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발표된 내각과 청와대의 개편 내용은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더 큰 걱정을 자아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보기 드물게 사심 없이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대로 유임이 되었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대통령의 신임이 돈독함을 보여주었던 소위 문고리 삼인방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게 되었다. 

각종 의혹의 산실이었던 제2부속실을 폐지하고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인사위원회에 배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윤두현 홍보수석의 브리핑처럼 ‘국정 효율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본인이 비서실장 직에서 물러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비서실장을 유임시킨 것은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안팎의 요구에 떠밀려 교체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오기의 발동인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이미 한차례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정홍원 국무총리를 다시 물러나게 하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 그나마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완구 대표는 누구나가 다 아는 친박 인사로 과연 대통령에게 이반된 민심을 얼마나 제대로 전달할지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대로 특보단을 새로 임명했는데 국민들이 기왕의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공연히 옥상옥(屋上屋)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집권 3년 차의 국정 과제가 무겁고 힘든 것이기에 많은 인재들이 대통령 주위에 포진해서 호흡을 맞추고 더불어 일하는 것을 탓 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기왕의 청와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상태에서 청와대 시스템을 정비하여 직책과 역할이 상응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면서 자리만 늘이는 것이 능사인지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지난 연말 이후 비선 실세 국정개입 논란에 대한 의혹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연말정산 등에 대한 불만으로 민심 이반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단행된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기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는데 과연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삼인방을 유임시킨 이번 인사에 대해 국민 여론이 어떨지 우려된다. 

주지하다시피 비서실장과 문고리 삼인방에 대한 교체 요구는 보수언론이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부의 다수 인사들도 불가피성을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핵심은 이들의 거취 문제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남 다른 환경에서 모진 풍파를 겪었고 이로 인해 아무나 믿지를 못하는 성격을 지녔다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인사에서조차 이들을 유임시킨 것은 여론과 정면으로 맞서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많은 시간을 허비했고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 많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비서실장과 문고리 삼인방 등을 둘러싼 논란과 이로 인한 ‘볼통 이미지’에서 벗어나 심기일전하여 국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에서 다시 이들이 유임됨으로 인해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게 된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30%대로 추락하고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상황에서 이번 인사로 변화되고 쇄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앞으로 있을 추가 개각 등을 통해서라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변화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