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만 골라 터트리는 세금폭탄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증세 없이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세원을 확충하면 늘어나는 복지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에서 후보 시절 내건 각종 복지정책이 대폭 후퇴했다는 지적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다. 는 고령화와 저출산 시대의 도래로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어디에선가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는데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과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수의 서민과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월급소득자들을 향해 ‘세금폭탄’을 터트리고 있다는 것을 이제 국민들이 알게 되고 말았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부자들에게 종합부동산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정책에 대해 당시 야당과 언론은 한 목소리로 가진 자에 대한 ‘세금폭탄’ 운운하며 좌파정권이라고 비난에 열을 올렸다. 이명박 정권 이후 종합부동산 소득세는 지속적으로 약화되었고 올해 종부세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수는 1조 3천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주로 서민들이 즐기는 담배세로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세수는 9조 5천억으로 종부세의 7배에 달하며 지난 연말 실시된 담배세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수만 2조 8천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지난 해 근로 소득자에 부과되는 소득세는 3조 7천억이 늘었지만 주로 대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7천억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MB 정권에서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인 것인데 그 결과로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이와 맞물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면 그 또한 하나의 경제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을 뿐 투자나 고용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연말정산 파문, 만만한 샐러리맨 주머니부터 노린 꼼수 증세 

샐러리맨들에게 소위 ‘13월의 월급’이라 불렸던 연말정산이 올해는 ‘13월의 세금폭탄’이 되어 찾아왔다. 정부는 당초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조세체계를 바꾸는 것이고 ‘5500만원 이하 소득의 직장인에게는 증세 효과가 없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그보다 소득이 적은 직장인들이나 미혼 직장인, 맞벌이 가구 그리고 다자녀 가구의 경우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입으로는 출산 장려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다자녀 가구에 세제상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드러난 대목은 중요한 조세정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법안을 입안한 행정부나 이를 앞장서서 통과시킨 여당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되었다. 정부의 증세추계가 현실과 동떨어져서 신뢰도가 20%도 안 되는 상태에서 1600만 명에 이르는 월급생활자의 생계와 직결된 세법을 다루려면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증세 효과만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종합부동산 소득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세금폭탄’ 운운하며 공세를 퍼부었던 새누리당은 종부세 대상이 많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우리 사회의 ‘갑’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정치적 효과를 톡톡히 거두었고 또한 자신들이 그들 가진 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바 있었다. 정부와 여당이 1600만 명에 이르는 월급생활자들의 생계와 직결된 세법을 개정하면서 그렇게 대충 해치울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의 급격한 변혁은 정치적 불만이 아니라 다수 대중이 자신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공정하지 못하고 형평성을 잃었다고 느끼면서 발생하는 조세저항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연말 담배세 인상에서 월급생활자들에 대한 ‘13월의 세금폭탄’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조세정책이 부자와 대기업들이 부담해야 될 몫을 서민 대중에게 떠넘긴다는 불만을 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두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살리고자 하는 경제가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대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 느끼게 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급속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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