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 사진=청와대 제공
‘진돗개’ 실세 운운하는 입으로 국무위원 언행 탓할 수 있나 

소위 청와대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논란이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고 있다. 애초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청와대는 내부 조사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근거 없는 ‘찌라시’라고 폄훼하면서 모면하려 했지만 이후 문건의 실체와 작성, 보고과정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다수 국민이 강한 의혹을 갖게 되고 말았다. 여권 내에서조차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SOS를 보내면서 여권의 태도는 다시  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 운운하는 농을 하면서 시중의 의혹들에 대해 ‘찌라시’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그런 내용들이 보도되자 국민 여론은 더 더욱 차갑게 얼어붙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소위 ‘수첩인사’로 인해 인사망사(人事亡事 )가 반복되면서 대통령 주위에서 누가 천거를 하고 조언을 하는 지에 대해 여러 말들이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와대 시스템 상으로는 당연히 김기춘 비서실장이 최종 책임을 져야하지만 과연 김기춘 실장이 모든 인사에 관여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던 것이다. 정윤회와 소위 십상시라 일컬어지는 일부 비서진이 인사 전반에 관여할 뿐 아니라 비서실장이나 수석들의 거취문제까지 거론했다는 문건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렇게 비정상인 상황에서 대통령 스스로 아무리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힘 있게 실현되리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엄중한대도 대통령이 문서유출에 대해서만 국기문란 운운하고 그 내용에 대해서는 ‘찌라시’라고만 언급하니 국민들 시선이 차가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불러 일부 국·과장을 거명하며 교체를 지시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더 이상 사실무근의 ‘찌라시’라고 할 수가 없게 되었지만 오히려 ‘국무위원의 언행은 시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유 전 장관을 탓하는 말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다수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에서 남 탓만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진돗개’ 운운하며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을 삼가야 할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과 별개로 대국민 사과부터 선행되어야 

지금까지 드러난 사안들만 보더라도 청와대에서 국민들에게 진상을 밝히고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사태를 호도하려고만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애당초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된 문건이 시중의 낭설들이고 보고할 가치가 없어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는 구두로만 보고되었다고 했지만 김 실장 스스로 문건을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비서실 소속 직원들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외부인사에게 인사문제 등 국정현안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는 문건의 진위 여부는 앞으로 조사를 통해 철저히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이 같은 기상천외할 논란으로 인해 국민 다수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 국민 앞에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 나온 비선 측근의 국정농단 논란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가 단호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향후 산적한 국정 현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시스템에 의한 투명한 국정운영을 공언해 온 바 있다. 이 시점에서 국민들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를 비롯한 국정 운영이 시스템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앞장을 서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지금이야말로 새누리당이 대통령 감싸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이 드러난 의혹들을 해소하고 새롭게 진용을 짜도록 조언하는 것이 집권당으로 책무를 다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 사안은 야당의 정치공세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여권 내부로부터 곪았던 부분이 터진 것이라 보인다. 

야당이 이 사안에 따라다니기에 급급해서 MB 정권의 실정들인 소위 사자방 문제에 대해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사자방에 대한 국정조사와 대통령 측근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는 이 시점에서는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들이며 야당이 국민적 분노가 있는 사자방 국정조사나 국민적 의혹의 대상인 비선 실세 국정농단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야당 스스로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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