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보단 신설이 청와대 개편 방향이라니 

지난 11월 28일 한 언론사의 보도로 시작된 소위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연초에 터져나온 청와대 민정수석의 초유의 항명파동을 거치면서 대통령의 신년 정국 구상이 담긴 기자회견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건파동을 거론하며 국민에게 허탈감을 드린 것에 대해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고 유감을 표하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청와대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여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과 소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구체적 청와대 개편의 방향과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특보단을 구성해서 국회나 당청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정책도 협의할 것이며 청와대 홍보에 부족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조직도 개편하고 인사이동도 하려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기춘 비서실장과 소위 문고리 3인방 교체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사심이 없고, 세 명의 비서관은 묵묵히 고생하면서 맡은 일을 열심히 했고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선 실세 논란의 진원이라 할 수 있는 정윤회씨에 대한 기자 질문에 대해서도 ‘실세는커녕 국정 가까이 온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민정수석이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국회 출석을 거부한 항명파동에 대해서도 ‘나는 항명파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본인이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사표를 낸 것이라고 강변했다.  

결국 지난 몇 달 동안 정국의 현안으로 대두되었던 청와대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은 개인의 욕심을 달성하기 위해 어부지리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말려든 것에 불과하고 청와대 비서실은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기 보다는 특보단을 신설하여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청와대 시스템의 난맥상이 특보단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참으로 뜬금없는 격화소양(隔靴搔癢)식 처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신뢰 회복 없이는 국정 추동력 얻기 어려울 것 

보수언론까지 나서서 대통령에게 청와대 인사쇄신을 요구했던 것은 비서실장이 사심이 있기 때문이나 특정인이 비리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청와대 시스템 자체가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란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 항명파동 이후 드러난 사실을 놓고 보더라도 직책과 서열상 상급자인 민정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전달하려고 하면 소위 비서관인 문고리 3인방이 중간에서 보고서만 놓고 가라는 식으로 차단했다는 말들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또한 수많은 의혹들이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정윤회씨는 국정과 무관하며 모두 거짓으로 지어낸 것이라 일축하려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의혹을 부풀리고 불신을 증폭시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신년 구상 발표와 기자회견을 통해 그 동안 대통령과 청와대 주변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얼마나 해소되었는지 지극히 의문이다. 대통령은 문건 파동이 특검을 도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항명파동까지 불거진 마당에 야당이 결코 이를 순순히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대로 경제 구조개혁과 남북관계 개선 등의 국가적 아젠다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국력을 결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 국민들과 보수언론까지 요구하는 청와대의 인적쇄신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보좌진은 아무런 잘못이 없고 오직 잘못된 것은 사실도 아닌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고 이것은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란 식의 인식으로는 이제까지 제기된 의혹을 불식시키고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신년 구상에서 ‘돌아보면 한 순간도 마음 놓고 쉰 날이 없다’면서 국정에 최선을 다해 임해 왔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이 상황인식을 전혀 바꾸지 않은 채. 이대로 국정에 임한다면 앞으로는 어디서 어떤 일이 다시 터질지 모르는 좌불안석의 나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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