 치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총리 임명 동의안을 여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적이 없고 정의화 국회의장도 여야 합의 없이는 사회를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사회를 바꾸면서까지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청와대 거수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국민 대다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국회 내 다수 의석을 앞세워 민의를 짓밟았다는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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