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만큼이나 부끄러워해야 할 우리 언론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의 언론압박 발언 논란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했다는 이 후보자의 발언 내용은 심각한 수준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처음만 하더라도 밥먹는 자리에서 흥분한 상태로 지나가는 얘기를 했던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새정치연합 측에 의해 추가로 공개된 녹취파일 내용을 접하면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알려졌던 방송 패널 교체 압박. 이 후보자의 발언은 이랬다.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임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

이 후보자는 자신이 방송사 간부에게 요구해 패널을 막은 일을 알렸다. 자신의 전화 한 통으로 출연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음을 고백한 얘기였다. 그런가 하면 이런 얘기도 했다.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자신이 언론사 간부를 통해 기자들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경협 의원이 추가로 공개한 내용에는 이런 것도 있다.

"막 이렇게 해버리면, 아니 뭐 (기사) 올려봐...그럼 나는 데스크로 전화하는 거지 뭐...해가지고 나 살려고, 나도 할 거 아니냐. 그거 아니야 빼 그럼 뺄 수밖에 더 있어?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 저(기자)만 이상하게 되어 버리는 거지..웃기는 거지..."

아무리 기자가 기사를 써서 올려도 자신이 데스크에 전화를 걸면 그 기사를 뺄 수 있음을 과시하는 얘기였다.

새정치연합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이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은 점입가경이다. “내 친구도 대학 만든 놈들 있으니까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면 회유를 하기도 했다. 발언의 절정은 김영란법을 통한 대(對)언론 협박이다.

“....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되겠어 통과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치?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치? 욕 먹어가면서. 내 가만히 있으려고 해. 가만히 있고 하려고 해.

통과시켜서, 여러분들도 한 번 보지도 못한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가서 당신 말이야 시골에 있는 친척이 밥 먹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합니까 항변을 해봐. 당해봐. 

내가 이번에 통과 시켜버려야겠어. 왜냐면 야당이 지금 통과시키려고 하는 거거든? 나는 가만히 있으면 돼.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지를 거야....“
 
이쯤 되면 노골적인 협박의 수준이다. 김영란법이 졸지에 총리 후보자가 언론을 협박하는 무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충격적이다. 총리 후보자라는 사람이 기자들이 여럿 있는 자리에서 그들을 향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회유와 협박을 했던 일,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이다.

우선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이 그대로 드러나버렸다. 언제든지 자신의 전화 한통으로 패널 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고 기사도 삭제할 수 있으며,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모습. 언론을 권력의 부속물 정도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통제를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니 무용담처럼 떠들어대는 모습에 경악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짚어야 할 문제가 이 후보자 한 사람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사람들이 언론을 어떻게 장악하고 통제해왔는지는 이미 조금씩 드러나고 있던 터였다. 얼마 전 청와대 음종환 전 행정관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졌을 때, 음 전 행정관은 “네가 종편 출연 청탁한 카톡 다 공개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이 전 비대위원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청와대가 종편 출연의 청탁과 개입의 통로가 되고 있음을 드러낸 단면이었다.

결국 본질은 이완구 개인이 아니라 현재의 정권과 언론의 구조적 유착이라는 문제이다. 이 구조적 문제가 바로 잡히지 않으면 언론에 압력을 행사하는 제2, 제3의 이완구는 아무런 일 없다는 듯이 곳곳에서 활개칠 것이다.

권력만 비판할 일이 아니다. 기자들 앉아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오만방자한 언론관도 문제이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 언론의 모습이 어떠했길래 그런 업신여김과 수모를 당하는지 언론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권력 앞에서, 아니 권력 아래에서 얼마나 굴종하며 영혼을 팔아왔길래, 이런 노예 취급을 당하는 것인지, 이것은 언론이 뼈아프게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언론의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이 권-언유착의 고리를 고발하며 끊어내지 못한다면 또 다른 이완구들은 달라지는 것 없이 언론을 조롱하며 가지고 놀려 할 것이다. 어쩌면 이완구 보다 더 부끄러워야해야 할 것은 이 땅의 언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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