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복지는 간데없고 경제 활성화만 남았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걸었던 공약은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 그리고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였다. 이런 공약과 더불어 원칙을 지키고 약속을 중히 여기는 이미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다.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것은 경제인 출신이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것이라면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경제민주화의 절박성을 깨닫게 되었고 사회 경제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으면 나라의 앞날이 어두울 것이란 인식이 보편화 되었던 것이다. 내용만 놓고 본다면 야당의 공약이 되어야 할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여당 후보가 먼저 들고 나온 것은 선거전략으로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문제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경제민주화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정체불명의 창조경제가 차지했고 복지 공약은 후퇴를 반복하기 바빴다가 이제는 아예 공약 자체를 폐기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담배세 인상과 꼼수 연말정산 등으로 인해 조세저항이 심각해지자 새누리당에서는 마치 복지가 그 주범인 양 복지축소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증세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자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앞세우며 증세를 반대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런데 지난 연말 담배세 인상과 꼼수 연말정산 등 서민 지갑털기에 대해서는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기업과 고소득자 등에 대한 증세만을 반대한다는 대통령의 주장이 어떤 원칙과 일관성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OECD 최하위 수준의 복지 지출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복지 재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각종 조세감면을 풀면 증세 없이도 복지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거짓말인지 이제 국민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데 여전히 서민 지갑은 먼지도 남지 않도록 털어대면서 법인세 정상화 등 부자 증세를 반대하고 있으니 더 이상 복지도 경제민주화도 찾을 길이 없을 것 같다.

국민을 아무리 둘로 나누려 해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을 것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대통합을 강조했지만 취임 이후 두 국민 정책으로 일관해 왔던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는 관대하고 너그러울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가차 없이 적대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들 앞에서 눈물을 연출했지만 정작 유족들에게 보인 차가운 태도는 그 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복으로 모는 것 또한 이 정권 내도록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자기에게 충직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경우는 아무리 국민적 비판과 비난에 직면하더라도 감싸안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위 청와대 내에서 문고리 3인방이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그러하고 비서실 통재 능력을 의심받던 김기춘 실장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옹호하기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국민 나누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 무조건 지지하던 영남 지역과 50대 이상 노령층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가 현저히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 공약을 믿었던 노령층이나 신뢰와 원칙의 이미지가 통했던 보수층에서조차 더 이상 원칙이나 신뢰라는 용어를 쓰기 힘든 상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복지는 내팽개치고 경제 활성화만 허공중에 부르짖으며 부자 증세를 극구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노령층에서 박근혜표 복지를 믿었던 사람들은 배신감마저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를 말하지만 압도적 다수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제를 말하는 것인지 분노하는 것이다. 대선 당시 공약했던 무상보육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하고 이미 시행되고 있던 무상급식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으며 노인들에게 지급하겠다던 노인연금 또한 축소되고 말았다. 월급 소득자들이 내는 소득세 이외에는 세수도 결손이 심한 상태인데 OECD 최저 수준인 복지 지출을 늘리지 않고 방치한다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삶은 더욱 절망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기업이나 부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을 반대한다고 나서니 앞으로 두 국민 전략도 통하지 않고 소수의 지지자들과 대다수의 반대자로 나뉠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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