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당대회 가능성과 김정은 시대의 그랜드 디자인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2014 한반도 정세평가와 2015 정세전망 시리즈> 2편 

  2015년 북한의 대내정치 역시 권력승계 이후 김정은의 독자적 리더쉽 확보라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사람을 뒤로 물리고 김정은의 사람을 내세우는 한편 군부 핵심은 김정은이 직접 발탁한 상대적으로 젊은 야전형 인사로 채우고 당출신 총정치국장을 통해 노동당의 군부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 역시 장성택 흔적을 지우는 한편 최룡해 중심으로 빨치산 혈통을 중용하면서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할 수 있는 신실세를 포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내각은 박봉주 총리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테크노크라트를 활용하면서 신경제관리개선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우위의 당군관계는 지속적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정치국장과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의 정치적 비중과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당이 군대를 지도장악하는 先黨정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내적 권력장악에 성공했다는 일정한 자신감을 토대로 2015년에는 대외적인 관계 확대와 외교적 다변화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이미 2014년에 북러 협력 확대와 북일 교섭 재개 등 김정은 시대의 외교다변화 노력을 보여줬다. 2015년에는 북러 정상회담 개최로 북러협력의 정점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북한 특유의 ‘시계추 외교’를 강화함으로써 결국에는 북중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 대외관계 정상화의 최대 과제인 북중관계 회복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북중관계 강화를 통해 정치경제적 협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3차 핵실험 이후 껄그러워진 북중관계를 정상회담으로 돌파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 경제 병진노선을 공식인정받는 효과를 챙길 수 있다.

  대남전략과 대미전략은 한국과 미국에 협상을 구걸하기보다는 북한 스스로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보다 공세적으로 대결과 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3차 핵실험 이후 핵무장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통해 안보확보에 자신감을 갖게 됨으로써 대미 협상에 목을 매달지 않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 없이 경제회복의 성과를 내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남북대화에도 그리 목말라 하지 않게 되었다. 이미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 국가로 자리잡았고 2014년 4월 ‘전략군’ 창설과 100여발 이상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시험 등으로 핵과 미사일의 결합운용체제를 모색하고 있다. 2015년에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의 경우처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의 일환으로 핵실험을 시도하기보다는 북한 스스로의 핵능력의 고도화를 위해 기술적 필요에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압박이 김정은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2015년 북한은 국제사회의 요구와 개입에 대해 반박할 것은 반박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동시에 개선할 것은 개선하는 적극적 외교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압박에 김정은 체제는 나름대로 적극적 맞대응을 높여갈 것이고 이는 사실상 김정일의 ‘무시’ 전략에 비해 김정은이 국제인권 프레임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는 효과를 보일 것이다.

  2015년 북한 경제는 개혁개방이 지속성을 갖고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6.28 방침과 이에 기초한 5.30 조치에 따라 공장 기업소에 전면적인 자율성이 부여되고 시장에서 부를 축적한 ‘돈주’들에게 공장과 상점 등을 맡기고 자율경영을 확대함으로써 시장세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사실상의 민영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은 국가급의 경제특구와 지방거점의 경제개발구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보다 획기적인 대외개방을 시도할 지도 관심거리다. 4개 특구와 19개 경제개발구에 외자를 유치하고 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실질적인 대외개방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미 외자유치를 위해 북한당국이 해외에서 적극적인 프리젠테이션에 나서는 등 과거와 다른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2015년은 대외개방의 속도와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시대의 체제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자신감에 토대해서 김정은 체제는 2015년에도 대내적인 권력장악을 확고히 하는 한편 북중관계 정상화 등 외교관계 확대를 모색하면서 최근 호전되고 있는 경제상황을 토대로 대외 개방과 경제 개혁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은 당창건 70주년이라는 꺾어지는 해인만큼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고 새로운 비전과 정책노선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실로 오랜만에 7차 당대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1년 3차, 2012년 4차 당대표자회와 달리 정상적인 의미의 당대회를 연다면 향후 안정적으로 지속될 김정은 체제의 큰 그림이 종합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권력 장악의 안정성을 토대로 장기적으로 수령 김정은을 떠받들 권력 엘리트의 구도와 재편이 완성되어 제시될 것이다. 3차 당대표자회가 김정일 생존시 후계체체 구축을 위한 엘리트 구도였고 4차 당대표자회는 김정일 사망후 권력승계를 위한 엘리트 구도였다면 2015년 당대회는 승계를 마무리하고 김정은의 홀로서기가 완성된 이후 북한을 이끌어 갈 장기전략적 엘리트 구도가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13년의 병진노선을 계승하고 6.28방침과 5.30 조치를 확대완성하면서 향후 김정은 시대의 경제노선과 안보노선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밑그림이 그려질 가능성도 있다. 당창건 70주년을 맞는 7차 당대회의 정치적 위상을 감안한다면 김정은 체제의 정치경제안보를 망라하는 새로운 노선제시가 기대될 만하다. 더불어 김정은 시대의 이데올로기도 새로운 모습으로 제출되고 이를 통해 김정은의 정책노선을 정당화할 수도 있다. 김정은이 주창한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공식이데올로기는 사실상 형식과 명칭만 존재할 뿐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동렬에 놓은 것으로서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사실상의 이데올로기적 기능은 과도기적 담론으로서 김정일 애국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바, 7차 당대회가 개최된다면 김정은 시대의 비전과 노선과 정책을 정당화하는 이른바 ‘실천 이데올로기’(practical ideology)가 어떤 형태로든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실천 이데올로기는 김일성-김정일 주의라는 이름으로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사실상 ‘선반 위에’ 올려 놓고 김정은의 정책노선과 독자적인 브랜드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당창건 7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7차 당대회는 핵심 엘리트 재편과 장기적 발전노선 제시 및 김정은의 독자적 이데올로기 천명을 통해 김정은 시대의 장기적 좌표와 방향을 정리해 제시하는 획기적인 해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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